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럼로우스팁] Slave toy 15. 07. 28
Slave toy
척 봐도 로키는 무료해 보였다. 침대에 상체를 들고 일어나자마자 로키는 습관처럼 오른쪽 눈을 왼쪽눈보다 작게 찌푸리며 미간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있었다. 럼로우는 늘 그렇듯이 로키의 천개가 달린 커다란 침대 바로 옆에서 손을 앞으로 모으는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무표정과 다름없는 포커페이스의 이면에서는 '또 저 도련님 변덕이 시작되겠군, 오늘도 어지간히 귀찮은 하루가 될거야...'하고 혀를 차고 있었다. 물론 로키도 하인인주제에 뻔뻔하기까지한 럼로우의 그 천연덕스러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럼로우의 속마음이 어떻든 로키와는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럼로우가 품에서 단칼이라도 꺼내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저 남자가 설마 그런 미련한짓을 하려고. 차라리 럼로우가 시시때때로 로키의 목줄기를 노리며 늘 틈을 노리고 있는 남자라면 오히려 로키는 이 마냥 흘러가는 시간들이 그렇게 무료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했다. 로키는 조부를 원망했다. 저런 속으로만 이를 가는 멍청하고 충성스러운 남자말고 차라리 우리집안에 복수하기 위해서 속으로 독을 품고있는 킬러라도 한마리 보내준다면 내가 더욱 감사했었을텐데. 로키는 한숨을 내쉬며 헝클어진 흑발을 이마위로 쓸어올렸다.
아, 아니다.
그러고보면 최근엔, 그렇게 무료하지도 않았다.
재미난 장난감을 한 개 구한덕분에. 최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녀석이랑 노는 건 제법 재미있는데. 간밤에 재미없는 여자의 가슴이 흔들리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니 너무 무료해서 확 짜증이 밀려오기에 순간 잊어먹고 있었어. 로키는 럼로우가 건네주는 기다랗고 얇은 가운에 오른손을 꿰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로키님." 럼로우가 늘 아침마다 하는 인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않은 것마냥 가볍고 촉감이 부드러운 가운은 키가 큰 로키가 입었음에도 거의 바닥에 닿을만치 길었다. 로키는 손을 들어 가운의 앞 끈을 두 손으로 묶으면서-그러고보면 로키는 사소한 일들은 자기손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여느 귀족들과는 다르게. 럼로우는 로키를 모시는 그 날부터 그 점이 참 신기했다-럼로우의 위로 바짝 선 앞머리칼을 쳐다보았다. 귓등부분은 짧게 깎고, 나머지의 진한 머리는 바짝 올리고. 차라리 군인에 어울리는 얼굴을 하고, 입고있는 건 집사복이라니 참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모순적인 인간이다. 너란 남자는. 로키는 피식하고 웃으며 자신의 침대옆으로 손을 뻗었다. "침대 좀 치워주지. 그리고 지금부터 장난감 방으로 갈 거야." 럼로우의 눈썹이 꿈틀댔다.
"장난감이랑 놀면서 아침 먹으려고. 어젯밤 너무 재미없어서, 기분이 나빠졌어. 그녀석 일그러진 얼굴 표정 구경 좀 하면 기분이 나아지려나."
"하아... 로키님,"
럼로우는 대단히 안타깝다는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주인앞에서 해선 안 되는 태도였지만 로키는 일일이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았다. 어쨌든 럼로우의 그건 마치 지난밤 모처럼 불러온 여자가 재미가 없었던 것에 대해 무한히 사과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한 건 물론 로키였지만, 그 여자를 선택한 것은 럼로우였으니까. 럼로우는 지난밤 로키의 배위에서 상체를 흔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로키에게 목이 졸려 생을 마감한 게 분명한 금발의 미인 시체가 방금 전 로키가 누워있던 침대에 데굴거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저 금발은 아깝군. 특상품이었는데. 럼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 장난감 말인데, 아직 다 안나았습니다. 회복기를 좀 가지지 않으면 완전히 망가지게 될테니 잠시만 방치해 두라는 제 충고를 들으신 줄 알았습니다만..."
