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토르] 로즈데이 다음날 로키토르썰
토르는 낮은 계단위에 걸터앉아 쉴드요원들 대부분의 책상위에 있는 붉은 장미들을 쭈욱 훑어보고 있었음. 미드가르드에서 지낸지 수개월, 미드가르드의 다양하고 아주 많은 여러 풍속들은 토르로 하여금 재미있다 혹은 즐겁다란 마음을 가지게 하고 있었음. 로즈데이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않았고 깐깐한 한편 그런 점에 관대했던 쉴드여서 그런지 로즈데이에서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쉴드사무실의 책상위엔 장미꽃들이 꽃혀있었고 비교적 싱싱했음. 토르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붉은색 꽃들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음, 붉은길같다. 그 붉은길 사이에서 문득, 토르는 하얀색 장미한송이를 발견했고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그곳으로 다가갔음. 책상위 작은 꽃병은 투명했으며, 얇은 장미의 가지가 수줍게 꽃병안에서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토르는 땋은 긴 금발을 쓸어올리며,장미에손을뻗었음.
"제 책상에서 뭐하세요 토르?""..!!!!"소스라치게 놀라 토르는 큰 손을 심하게 내저었고 그반동으로 꽃병이 산산이 깨졌다... "커억..!!!!"토르는 기겁을 하였으며 나타샤는 "..휴우."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꽃병 안 물이 책상을덮쳐 책상이 엉망이 되었으며 서류가 죄다 젖어 책상바닥으로 물이 뚝뚝떨어졌다. 토르는 굉장히 창백한 얼굴로 입을 쩌억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음... 꽃병이었던 유리조각 사이로 흰 장미꽃이 수줍게 누워있었다.
의기소침하여 구석에 짱박힌 토르의 크지만 구부러져 있는 등을 바라보면서 나타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음. 그리고 책상을 정리한 후 걸레를 대충 아무곳에나 던져두고 토르에게 흰 장미 한송이를 건네주었다."자요, 토르."토르는 울먹이는 눈을들어 꽃을 바라보았음. "엇.. 자네것이 아닌가." "괜찮아요.전 꽃 많이 받았으니까. 그리고 꽃자체보다는, 꽃을 준다는 행위가 사랑스러운거니까요." 토르는 훌쩍한 후 꽃을 받아들었음. "...고맙네.""네.""아, 그리고 저기.. 미안하네.""후후.괜찮아요"
붉은장미는 아름다웠지만 로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토르가 생각하는 작은로키는 그랬다. 어리석은줄은 잘알지만, 로키가 자신의 리틀브라더였던 그때로 돌아와주길 아직도 간절히 빌고있었다..토르는 하얀장미를 잘갈무리하였다.
토르는 쉴드에서 할일이 남아있지않은것을 파악하고 캡틴에게 가 아스가르드에 다녀오겠다고함, 캡틴은 의아해했지만 말리지않음. "미드가르드는 아주재미있네, 로저스의 아들 스티브여. 어제의 로즈데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좋더군.""그래서,가슴에 흰장미?" "..이것은 선물할거라네."캡은 토르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토르는 안심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캡틴의 마음씀씀이는 토르로 하여금 더욱 인간에게 빠지게했다."ㅡ조심히 잘다녀오길,토르.""그래. ..돌아오겠네."둘은 가볍게 손등을 부딪혔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는데,드레스업을해야죠."그리고 캡의 뒤에서,어느새 다가온 나타샤가 둘의말을 다들었다는듯 태연하게 말을섞는다. "드레스업이 뭔가?" "격식있는 자리에 그격식에 맞게 차려입는걸 뜻하네." "그거라면 이미했네. 이것은 아스가르드 최고의 갑옷일세."
