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키스팁] He says, 14. 04. 14
He says,
(스티브ts)
버키는 멜리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나갔다. 뒤에남은 멜리사가 "버키!!"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스텔라와의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버키는 처음에는 왜 스텔라가 오지않고 그녀와 같은 공장에 다니는 그녀의 몇 되지않은 여자친구인 멜리사가 오는 가에 의아해했다. 그다음에는 왜 멜리사가 저렇게 숨가쁘게 달음박질쳐오는 건가에 의아해졌고. 그리고 순간 스텔라에게 무슨일이 있는건가, 불길한 예감에 오싹해진 버키는 숨을 고르기 바쁜 멜리사의 어깨를 잡고 급하게 물음을 던졌다. 멜리사, 설마, 스티비에게 무슨 일 생겼어요?! 그때 버키는 이십년 가까이 늘 보아왔던 스텔라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창백한 뺨, 파리한 입술, 초점을 잃고 눈물로 일렁이는 파란색 눈동자. 그녀는 툭하면 갖은 바이러스에 의해 쓰러지거나 열이나거나 하기 바빴다. 공장일을 겨우 마치고 나면 늘 두뺨을 붉게 타오르게 만드는 열에 시달리며 작은 몸을 비척비척 이끌고 그녀는 겨우 자기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옷갈아입기에도 지쳐서, 그녀는 맑은 물로 목을 조금 축이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인다. 버키가 그제야 자기일을 마치고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보면, 그녀는 열꽃이 오른 이마를 훔치며 이불속에서 끙끙대고 있다구. 혼자. 그래서 버키는, 스텔라가 혹시 일을 하다가 쓰러져버렸는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침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공포에 질려있는 멜리사의 입에서는 버키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흘러나왔다. 멜리사의 말이 끝나는 어느지점에서, 버키는 순간 머릿속이 차분해지면서
끔찍하게 화가 일어나 머릿속이 들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냉정해지자 급속도로 몸전체의 열기가 식었다. 버키는 그무엇보다 빠르게 달려나가면서도 발바닥 언저리에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멜리사. 달려와 알려줘서 고마워요. 정말로. 아, 이 말을 했어야 했다. 멜리사에게. 정말로 고마우니까.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조차 전부 아까웠으리라. 버키는 이를 뿌득갈았다. 오늘은, 모처럼, 그녀에게, 버키가 스테이크를 사주기로 한 날이었다. 그녀의 몸보신을 위해서 월급을 받을때마다 언제나 늘 버키가 자처하는 일이었다. 이 한달에 한 번꼴로 있는 날은 그러니까 버키가 스텔라를 위해서 준비하는 날이었지만, 사실은 버키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선물이 되는 날이었다. 레스토랑은 언제나처럼 오밀조밀하게 밀집되어있는 작은 테이블과 그 테이블 의자에 앉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주변은 무척이나 소란스럽지만 그안에서 스텔라는 아주 조용하게 말을 내뱉을 것이었다. 몸에 힘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녀는 입술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며 말을 하는 습관이 배여 있었다. 그래서 버키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항상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바짝 고개를 끌어당겨야만 했다. 그러니까 거의 그녀의 앞머리칼이, 버키의 이마에 닿을만치, 아주 가깝게. 스텔라는 대화 도중 웃을때면 눈을 가늘게 하고 목구멍을 울렸고, 그럴때마다 버키는 스텔라의 긴 속눈썹이 흔들리며 이루어내는 그림자의 음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버키는 그 순간을 가장 사랑했다. 그순간은 버키가 살아있는 이유와도 비슷했다. 그런 오늘이었는데. 오늘도 그런 하루가 될 거였는데.
버키는 스텔라가 다니는 공장의 문을 열자마자 한쪽 구석진 곳에 있는 사무실로 통하는 문을 발견했다. 버키의 눈동자 속에 일렁이는 분노가 버키의 갈색 눈동자를 태워버릴 것처럼 불타올랐다. 버키는 한순간도 기다리지 않고 퇴근준비를 하는 팩토리걸들의 물결을 헤치며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사무실의 문은 요란하게 열렸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그리고, 스텔라 로저스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서 그 공포로 창백해진 눈동자를 더욱 동그랗게 떴다. 스텔라에게 추근대고 있던 공장장의 왼손은 그녀의 좁은 어깨에 올려져 있고, 공장장의 오른손은 스텔라의 무릎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플레어 스커트의 거의 안쪽으로 들어간 채 그녀의 맨허벅지를 더듬고 있었다. "버키...?" 스텔라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이 차오른 턱선이 세겹으로 접혀있는 공장장의 당황하는 목소리의 누, 누구냐?! 하는 목소리에 겹쳤으나, 버키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캐치해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순간 버키와 스텔라의 눈이 마주치자, 스텔라의 눈동자에서 주륵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은 한순간도 끊기지 않고 그저 길게, 길게. 그리고 그녀의 눈물을 본순간, 버키는 꼭지가 핑하고 돌아버렸다.
