marvel/그외

[럼로우스팁] Name 14. 04. 23

복숭아세포군 2014. 4. 23. 13:06

Name

 

럼로우 요원. 스티브가 처음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럼로우는 yes, sir라고 내뱉을 타이밍을 한참 놓쳤다. 1초, 2초, 어쩌면 2초정도까지는 그 어색하게 떠버린 시간을 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늦은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다소 어설프게나마 대답을 외치면 그 앞의 2초간의 어중간했던 시공간을 나름대로 얼버무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3초, 4초, 럼로우는 스티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채 스티브의 말을 이을 대답을 자꾸자꾸 놓쳐갔다. 결국 5초이상 럼로우의 대답이 없게되자 두사람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은 완전히 어색한 분위기로 가득 차버리고 말았다. 스티브는 머리를 긁적이며 "...럼로우?"라고 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럼로우는 빤히 쳐다보고 있는 파란색 눈동자, 눈동자의 색마저 전부 바꿔버리는 짙은 그림자위의 긴 금갈색 속눈썹을 올려다보다가 그제야 퍼뜩,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럼로우는 숨을 내뱉을 새도 없이 머리를 최대한 굴리며 대답을 생각해내야했다. 럼로우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물론 yes, sir 밖에 없고 어쩌면 대답을 바로 내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합니다,따위를 덧붙어야 할 지도 모른다. 럼로우는 그렇게 머리를 굴렸다. 군인으로써의 차렷자세로 몸의 근육을 전환시키기도 해야했다. 그래서 스티브가 떠듬떠듬 럼로우의 이름을 다시 부른 그 찰나에 럼로우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바빴다.

 

 그런데, 럼로우의 머릿속과는 달리, 럼로우는 아주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차렷자세로 몸이 전환되지도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스티브의 파란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을 바꾸지도 않은 채, 심지어 입으로 내뱉는 말조차 럼로우가 생각해온 그 무수한 단어와 조금도 닮아있지 않은 동떨어진 파편같은 것이었다.

 

 "브록이라고 불러주십쇼. 캡."

 

 "...아."

 

 말을 내뱉고 가장 놀란 것은, 사실 럼로우 본인이었다. 겉으로나마 평정을 유지했지만 내심 엄청나게 놀라서 심장이 덜커덕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내가 대체 무슨 개소릴 한 거야.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목덜미가 흥건해져서, 럼로우는 저도모르게 손을 들어 목덜미를 닦아댈뻔했다. 캡틴앞에서 가까스로 그렇게 하지않고 단지 저도모르게 희미하게 붙임성있어보이는 미소를 띄어보인 것이야말로 그자리에서 럼로우가 자기자신에게 칭찬을 해줄수도 있을만큼의 잘한 일이었다. 좋았어. 첫만남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야. 이렇게 가자. 이 컨셉으로. 약간 의외로 제법 붙임성이 있고 농담이 통하는 부하요원을 컨셉으로 하는 거야. 럼로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그렇게 고정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쉴드요원'으로 통하는 동안은.

 

 캡틴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럼로우 요원. 그건 조금 더 친해지고 난 뒤에 쓸 명칭으로 하기로 하지. 지금 당장은 이렇게 불러도 괜찮겠지?"

 

 캡틴이 환하게 웃자 눈앞에 불이 켜진 것처럼 눈동자 주변이 번쩍대었다. 럼로우는 간신히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오른손이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뒷통수를 향해 머리를 긁적대었다. "네,네. 그러십쇼. 그래도 역시 임무중이 아니면 '요원'자는 떼버려도 될 것 같아요." 사실 그 오른손을 저도모르게 캡의 입가로 향할뻔했다. 심장이 다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해달라는 것처럼 사정없이 뛰었다. 럼로우는 귓속에서 요란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의 거친 소리를 들으며 뒷통수 뒤에서 오른손을 꽈악 움켜쥐었다. 이 손, 이 망할 손이 지금 대체 뭘하려고 한거야. 그의 왼쪽뺨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쓰다듬으려 했어? 그의 맨살을 더듬으려고 했어? 완전 미쳐버린 수족을 제어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이런 젠장. 럼로우는 럼로우의 말이 끝나자 캡틴이 크게 웃으며 럼로우의 어깨를 두드리는 캡틴의 왼쪽 팔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캡틴의 왼쪽 팔은 럼로우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두드릴 때마다 팔 안쪽의 근육이 드러났다. 팔의 굵기와 근육량에 비해 손가락은 조금 짧았고, 손톱끝이 아주 뭉툭했다. 그 무수한 굳은살을 바라보면서, 럼로우는 눈 안쪽의 상을 벗겨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뭔데 자꾸 이렇게, 반짝거리며 튀어오르지.

