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키스팁] 너의 고요한 얼굴 위로 밤이 내렸고 15. 08. 25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지났다.
쓸쓸한 장례식이었다. 붉고 진한 공동묘지의 흙이 다 파일정도로 너무 세차게 비가 내려서, 그의 작은 어깨가 젖는 것을 그저 뒤에서 바라보고 있어야한다는 게 정말로 견딜 수가 없었던 슬픈 하루였다. 굵은 빗줄기 사이로 사람들의 상마저 흐릿해져 내가 등 뒤에서 끌어안은 그의 작은 어깨마저 흐릿해지고말까봐 나도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었다. 그 창백한 체온. 추운 날의 차가운 체온만이 그러나 유일하게 내가 기댈 수 있는 거였다. 너는 언제나처럼, 아니 언제나보다 훨씬 창백한 얼굴을 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인도하였다. 사색인 입술을 몇 번이나 아로깨물고 어머니의 관 위로 흙을 뿌리는 너. 너의 몸보다 더 커보이기까지 하던 오래된 삽. 나는 몇 번이나 너의 머리위에 우산을 씌워주려고 했고, 너는 몇 번이나 그런 나의 가슴을 밀어내며 우산을 씌워주는 것을 거부했었지. 모여있는 사람들의 짙은색 우산위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그 날처럼 슬프게 들리는 날이 또 없었다. 차라리 네가 울었으면 좋았을걸. 너의 뒤에서 그렇게 생각했던 외로운 마음.
스티브. 그리고 나는 그가 싫어하든 불쾌해하든 애써 신경쓰지 않고 그 날의 장례식부터 매일같이 그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지친 눈으로 문을 열어주는 너는 마치 내가 찾아오는 것을 예상하기로 했다는 듯이, 아무 말이 없고 그저 힘없는 웃는 얼굴이었다. "올 줄 알았어." 내가 억지로 문을 밀고 방안으로 들어가자 길게 한숨을 내쉬며 너는 가느다랗게 그렇게 말했고, 나는 너의 이 손 안에 전부 들어올 정도로 작은 한줌의 얼굴을 감싼 채 "당연히 오지."라고 말했지. 그 날 스티브는 정말이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가 너무나 불안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인데에도 여전히 검은 양복을 입은 채로, 스티브는 휘청이며 간신히 침대에까지 걸어갔다. 그 더욱 작아진 몸. 반쪽이 된 얼굴. 창백한 안색에 눈만이 움푹꺼져 있었다. 열이 오른듯 달뜬 스티브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감싸쥐니 스티브는 그제야 스르르, 마치 그때까지 긴장하고 있던 몸이 녹기라도 하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거의 못잤어.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그럴 줄 알았다. 눈아래의 시커먼 공간이 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줄 수가 없어서. 나는 단지 너의 끌어안은 어깨에 더욱 힘을 주며 너의 열이 나는 뜨거운 몸을 내 가슴에 뉘였다. "좀 자."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는 녀석에게 고작 하는 말이라곤 이런 거. "자도록 노력 해 봐." 고작, 겨우 이런 거. 뭔가 더 없을까. 고작 이런 말 말고 뭔가 더 없냐고. 너를 도울 수 있는 거. 너를 위로할 수 있는 거. 너의 마음에 빛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할 거. 이날만큼 내자신이 못나게 느껴졌던 날이 없었다. 바보. 한심한 놈. 제대로 위로조차 하지 못하고. 너무 스티브에게 미안해서, 너무 스티브가 안쓰러워서 그리고 너무 내자신에게 화가 나서, 심장이 다 욱씬거렸다. 분노와 걱정으로 엉망이 돼서 심장이 너무 아팠다. 스티브는 그런 내 가슴에 그 가벼운 머리를 기대고는 희미하게 웃었더랬다. "타인의 심장소리, 이렇게 좋은 거구나. 전엔 미처 몰랐어." 그리고 스티브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눈가가 새빨개서, 안쓰러워. 나는 손을 뻗어 스티브의 눈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역시 같이 안살래? 심장이라면 백 번 줄테니." 걱정이 돼. 네가 걱정이 된 단 말이야. 스티브는 나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피식하고 웃었다. "바보." 싫어, 너에게 이 이상 어떻게 내가 기댈 수 있겠어... 스티브는 사그러드는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의 가벼운 몸을 들고 침대에 반듯하게 눕혀 너의 고른 가슴위로 이불을 끌어당겼고.
"누가 바보야."
바보는 너지.
"...좀 더 기대줘. 스티브."
지금보다 훨씬. 앞으로도 계속. 계속 기대줘. 나에게만.
그렇게 겨우 잠든 너의 눈가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 뺨에 소리없이 키스하면서,
나는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자각했더랬다.