쯔쯔츠, 혀를차며 나타샤는 손을 까딱했음 "미드가르드식 드레스업을 해주세요,토르. 어쨌거나 선물을 전하러가는거지 전투를 하려는게 아니잖아요." ..나타샤에겐 다들켜버렸나..;;;토르는 얼굴을 붉히며 정중히 거절하려했으나 냇의 "토르,내책상에관련된빚은기억하겠죠"
했기때문에 고개를 끄덕일수밖에없었다;;;;;
헤임달은 무지개의 상태로 토르가 돌아오고있음을 알수있었음. 왕의아들을 맞을준비를..헤임달은 몸을 좀더 바로세웠다..그리고 무지개너머에서,빛의기둥에서,하얀 빛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그당당한 태도의 왕의 딸이..읭? 헤임달은 눈을크게떴다. 토르는 금발을 총총이 땋은채 희고 풍성한 레이스의 차림을하고있었음...시시박 아름다워! 눈부셔 갓의휘황!ㅜㅜㅜ그러나 헤임달한텐 갓프리즘이 너무 쎄었는지 그는 눈이충혈된채로 경악어린 표정을지은채 토르를 맞이했다.토르는..입을다물고말았음.
미드가르드에서 스티브는 토르가 날아가고 없어진자리를 안쓰런 눈으로 쳐다봄. "좀심한것아닌가 나타샤; 그리고 대체 어디서 그런 큰사이즈를 구해온거고;;" "왜요,아주 잘어울리지않던가요." "..냇 당신, 로키에게 앙금이 아직 안풀린거군?" "당연하죠." 나타샤는픽웃었음. 로키에게 앙금품은걸 왜 나한테 푸는겐가..ㅜ이심전심을 느끼며 토르는주춤주춤 헤임달을 지나 궁으로 걸어갔다. 헤임달은 굳은상태 그대로였다..푸성하고 긴 드레스자락이 여간불편한게 아니라서 토르는 전부 그러쥐고 걸음을빨리하기시작했다. 그는다행히맨발만은 사수하였다. 오늘은..오늘은 진짜빨리 미드가르드로 돌아가야겠어 아무도 만나지말고 이것만 빨리 갖다두자ㅜㅜ토르는 울것같은 심정으로 성외곽을따라 다다다달려... 왕족만아는 은밀한길을달려...로키가 유폐되어있는 감옥에 도착할때쯤엔, 숨이 많이 흐려졌다.
긴 드레스자락이 자꾸 파고들어 수습하며 뛰는게 워낙힘들기도 했지만 로키가 그만큼 아스가르드의 워낙 은밀한 내부에 유폐되어있기도했기때문에..토르는 하아하아,거친숨을 내뱉다가 동굴의 끝에서 크게 숨을들이마셨다."..로키."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로키. 다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동굴너머로갔다. "...토르."토르의 눈두덩 위로 동굴너머의 빛이쏟아졌다, 그리고 익숙한 너의, 힘없이 가볍고 거의 소리나지않는 발걸음....인데 응악 로키 너 왜 다 벗고있어ㅡ!!!!???
"브라더 대체 왜 벗고 있는것이냐??!!" "아앙? 지금 형이 나한테 옷 운운할수있는 그런 몰골은 도저히 아닌거같은데? 형이야말로 대체 어쩌다 그런꼴인데?" "나나나는 별로아무일도 아니야 그냥 드레스를 입었을뿐이다." "그냥?" "넌 대체 왜 아무것도 안입은건데ㅡ??" "강도만난거 아니니까 걱정마셔." "그런말을 하고있는게 아니다 브라더어어어" "아 시끄러 그드레스도 정신사나워 토르가 벗는다면 나도입을게." "이드레스를 입을거라고????" "너나 계속 입고있어 멍청아."
로키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피식피식 웃고는 검은색 로브로 대충 몸을 감추었다. 토르는 얼굴이 붉어진 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동굴과 숲의 바닥의 나뭇가지 마른잎, 진흙등으로 흰색드레스 밑단이 엉망이 되어갔다. 토르는 맨발바닥에 따끔함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도 발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드레스란 엄청난 물건이로군.. 토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드레스의 자락을 집어올리려는데, 로키가 다가와 토르의 드레스 속의 발을 잡고 살짝 집어들었다. 엇, 토르의 당황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로키는 토르의 발을 자신의 무릎위에 올리고 토르의 발바닥을 확인했음.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휴, 토르를 힐책하는 한숨을 흘린후 로키는 검은색 로브의 끝을 찢어 토르의 맨발을 칭칭 감아 묶었다.