"씹새끼가-"
버키의 비명과도 같은 고함이, 작은 사무실에 꼭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여파를 퍼뜨리며.
그리고 버키의 울퉁불퉁하게 움켜쥔 오른손 주먹은 공장장의 턱을 부수었다. 그와 동시에 공장장의 이빨도 두 세개 부러뜨리기도 하였다. 사무실 문 밖으로 잔뜩 모여들어 사무실안을 구경하는 팩토리걸과, 자신의 흐트러진 매무새를 양손으로 수습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스텔라 로저스.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면서, 버키는 이미 소파위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공장장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내려쳤다. 주먹에 사람을 때릴때의 둔탁한 얼얼함이 밀려왔다. 공장장의 고통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버키의 귀에 달라붙었다. 버키는 무심코 중얼였다. 더 소리내봐. 더, 고통스러워하라구. 겨우 이런걸로 네가 한짓의 반푼이라도 보답이 되는 줄 알아.
집으로 돌아가는길 내내, 스텔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버키는 저벅저벅 단화를 꾹꾹 눌러가며 길을 걷고있는 스텔라의 뒤를 두 손을 각각 바지주머니에 꽃은 채 따라가고 있었다. 일정한 거리에서, 더 다가가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은 채로. 침묵으로 시위하는 것처럼 단호하게 걸어가는 스텔라의 걸음걸이는, 사실은 불안해보였지만, 그래도 버키는 그녀의 바로옆에서 그녀를 에스코트한다던가 그녀에게 팔짱을 낀다던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버키는 스텔라가 분해하는 마음을 삭히지 못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심중을 알아차렸다. 그자리에서 더러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공장장을 뿌리치지 못한 자신의 한심함을, 자신의 다리를 더듬어 올라오는 손길에 뻣뻣하게 굳어 공포에 질려있는 자신의 못남을, -기어코 눈물까지 떨구어버린 자신의 나약함을, 그녀는 한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자신에게 실망을 한 것이다. 그런 마음을 버키가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제임스 뷰캐넌 반즈가, 사실은 언제나 항상,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낼 사람이 오로지 자기자신뿐이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더라도.
그녀자신이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데.
결코 바라지 않는데.
그녀는 단지,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붉어진 코끝을 찡그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훌쩍임하며. 버키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뒷통수 뒤로 깍지를 끼고는 가느다랗게 휘파람을 불었다. 흐르는 한숨을 숨기기 위해 저도모르게 그렇게 한 것이었다. 미리암 홉킨스. 너도 좋아하잖아, 스텔라. 얼마전에 같이 영화도 보러 갔었지. 너는 그녀의 나른한 듯 아래로 내리깔은 속눈썹과 길게 길게 이어지던 그녀가 내뿜은 담배연기를 좋아했었고. 버키가 나지막하게 잇는 휘파람소리의 끝을 끌어당기듯이, 스텔라는 또 한 번 코를 훌쩍대었다.
"...짤렸겠지. 나."
버키는 저도모르게 웃음이 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골라서 하는 거냐, 이 아가씨야.
"짤렸든 안짤렸든, my little lady. 네가 그 공장의 문을 또 여는 일은 두번다시 생기지 않아."
"......"
"그런 걸 내가 허락해줄 줄 알아."
"버키도 참." 그렇게 말하는 버키를 어깨너머로 돌아보는, 스텔라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의 창백한 뺨이 눈물에 달아올랐는지 약간 발그스름했다. "절대 안 돼." 버키는 또 한 번 못을 박았다. 스텔라는 혀를 짧게 내밀고 버키를 향해 메롱을 했다. 아무리 귀여워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알고는 있는거야. 어느새 버키와 스텔라는 스텔라의 집앞에 도착하였다. 스텔라는 스커트를 쓸어내리면서 화분밑에 숨겨두었던 열쇠를 집어들었다. 귀 아래로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다시 몸을 일으키면서 스텔라는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그정도인데. 정말 간신히 구한 직장이었는데."
"또 구하면 돼. 내가 있잖아. 도와줄게. 이번엔 여자들만 있는 델 알아볼테니까."
"바보같이. 그런데가 어딨어. ...그리고 지금같은 시기에 일이 그렇게 쉽게 떨어질리가 없잖아. 나는 이렇게 작고 연약하니까, 직장구하기가 정말로 쉽지않고..."