이렇게 영원히 너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빌었던 그 날의 내 마음은, 사실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
그 뒤로도 매일 같은 시간대에 너를 찾아갈 수 있게 노력하면서, 나는 스티브의 동향을 살폈다. 스티브가 혼자라 굶지는 않는지, 갑자기 픽 쓰러져 있다거나 하지는 않은지, 늘 걱정이었다. 혹시 스티브가 혼자 외로워 울기라도 하면 어쩌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았고.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걸 대놓고 보여버리면 스티브의 자존심이 다칠 것이었고, 나는 그래서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스티브가 알고있는 '버키 뷰캐넌 반즈'로써 스티브를 대할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했다. 스티브는 처음에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내가 곤란했는지 눈썹도 찌푸리고 짐짓 화를 내는 척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슬슬 익숙해졌는지 곧 이제 이렇게 걱정하며 찾아오지 않아도 된단 말을 하지 않게끔 되었다. 그리고 나는 스티브와 저녁을 함께 먹기 시작했다. 기본은 스프, 마른 빵과 기름에 달군 채소 몇 종류. 어느날은 스테이크이기도 했는데, 스티브는 아직 스테이크를 굽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끄트머리가 타있었고, 나는 의외로 태운 스테이크도 맛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스티브는 그럴리가 없다고 화를 내면서도 희미하게 웃었더랬지. 그 웃음이 참 좋았는데. 그러면서 서서히, 스티브는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혼자 지내는 아파트. 혼자 보내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쌓이면 스티브 로저스는 이제 혼자 지내는 삶에 완전히 익숙해질 것이었다.
언뜻 새로워보이는 그 삶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스티브를 지켜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수순이구나 싶기도 하였다. 그리고 점점 그의 아파트는 독신 남자가 혼자 지내기에 최적화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의 아파트의 벨을 눌러 그와 저녁을 함께 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들도 천천히 줄여나가는 수 밖에는 없었다. 새로운 삶속에서 살아가려 노력하는 스티브를 위해서. 그리고 나는 조금씩, 그런 스티브를 보면서 괜한 외로움을 느꼈고.
"스티브. 이제 나는 필요없어?"
"...뭐?"
어느날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커다란 눈을 깜빡이는 스티브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결국, 가슴이 외로움이 너무나 쌓인 탓이었다. 한심한 일이었다. 그 말은 결국 어리광이고, 스티브를 위한 구석이 한군데도 남아있지 않은 별 수 없는 나자신의 투정이었으니까. 스티브는 여전히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그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같이 일렁이는 스티브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 탓인지, 얼굴을 붉히고야 말았다. 스티브. 눈이 정말 예쁘구나. 보석처럼 반짝이는 푸른색이야. 긴 속눈썹은 위에 금가루를 뿌려논 것 같아. 나는 테이블에 팔을 얹고 그 팔에 기대다시피 머리를 뉘이며 맞은편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귀찮아하는 거 같고. 저녁 때마다 내가 찾아오는 거 상당히 성가시게 생각했었잖아."
"...그건 널 귀찮게 하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거야. 내가 네가 귀찮았던 게 아니라."
"거짓말. 이제 매일같이 안오니까 훨씬 마음 편하지? 못됐어 스티브 너."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오늘 좀 이상하다 버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이게 원래 나란 걸 네가 눈치 못챘던 거 뿐이지."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자, 스티브는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왠일이야. 그런 말을 다 하고. 그렇게나 취했어?"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선하다며, 스티브는 키득대었다. 나야말로 누군가에게 술취해 주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그런 얼굴로 웃지 마. 내가 어떻게 할 줄 알고 그렇게 무방비하게 뺨을 붉혀. 나는 어떻게든 너의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싶었다. 내심 나의 욕심이 넌더리가 날 정도로 그렇게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 어떻게든 너에게서 숨기고 싶기도 하였다. 네가 눈치채지 않았으면 해서, 나의 욕심을 눈치채지 않고 그저 날 너의 소중한 한사람으로 삼아주었으면 해서. 나는 금방 혼자의 삶에 익숙해져 가는 스티브 로저스가 그래서 너무 싫었다. 싫다기보다, 불안했다. 그의 가슴속에 내자리가 남아있지 않을까봐. 그것은 스티브가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이 너무 싫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은, 정말이지 새카맣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네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네가, 나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그렇게 빌고있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나는 왜 이렇게 새카만 마음을 먹고 있단 말인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너를 마음에 품으면서 왜 나는 새하얀 마음이 될 수 없는가. 어느날 밤 너를 거칠게 안는 꿈을 꾸고 난 아침때보다 더 입맛이 더러웠다. 나의 독점욕을 깨달았던 날에 말이다. 스티브, 나는 그래서 이런 내가 너무나 싫어졌다. 이런 내가 너무 불쌍하고 싫어. 하지만 그래도 널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걸. 그러니까 사실은, 오로지 날 위해서였다. 널 걱정한단 핑계로 너의 집에 들렀지만 사실은 그냥 네가 보고싶은 거였어. 제발 이런 날 눈채채지 말아줘. 제발 이런 날 빨리 눈치채줘. 나는 손을 뻗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나 잊지마." "...버키." 이젠 투정이든 어리광이든 뭐라해도 좋으니, 니가 내가 하는 말에 모두 알았어라고 대답해주기를 빌었다. "나 밀어내지 마. 나랑 같이 있어. 나 귀찮아하지 마. 스티브... 내 친구. 우리 영원히 함께있을 수 있게 해줘..."