로키는 럼로우를 내려다보며 얇은 입술을 더욱 길게 하고 웃었다. 곧은 눈썹이 휘어져 하얗고 유려한 로키의 얼굴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충고 들었어. 그래서 어제 하루 내버려둔 거잖아." 그래서 어제 하루 장난감 대타로 여자를 안았고, 하지만 재미없었다. 역시 그때그때 가장 재미있는 것을 갖고놀아야 가장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무리하게 만들면 정말 금방 망가질텐데요?" 로키는 럼로우의 말을 듣고 꼭 잠시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은 거짓이었다. 일부러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로키는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다. 럼로우는 로키의 그 거짓말로 지어보인 표정을 꿰뚫고 있었다. 럼로우는 로키의 뛰어난 외모 위 만들어진 표정에는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게 왜?" 아니나다를까, 금세 미소를 지어보이며 로키는 크게 웃는다. 럼로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웃으며 한층 더 아름다운 얼굴이 되는군. 럼로우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로키는 어느새 자기 방을 나가 문을 닫지도 않은 채 빠르게 긴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럼로우는 습관처럼 한숨을 다시 한 번 내쉬며 침대위에서 데굴거리는 여자의 시체의 한쪽팔을 잡아 위로 집어올렸다. 축 늘어진 시체는 어느새 딱딱해지고 차가워서, 냉동된 고기를 만질때의 감촉을 떠올리게 했다. 이 세상에 둘없이 예쁘게 생긴 얼굴도 이대로 침대위에 앞으로 두어시간만 더 방치하면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를 것이다. 부패해서. 럼로우는 되는대로 시체의 팔을 잡아당기며 시체가 침대위에서 데굴거리는 것을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로키의 뒤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이 시체를 치우고 나서인가. 사실 로키가 그 장난감을 완전히 망가뜨리든 다시는 쓸 수 없게 만들어버리든, 럼로우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단지 치워야 할 시체가 두 구로 늘어나는 것밖에는.
"...하아."
어쨌거나 그 황갈색의 짧은 머리칼도, 낙타만큼이나 긴 속눈썹도, 커다랗고 파란 눈동자도
그저 그뿐이다. 뭐 어쩌란 말인가. 그저 그뿐인데.
럼로우는 시체를 잡고있던 손을 놓고 그대로 장갑을 벗어던지 후 서둘러 로키의 뒤를 쫓았다. 침대를 정리하라는 것은 가는 길에 만나는 다른 하인에게 시킬 것이었다. 장난감을 오래 쓰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해. 그래야 집사로써 귀찮은 일이 좀 줄 거 아냐. 럼로우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스티브는 희미하게 눈을 깜빡였다. 초점이 잡히지 않아 눈을 떠도 여전히 사방이 어두웠다.