 그가 어깨를 두드릴 때마다.

 이런 제기랄.

 이게 대체 뭐냐고.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뭔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만 같은데. 내가 감당하지 못할 어떤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 이런 기분은 곤란한데. 럼로우는 머리뒤가 쭈뼛 솟는 것 같은 소름을 느끼며 캡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그의 그림자 속에 잠겨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럼로우는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럼로우는 있어선 안 될 장소에 자기가 서 있는 것 같아 점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캡틴에게는 들키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목구멍은 작아지고 타들어갔다. 소명을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것 같다고. 이게 대체 뭐야, 이런 씨발. 캡틴과 헤어지고 난 후 럼로우는 바로 윈터솔저가 잠들어있는 은밀한 건물로 향했다. 핼리케리어가 완성될 직전의 지금, 그를 다시 깨우는 과정에서 세뇌작업을 한 번 더 하기위해 윈터솔저는 해동이 되어는 있었으나 여전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럼로우는 침대위에 번듯하게 누워 무표정으로 눈을 감고있는 윈터솔저를 내려다보았다. 럼로우는 숨 한 번 내쉬지 않는 윈터솔저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 그러니까 버키와 스티브를 떠올리고 있었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는데, 그 생동감 넘치는 얼굴위로, 럼로우는 몇번이고 나이프를 던지고, 또 던졌었었다. 그랬었는데. "...이봐. 겨울군인양반. 대답해보라구." 럼로우는 깨물어 부들부들 떨리는 아랫입술에 간신히 힘을 주며 그렇게 중얼였다. 목구멍을 꽈악 조으며 말을 뿜어내느라, 럼로우의 말은 거의 신음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대체 왜이렇게... 왜이렇게 그 망할 인간..."

 

 "그 망할 인간 앞에 서면, 태양이 뜬 거 같은 기분이 드느냐구...."

 

 태양의 밝고 따스한 빛에 전신이 녹는 듯한

 그런 망할 느낌이

 드는 거냐구.

 왜.

 

 여전히 럼로우의 개인적인 방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트레이드 카드가, 잔뜩 헤지고 얼굴을 몇 번이나 나이프로 쑤셔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의 사진이 있는데. 럼로우의 마음속에도, 마음속에도, 그를 향한 증오와 하이드라에서 계속해서 키워온 캡틴아메리카의 죽음에 대한 소망이 그대로인데. 대체 어째서. 왜. 머리로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어 윈터솔저가 누워있는 침대의 시트위로 이마를 박으면서, 럼로우는 숨을 내뱉었다. 럼로우의 숨은 뜨거웠고 주변과의 경계가 희미했다. 열에 달떠 새빨개진 귀를 꿈틀대면서, 럼로우는 스스로 말로 만들어내지도 못한 모호한 감정의 경계를 침대시트 위로 토해냈다. 그 말은 소리 없는 절규와 닮아있었다.

 

 

 

 

 

 

 

 

 

- done

 

+ 썬샤인 스티부... 눈만 마주쳐도 눈앞에서 빛이 번쩍번쩍 터지는 스티부 0ㅜ0 난 그런 태양같은 당신이 좋다...☆

그리고 럼로우는 그런 스티브 로저스에게 첫눈에 반해버리는 게 좋다. 하이드라에서 매일같이 캡틴을 죽여야한다는 교육을 받고 그래서 사진같은 걸로 언제나 늘 캡틴을 보아왔을테지만 그때까진 그저 증오외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가, 실제 살아있는 스티브 로저스를 눈앞에 둔 그순간, 럼로우가 이때까지의 것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저 첫눈에 그에게 반해버리고 말았으면.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그리고 영원히 고통받는 럼로우 ㅍvㅍ ㅋㅋㅋㅋㅋㅋㅋㅋ

고통받아라 케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