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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스팁] 휴식 16. 08. 08

복숭아세포군 2016. 8. 8. 00:26

휴식

 





 버키는 휴식을 취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텅 비어버린 왼손은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기계소리를 내었고, 버키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으며 쓴웃음을 짓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와칸다의 유구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의료팀들은 크게 무뚝뚝하지도 크게 상냥하지도 않았다. 버키는 마음이 편했다. 그들은 자신을 어떤 실험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치 백년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처럼 살갑게 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버키 반즈는, 그저 버키 반즈였다. 어쩌면 이름도 없는 '환자1'정도였는지도 모른다. 버키가 딱 바라는 무관심속에서, 그들은 버키의 피를 조금 뽑아가기도 하고 혀에서 DNA를 채취해가기도 하였다. 그리고 혈압을, 심전도를, 또 기타등등을... 그러나 버키는 이 긴 검사시간이 조금도 싫지 않았다. 무수한 기계에 둘러싸여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 혼자 누워있는데, 이렇게 '구경거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버키는 얼마남아있지 않은 기억을 더듬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또, 스스로 깨닫는다. 아, 이것은 기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이것은 감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스티브는 또 좀 슬퍼하리라.


 스티브는 어째서 그렇게 한결같을까. 예나 지금이나, 그의 얼굴표정은 읽어내기가 쉬웠다. 그는 꾸밈이 없는 것이다. 70년을 얼음 속에서 살고, 깨어나, 또 몇 년. 그 몇 년동안 분명 버키는 알 수 없는 괴로움을 많이도 겪었을 텐데, 스티브는 그런 이야기는 그다지 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버키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했다. 버키의 드문드문 부족하고, 드문드문 생각이 나는, 그 많은 부분이 비어있는 기억의 이야기를. 버키가 기억하는 것은 그가 깨어나있을 때의 단편적인 것들이고, 버키가 잃어버린 것은 그가 잠들어있던 깨어나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버키는 '살아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애초에 그 시간들을 '잃었다'고 표현해선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스티브는 꼭 그렇게 이야기했다. 버키는 그것이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스티브, 넌 너가 흘려보낸 얼음속에서의 70년을, '잃었다'라고 표현하지 않잖아. 그렇잖아? 버키는 스티브가 자신에게 쓰는 신경과 배려들을 전부 기뻐했고 그것들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것들을 굳이 부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버키는 그 상냥함들을 전부 모아 그것이 바로 자신의 오랜 친구, 스티브 로저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네 주변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까? 스티브. 그들 모두는 너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있는거니?

 내가 아는 거 만큼 아는거야?


 아니면 내가 걱정해주는 것이 그저 웃긴 것인가... 버키는 침대의 베개에 머리를 대고 완전히 누워버렸다. 이미 사라진 왼팔에서는 또 기계소리가 난다. 의사선생이 말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안다. 그 기계음은 착각이라는 것을.

 

 병실에 달려있는 출입문은 완전한 자동문으로, 열리거나 닫힐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버키는 사람이 움직이는 기척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비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눈치채고야 말았다. 와칸다의 국왕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단련된 몸으로, 아무리 움직여도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버키는 그의 숨소리와 그의 존재가 내뿜는 기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흐름을 읽게 되었을까? 손가락으로 다 꼽지도 못하는 수의 사람을 죽이고 나서부터 일까?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는, '버키 병장?'이라고 부르던 하워드 스타크의 목소리. 버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티찰라는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버키는 일어나 머리를 숙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티찰라는 그런 갑작스런 예따윈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만큼은, 특히. 버키는 그저 상체를 마저 일으키는 것으로 그가 병실을 들어오는 것을 환영했다. 티찰라도 그저 눈짓을 한 번 보내었고, 두사람의 인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몸은 괜찮은가?"


 "...덕분에."


 "의사들이 간단한 검사가 끝났다고 알려주러 온 덕분에, 먼저 얼굴이나 좀 보려고 들렀네. 곧 너의 친구도 병실을 찾아올거야."


 "...고맙소."


 "정말 다시 잠드는 것을 택하겠는가?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병실로 들어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내내 착잡해하던 그사람의 얼굴은 썩 유쾌하지 못했네."


 "......"


 버키는 티찰라의 말에 화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습게도, 버키는 순간 이렇게 말할 뻔했다. '내가 모르는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같은 건 없어. 그가 나에게 보고싶지 않은 표정을 짓고 싶을 땐 늘 뒤돌아 선다는 것을, 나도 알아. 스티브는 내가 스티브의 얼굴표정을 전부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아무렴. 우린 그런 둘이거든. 하지만 그가 뒤돌아선다고 해서, 내가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다고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말이 안 돼. 난 결국 스티브를 전부 알아. ...그리고 스티브 또한 내가 그를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왜냐면, 왜냐면...' 버키는 피식, 하고 웃었다.


 "왜냐면 내가 그를 전부 알고 있듯, 그 또한 나에 대해 전부 알고 있으니까- 인가." 혼자 중얼거리며, 버키는 한숨을 흘렸다. 한숨소리는 마처 흐리지 못한 눈물조각같았다. 아, 나는, 너는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 70년을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여전히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그저 서로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무 것도 부끄럽지 않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스티브. 너는 더 이상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오직 나만 그저 그 옛날 브루클린의 너를 떠올리며 자위하고 있는 거야? 아니, 아니겠지. 그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기에, 너는 나의 스티브였다. 나는 너의 버키였다. 버키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고, 티찰라는 버키의 웃음소리를 의아해했다. 버키는 손을 들어보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그리고 내가 하이드라의 망할 저주가 풀려 완전한 버키 반즈로 돌아갈 때까지는 냉동되어있는 것이 가장 현명하니, 그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기로 하지." 그리고 단숨에 그렇게 말함으로써 티찰라의 마지막 한탄을 잘라내었다. 티찰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버키는 티찰라를 바라보았다. 그는 스티브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었다.


 샘 윌슨. 그는 어떤가. 그는 스티브를 거의 숭배하고 있다.


 스콧 랭도, 클린트 바튼도, 그 어린 아가씨도 전부. 


 스티브. 내가 너를 아는 것만큼, 그들은 분명 너를 알아주겠지.


 안심이야. 나는 그러니까 안심하고, 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래. 정말 긴 휴식이 될 거야. 그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야. 내가 선택한, 온전히 내가 흘려보낸 나의 '시간'이지...


 


 







- done


쓰다맘 -.,- 기력딸려서 더는 못쓰겠다 ;;; 아이고 이게 뭔고

나름 트위터 스른전력으로 쓰려고 한건데요... 더는 못쓰겠네 아이고. 걍 미완.... 으로 안올리면 평생 안올릴 거 같아서 걍 올려버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