침대가 없는 차가운 방바닥에서 자는 거야 원래 스티브 로저스의 밑바닥 삶이 그랬으니 익숙하지만, 양팔이 뒤로 꺾여 결박된 채로 자는 건 이 대저택으로 팔리고 나서부터 있는 일이라, 스티브는 아직도 양팔이 부자연스러운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늘 이상한 자세로 어깨를 꺾어 잠이들었고, 아침이 일어나면 목언저리가 지나치게 뻐근했다. 뿌드득. 스티브는 저도모르게 이를 갈면서 간신히 상체를 들었다. 바닥에 어깨를 대고 버둥대지 않으면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들었다. 두 팔이 묶이면 이런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역시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스티브는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다. 헐벗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아침부터 밀려오는 절망과 싸우기 위해서는, 늘 그랬듯이 깊은 호흡이 필요했다. 깊게 들이마신 첫호흡이 목구멍 깊은 곳 가슴의 흉막어딘가를 꼭 간질이는 것처럼 깊이 들어오면, 그제야 스티브는 간신히 오늘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었다. 스티브는 그래서 헐벗은 자신의 몸을 마주하는 것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스티브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사실은 슬슬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양친에게 팔렸을 때부터 늘 그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갖고 태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짓을 선택할 수는 없다. 스티브 로저스는 자살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스티브는 여러 채찍질과 그 비슷한 짓을 당해 몸 표면이 상처로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은 이 저택에 오고 나서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생긴 것이기도 하였다. 대저택에 오기전에도 수많은 변태들 사이를 전전하면서, 스티브는 양친들이 두 손에 걸머쥐고 있을 금화를 떠올리며 버티고 있었다. 대저택에 팔리기 바로 직전, 양친들 손에 들어간 금화가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니라는 것을 어디선가 우연히 듣고, 스티브는 드디어 자신의 삶에 절망했다. 살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에 절망했다. 그 몇 푼 되지 않은 돈을 위해서 팔린 이 몸뚱아리는, 정말로 아무 쓸모가 없구나. 자조하는 웃음이 얼굴을 뒤덮을 때쯤 스티브는 로키에게 팔렸다. 그 역시 푼돈이었을 것이다. 스티브는 그날부터 거의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장난감의 방의 문이 열렸다.
방 안쪽의 어둑한 기운에 복도의 환한 조명이 쏟아져들어와, 스티브는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로키는 웃고 있었다. 스티브는 웃음짓고 있는 로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이때까지 살면서 본적이 없었다. 스티브는 어깨를 떨며 저도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저 아름다운 미소그대로, 로키는 스티브의 몸을 휘둘렀고 스티브는 그동안 그 어느때보다 가장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었다. 스티브는 그동안 로키에게 갖은 희롱을 당하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비명을 내지를때마다 뇌가 녹아 없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뇌가 마비되면 살아있으나 죽은 것이 된다. 그것은 절망보다도 무서웠다. 로키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어둠속에서 두려움에 떨고있는 스티브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눈을 떴을때의 불쾌한 감정을 잊은 것마냥 더욱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저렇게 아름다운 가. 어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인 것처럼 빛과 함께 서있는가. 스티브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 고여있는 듯한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을 하고 있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녕? 스티브. 잘잤어?"
"......"
이름 부르지 마. 그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말아줘.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 눈은 뭘까. 하루 안본건데 설마 날 잊은 것은 아니지? 인간의 기본적인 무식함은 이미 잘 아는 바이지만. 일어서."
"......"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농담이겠지만 너무 지독하군. 스티브는 명령에 따라 천천히 일어섰다. 이미 말했다시피 두 팔이 뒤로 고정되어 묶여있는 채라 하체의 힘만으로 제대로 서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어 배에 더욱 힘을 주고선 양어깨를 움직여 간신히 선 것이다. "날 보면 제일 먼저 말하라고 한 게 있잖아? 스티브." 다리를 붙이고 허리를 곧추세워 간신히 고개를 든 채, 스티브는 발가락 끝을 꽈악 오므렸다. 로키의 앞에 실오라기 하나없이 헐벗고 있는 것이야 이미 익숙할 게 분명한데도 여전히, 스티브는 몸을 움츠리고 도망치고 싶은 매순간의 자기자신과 싸워야만 했다. "...나의 사랑하는 로키." 스티브는 치아자국이 그대로 남은 아랫입술을 벌려 간신히 그렇게 내뱉었다. 로키는 큰소리로 웃었다. 스티브는 로키의 웃음소리가 어깨에 닿은 것마냥 어깨를 붉게 물들였다. 스티브의 목언저리까지 퍼진 붉은 기운을 바라보며, 로키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스티브의 얼굴에 퍼진 그 붉은 것은, 틀림없는 수치심. 귓불아래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스티브 로저스는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함과 풀리지않는 굴욕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걸 보는 게 좋거든. 지금은 그게 제일 재미있어서. 역시 널 사길 잘했어. 로키는 손을 뻗어 스티브의 뒤로 결박된 구속구부분을 꽈악 움켜잡았다. 스티브는 로키의 어깨에 코를 박은 채 척추를 세웠다. 로키가 구속구를 잡은 채 잡아당기자 묶여있는 손목이 당겨져 욱씬거렸다. 흣, 스티브는 아픔의 비명조차 목구멍너머로 삼켜야했고.