토르는 드레스의 자락을 움켜쥔채로 굳어, 토르의 발을 감고 있는 로키의 정수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토르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브라더. 기억속의 리틀브라더는 작고, 귀여웠는데. 아름답고. 발을 감싸주고 있는 기특한 짓을 하고 있는 로키임에도, 너무 낯설었다. 토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숨을마셨다.
"..나보기가 고통스러우면, 이렇게 찾아오질 말지?" 토르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는 것을 보지않아도 안다는 듯 로키가 말했다. 토르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로키여, 넌 정말 아무것도..후회하지않는거냐?" "당연하지." 물론앞으로도,영원히. 오히려, 이렇게나때문에 고통받는 너의 얼굴을 보는 것이, 좋은데. 로키는 뒷말을 삼키고 토르의 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검은로브를 펄럭이며 등을 보이는 로키는, 이제 더 이상 흰색장미는 어울리지 않아. 그래도. 토르는 품에서 장미를꺼냈다.
"받아.""...싫어." 차원을 넘어와 후줄근해진 흰색장미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토르의 새빨간 얼굴을 바라보며, 로키는 조금 더 차분해진 눈동자로 토르의 슬픈눈동자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무슨 의미가 담겨있든, 그장미는 꼴도보기싫은 몰골이야."
토르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발치를 내려보다가, 문득 허리를 숙이고 마른 나뭇가지와 진흙과 나뭇잎으로 범벅이 된 땅 위에 하얀 장미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들며 머리를 쓸어올렸다."..미드가르드엔 다양한 풍습이있어."
그리고 난 그게 아주 재미있지. 어제는.. 로즈데이라 불리는 날이었다. 막역한 지인들에게 장미꽃을 주는 날인거지. 그래, 로키. 너에겐 아무 의미없는 날이라는 걸 잘 알아. 그리고 나도 이걸 너에게 주는 게 왜 나에게 있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그러나, 브라더. ...한 미드가르드인이 가르쳐주더군. 꽃은 항상 받는 것보다, 그 주는 마음이 이뻐서 사랑스럽다고.
그리고 토르는 천천히, 로키에게서 멀어져갔다. 고개를 숙인채의 로키는 더 이상 토르를 보지 않는다. 토르도 미련을 못이기는 듯 고개를 돌리기 힘들었지만, 이내 로키에게서 눈을 떼고 동굴을 빠르게 걸어간다. 발밑으로 버석이는 검은 천의 감각. 이렇게, 만날때마다,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로키는 없다는 걸 확인할 뿐이건만, 나는 왜 이런 비참함을 거듭하는것인가..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의 혼란한 마음을 가슴에 안은 채, 토르는 드레스의 밑단을 쭈욱 찢어버렸다. 보다빠른걸음을 위해.
로키는 주저앉은 그대로, 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로키의 웃음소리가 가느다랗게 흘렀다. "그래서 뭐... 나보고 널 이뻐하기라도 하란 말인가. 사랑하기라도 하란 말인가." 이이상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려줘봐. 절망감이 로키를 사로잡는다.
"밑단 왜그래요?" 보자마자 나타샤가 흠을 잡는다. 그리고 토르는 당황하며 안절부절 땀을 뻘뻘 흘렸다, 다당연하지 밑단이 다 찢어졌는데 흠잡는 게 당연하지..."이거..xx브랜드 디자이너 특별주문 드레스인데.."토르는 더욱 당황하여 어쩌는가어쩌는가를 반복했다.. 그 뒤에서 캡틴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잘은 모르지만 토르사이즈에 맞는 xx브랜드라니 그럴리가... 라고 속으로만 중얼였다. (왜냐면 나타샤가 무서우니까.) "볼일은 잘보고 왔는가." "...응, 그렇지."
"다음엔 또 언제가보려는가?""...다음?" "그래, 다음." "...다음에 또 가봐도 되는걸까." 캡틴은환하게웃었다. "당연하지, 뭘 그런걸 묻는겐가. 토르.""...."토르는 캡틴이 진심으로 좋아졌다."다음.. 그래, 다음은, 크리스마스쯤일까."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로키의 가슴언저리에 풀이 죽은 흰색 장미가 달려 있었다. 기운이 없어 꽃잎이 한장한장 떨어져, 로키의 배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남은 장밋잎은 겨우 네장정도. 그래도 하얗게, 새하얗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