너는 웃을까?
너는 웃을까.
이런 날 우습게, 가엾게, 한심하게 여겨도 좋으니 스티브,
제발 알았어라고 해줘.
모두 다 '알았다'라고 대답해줘.
어머니를 보내고 슬퍼하는 스티브에게 이렇게나 기대고 말다니.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제와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단지 술기운을 빌렸다는 사실 하나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나는 그냥 스티브의 옷깃을 잡은 그대로 테이블 위에 얼굴을 떨구고 눈을 꽈악 감았다. 스티브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무슨 표정일 지 궁금하지조차 않은 것을.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무는 스티브가 너무나 슬펐다. 혼자 괜찮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스티브의 창백한 안색이 안쓰러웠다.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자기가 아닌 누군가의 심장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얕은 잠에 빠지는 너의 물기 하나 없는 눈동자가 너무 가슴 아팠다고. 네가 눈물 흘리기를 바랐고, 그 눈물흘리는 장소가 꼭 내 품안이길 바랐고, 나는 너의 작은 어깨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너의 상체를 가득 끌어안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었고. 네가 기대기를 바랐지. 하지만 널 귀찮게 하고싶지는 않았어. 아아, 스티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이 그저 술기운 탓이기를.
"...바보."
스티브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필요없단 생각 해본적 한번도 없어. 왜 그걸 몰라."
"......"
"네가 대체 얼마나 지금의 날 구원해주고 있는지, ...어째서 그걸 말로 해야 하는 거야."
스티브.
스티브.
네가 필요없단 생각 해본적 한번도 없어. 왜 그걸 몰라.
네가 대체 얼마나 지금의 날 구원해주고 있는지, 어째서 그걸 말로 해야 하는걸까.
"네가 정말로 나와 영원히 함께 해준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것보다 더 기쁜 게 없는데..."
스티브. 미안해. 스티브. 고마워. 스티브. 안그래도 힘든 너에게 괜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괜한 투정해서 미안해. 하지만, 스티브. 나의 소중한 친구야. 사실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친구란 이름에 기대 너에게 내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스티브. 스티브. 맹세해줘. 다시 말해줘. 내가 네 옆에 있어서 무엇보다 기쁘다고 한 번만 더 말해줘.
그리고 곧 스티브가 내 머리르 쓰다듬어주었는데, 그 감촉이 너무나 행복해서, 내가 원하는 게 꼭 스티브의 그 작은 손안에 전부 들어있는 것 같아서 나는 일부러 일어나지 않았다. "버키, 자?" 아직 안 자. 아직 안자지만, 그래도 꼭 자는 것처럼 일부러 숨소리를 작게 했더니, 스티브가 더욱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부드럽게. 좀 더 해줘. 좀 더 쓰다듬어줘. 기분좋다. 행복해. 고마워 스티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침대에 누워있었고, 내 옆에는 스티브가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들어 있었다. 내가 언제 침대에 온걸까? 너는 언제 잠이 든거니? 날 네가 침대까지 끌고온걸까? 무거웠겠지. 하지만 날 위해 낑낑대며 힘을 썼을 널 상상하면, 그것만큼 또 기분좋은 게 어디있을까 싶어서. 나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뻗어 스티브의 눈가를 훔쳤다. 이제 스티브의 눈아래엔 다크써클도 없었고, 긴 속눈썹은 단지 고르게 스티브의 뺨 아래로 그림자를 떨구고 있었고, 스티브의 눈가는 이제 아주 촉촉했다. 다행이다. 그대로 스티브에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가 깰까봐 그건 도저히 하지 못하고, 단지 나는 손을 뻗어 스티브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네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처럼.
스티브. 언젠가 너에게 이 마음을 전부 고백하자.
네가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단지 그 너무나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깜짝 놀라해하다가, 곧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그래, 알았어." 이렇게 말해준다면.
네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시간이 왠지 너무 아깝다. 나는 도저히 눈을 다시 감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수면부족을 각오하기로 했다. 그렇게 밤새 깨어있는 채, 너의 얼굴을 볼 거야. 너의 잠든 얼굴을. 너의 고요한 얼굴 위로 밤이 내렸고, 밤의 어두움 속에서 그러나 너는 환하게 빛나는 달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바짝 너에게 다가가 너의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행복해. 나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너의 잠을 지켜내었고.
- done
월간 브루클린에 투고한 작품. 월간 브루클린이 공개를 해서 티스토리에도 업뎃합니다.
본인의 우울함과 외로움을 스스로 견뎌내려하는 스티브 로저스와, 그런 스티브 로저스가 안타까워 도리어 자기가 더 죽을 것 같은 스티브를 사랑하는 버키 반즈. 짝사랑은 참 좋은소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