"어디보자. 하루 방치해뒀는데, 거기가 어떻게 되어있을까? 설마 원래대로 다시 작아졌나."
"...!!"
스티브는 로키의 어깨에 거의 상체를 걸친 채가 되었다. 로키는 키가 컸고 로키가 스티브의 허리를 잡아 자기 어깨위로 걸치니, 스티브의 두다리가 땅에 닿지도 못한 채 허공에 붕 뜨게 되었다. 스티브는 묶인 채 반항조차 하지 못했고. 로키는 자연스럽게 스티브의 벗은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리고 그 사이를 쳐다보았다. 어두웠던 장난감 방에는 어느새 조명이 들어와있었고-스티브는 몰랐지만, 이미 방밖에는 대기중인 럼로우가 있었다. 그가 방안에 불을 켠 거였고, 로키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럼로우를 부르지 않았다-, 스티브는 환한 빛 아래에서 로키에게 모든 것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없이 반복된, 몇 번이나 반복된 짓임에도 스티브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짓거리에 도저히 무뎌지지가 않았다. 스티브는 그것이 로키가 원하는 바임을 이미 잘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로키가 하는 행동 일일이에 반응하며 상처받으며,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 역시 아직 벌려져 있어." 로키는 메마른 손가락으로 스티브 로저스의 엉덩이 구멍을 쿡쿡 눌러댔다. 검은 구멍은 힘줄들이 살짝 느슨해져 희미하게 속이 보일만큼 벌려져 있었다. 로키는 킥킥대며 웃음을 흘렸다. "그만큼 계속 늘여놓고 있었으니까 말야, 하루 안파줬다고 쉽게 닫힐리가 없지." "...!" 로키의 손가락이 구멍 주변에 닿을때마다 로키가 일부러 음란한 말을 내뱉을 때마다, 스티브는 흠칫 놀라며 어딘가의 힘줄을 잡아당겼고 그때마다 스티브의 손목을 결박해놓은 구속구가 달그락 거렸다. 로키는 이미 붉어져 짓물린 스티브의 손목을 바라보며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아아, 불쌍한 녀석. 가여운 녀석. 그렇게 생각하며 킥킥웃었다. 이미 멍이 들때로 들고 짓물릴때로 물린 스티브 로저스의 양 손목에서는 거의 죽음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래, 지난밤을 같이 보낸 그 시체가 된 여자와 거의 비슷한 냄새가. 로키는 자기어깨에 걸쳐놓은 스티브의 갈비뼈가 드러난 상체를 더듬었다. 스티브의 피부는 차갑게 식어있었고, 로키는 손바닥에 달라붙지 않는 그 피부의 촉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체와 다름없단 생각이 드는, 스티브 로저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로키는 손가락 두개를 자신의 입안에 쑥 밀어넣었다. 혀로 손가락 끝을 더듬으며 자기 입 속의 미지근한 감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로키는 금방 입안에서 손가락을 빼내고서는, 젖은 두 손가락을 예고도 없이 스티브의 구멍 안쪽으로 쭈욱 밀어넣었다. "흐아악..!" 로키에게 매달린 스티브의 척추가 요란하게 튀어올랐지만 스티브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단지 거의 허공에 뜬 다리만이 좌우로 흔들리며 이물감에 반항하고 있는 듯 보였다. 로키의 긴 손가락은 스티브의 구멍 안쪽으로 너무나 쉽게 끝까지 들어갔고, 스티브의 구멍 안쪽은 도리어 로키의 손가락을 덮으려는 듯 벽들이 반대로 밀려왔다. 로키는 혀를 할짝이며 스티브의 구멍 안쪽을 마구 파헤쳤다. 스티브의 신음이 로키의 귓가를 울렸다. 그 소리가 거슬렸지만, 로키는 별로 기분이 나빠지지는 않았고 그것이 신기했다. 그동안 괴롭힌 보람을 보이는 것인가, 스티브의 구멍은 너무나도 쉽게 뜨거워졌고 안쪽벽은 로키의 손가락으로 녹아내릴 듯 금방 흐물거렸다. 스티브의 신음은 흐느낌을 동반하고 있었다. "아아, 음란한 놈. 조금 쑤셨을 뿐인데 벌써 섰잖아." 로키는 빈정대며 스티브를 자기 몸에서 떼내었다. 스티브는 로키의 어깨에 거의 걸쳐있다시피한 것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그러나 로키의 어깨에 여전히 이마를 댄 채로 그 이상은 떨어질 수가 없었다. 로키가 허리를 꽈악 움켜쥐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여전히 스티브의 구멍 안쪽에 깊숙히 넣은 손가락 두 개를 뺄 생각도 없어보였다. 단지 일부러 몸을 떼놓은 것은 로키가, 스티브의 성기를 바라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스티브의 성기는 이미 바짝 서 있었다. 벌려진 앞쪽 작은 입구에서부터 뚝뚝 맑은 액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뒤만으로도 갈 수 있는 몸으로 길들여진지 오랜데, 손가락으로 파헤치는 자극으로 스티브가 서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로키는 그런 스티브의 얼굴을 쳐다보며 혐오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은 스티브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도 같았고, 그런 스티브를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처럼도 보였지만, 역시 질렸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띠었다. "손가락만으로는 좀이 쑤시지? 아아, 벌써부터 이렇게 흘려대고."
"참을성이 이렇게 없는 장난감은 처음이야."
"으, 흐흑, 흑..."
"금세 넓어지는 거 하곤. 이제 하나가지고는 성에도 안차는거지, 스티브?"
"걱정안해도 밖에 럼로우가 기다리고 있거든. 동시에 두 개 정도 넣어도 충분할정도로 벌려질테니까."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로키의 어깨에 이마를 묻은 채 흐느끼니, 로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 두개도 모자란 것 같아? 큰일이군. 그럼 오늘은 세개까지 시도해볼까."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혹시 하인중에 취향인 놈이라도 있어? 그 놈을 불러줄테니까." 이 부조리, 이 참을 수 없는 삶.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아무것도 풀리지 않아. 이 손의 결박도. 이제 더 이상 생각이란 것을 하고싶지가 않다. 스티브는 굵은 눈물을 뚝뚝 떨린 채 소리쳤다.
"니, 니가 이렇게 만든거잖아아아"
"! 뭐야, 갑자기 왜 난동이야."
"이런, 이런 몸으로! 이런 몸으로 만들어버렸으면서, 니가 이렇게 해놨으면서어어어어"
그렇게 외치며 정신을 놓은 듯 펑펑 울고있으려니, 스티브는 더 이상 서있지도 못하겠는지 크게 휘청였다. 로키는 순간 당황하며 스티브의 어깨를 꽈악 끌어안았다. 스티브의 이미 뒤로 꺾인 무릎이 휘청이며 스티브의 상체를 크게 흔들었고 로키는 이를 뿌득 갈며 스티브의 척추를 단단히 붙잡았다. "뭐야, 드디어 미쳤나?" 아직 당황한 기색이 남은 듯 스티브의 허리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며 로키가 그렇게 중얼이자, 럼로우는 혀를 차며 장난감의 방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자기가 나설 틈이 생겼구나 싶었다. "아아, 거보세요. 조금쯤은 조심히 다루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럼로우는 두 손을 뻗어 스티브의 허리를 감쌌다. 스티브는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울고 있었기에, 앞쪽으로는 로키가 허리를 감싸고 있고 뒤쪽으로는 럼로우가 등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두 사람 사이에 자기가 끼여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때론 보듬어주지 않으면 멘탈이 부서지고 만다구요." 럼로우가 질책하듯 그렇게 말하자 로키는 인상을 찌푸린 채 혀를 찼다. "미친놈이랑 하는 것도 한 번은 재밌겠지." "쯧쯧." 럼로우는 단지 부루퉁한 로키를 향해 혀를 한 번 차준 후, 스티브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쪽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쉬, 쉬이. 진정해." 괜찮으니까. 큰소리로 울고있는 스티브의 울음소리 사이사이에 쉬이, 같은 소리를 밀어넣으며 럼로우는 스티브의 귓불에 입술을 묻었다. 스티브는 휘청이다가 그대로 럼로우쪽으로 완전히 등을 기대었다. 럼로우는 일부러 쪽소리를 크게 내며 더욱 스티브의 귓불을 핥다가, 그대로 입술을 미끄러뜨려 스티브의 벗은 목줄기에 깊게 키스를 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쓰지 않으면 안됩니다. 로키님."
"그렇군. 하지만 내 두손엔 당근이 없어."
"너도 이미 알테지만, 채찍만으로도 가득하거든?" 그렇게 말하고 또 로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럼로우는 그거 안되셨네요, 하는 표정으로 로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로키는 럼로우의 비난에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럴이유가 없으니까. 로키는 펑펑 울고있는 스티브의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한 듯 보였다. 흡족한 미소 그대로 로키는 혀를 내밀어 스티브의 얼굴을 핥았다. 온통 새빨갛게 되고 엉망이 된 눈가를 혀로 핥으며 로키는 속삭였다. "스티브. 늘 말해야하는 거 지금 다시 말해봐." "......" 스티브는 따끔따끔한 눈을 간신히 가느다랗게 뜨고 눈앞의 로키를 바라보았다. 로키의 새까만 긴 속눈썹이 자기를 향해 드리워져 있는 것을. 그리고 스티브의 귓가에서는 아까부터 일부러 큰소리로 쪽쪽거리며, 귓구멍의 깊은 곳까지 밀려들어오는 럼로우의 물컹하고 미지근한 혀의 감각이 떨어지질 않고.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떨었다. 어째서 살아있는 걸까. 스티브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사랑하는 로키." 나는 어째서 아직도 살아있는걸까, 하고. 스티브는 이미 떨리고 쉬어버린 목소리로 간신히 그렇게 말했다. 로키는 웃으며 스티브의 목줄기에 이를 세워 입술을 내리눌렀다. 럼로우는 여전히 스티브의 귓불을 핥으면서, 단지 "...정말 악취미예요." 그렇게 속삭였다. 로키의 웃음소리가 스티브의 목줄기를 간지럽혔다. 알 수가 없다.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나는. 스티브는 다시 눈을 감았다.
- done
제목 노골적인 거 봐.. ㅋ 얼마나 제목짓기를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티가 팍팍 나는 의미없는 제목입니다.
로키와 럼로우와 스티브의 3p.... 리퀘받았는데 참 재미가 없는게 완성됐네요 ㅇ<-<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묘하게 멸치스티브같이 써진 것또한 할말이 없습니다 ㅋ 사실 처음으로 세사람 3p를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른 게 노예소재였던지라 걍 떠오른대로 쓰려고 한건데요.. 이런 노예인지 장난감인지 모를 뭐 희한한 게 나왔... 는데 그나마도 어설프게 잘라버리고 말았음 ㅎ; 죄송; 기왕 이렇게 된 거 로키와 럼로우가 제대로 스티브한테 동시에 넣는 거라도 썼어야하는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