"그럼 나와 살면 돼."
"...버키."
"간단한 일이잖아. 넌 작으니까 자리도 그다지 차지하지 않고. 네가 평소에 즐겨쓰는 쿠션 하나만 들고 들어오면 되는 일이야."
"...정말이지."
버키도 참. 같은 말을 반복하며, 그제야 스텔라는 웃었다. 입꼬리를 당기고 긴장이 풀린 듯 안심하는 미소였다. 좋아. 좋군. 버키는 자신의 진심이 농담처럼 치부되어 버리는 것에 좀 상처를 받았지만, 어쨌거나 스텔라가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띄우는 것에 내심 마음이 놓였다. 몹쓸일을 당할 뻔 하고 그 두려움에 경직되어 있어서, 걱정됐었다. 거리를 걸어오는 내내. 열쇠로 자신의 집을 열고 스텔라가 자연스럽게 반쯤 현관문을 열어넣고 집으로 들어가기에, 버키도 그 뒤를 따라 스텔라의 집으로 들어갔다. 버키도 무의식중에 문을 전부 닫지는 않았다. 버키는 군모를 벗고 현관문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옷걸이의 꼭대기에다가 걸었다. 스텔라의 단화가 발걸음 소리를 거의 내지않고 버키에게로 다가왔다.
"벅. 손 줘봐."
"응? 악수하자구?"
자신을 향해 손을 펼치고 있는 스텔라에게 그렇게 말하며 익살스럽게 웃으니, 스텔라가 고개를 저으며 "어휴, 장난치지 말구." 가볍게 화를 냈다. 버키는 오른손을 펼쳐 스텔라에게 보여주었다. 스텔라는 두 손을 들어 버키의 손을 감싸쥐었다. 버키의 손은 스텔라의 손보다 훨씬 커서 울퉁불퉁한 손가락 여기저기가 스텔라가 버키의 손을 감싸쥐어도 그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람을 때리고 난 직후라 버키의 오른손은 손가락 관절을 중심으로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맞닿은 체온이 뜨겁다. 스텔라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미안해. 나때문에 사람을 때리게 했네."
버키는 자신의 손을 쓰다듬는 스텔라의 하얗고 작은 손을 바라보았다. 쥐면 으스러질 것 같은 손이었다. 버키는 조근조근히 말하는 스텔라에게 이끌리듯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어 거의 중얼거리듯이 말을 내뱉었다.
"...바보같이. 거긴 사과를 할만한 데가 아니야."
"그치만..."
"......"
"...그래도...."
"......"
스텔라.
스텔라.
나는 너를 위해서 살고있는 사람이 되어도 좋아.
오로지 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해도 상관없다구.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런 미안해하는 표정은 제발, 정말이지 이제 그만.
그 자식을 그자리에서 죽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뿐인, 그런 한심한 남자이니까.
버키란 자식은.
버키는 자신의 마음을 얼버무리려는 것처럼 픽하고 웃었다. 버키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며, 스텔라는 버키와 눈을 마주하고는 버키의 웃음에 이끌리듯이 자기도 따라 웃음지었다. 버키는 얼굴이 작고 안색이 창백한 자신의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에 몽글대며 일렁이는 이 간지러운 감정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언제쯤이면 이 감정을 너에게 주어도 네가 도망치지 않을까. 네가 자연스럽게 받아안아줄까. 그때가 되면, 그때만 되면. 그때가 되면 버키는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스텔라를 안을 것이었다. 품안 가득히 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겨우 손과 손이 닿았다고 이렇게 울 것처럼 되는 가슴저림은, 더 이상 느끼지 않을 수 있게될까. 그럴 수 있게될까. 그런 미래는 대체 언제쯤 오는거지. 얼마나 더 너의 친구노릇을 해야 그런 미래가 오는 거야. 그런 미래, 꿈속의 미래, 꿈같은 미래가.....
버키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자신의 이 간절한 소망이, 이 무엇보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담은, 이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그런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런 미래가 있을리가 없어.
그렇게 중얼이는 제임스 뷰캐넌 반즈가 있었다. 그가 감은 눈 건너편에. 그는 누구보다도 필사적이었다. 불쌍해라. 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 done
+ 스텔라.. 스텔라가 너무 좋아서.. 시름시름. 이번에는 버키스팁으로 써보았습니다요... 여전히 내가 뭐를 쓰고있는건지 모르겠네요 ㅋ 멸치스텔라.
+ 저렇게 간절히 스티브와의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는 버키인데 나중에 윈터솔저가 되다니... 윈터솔저가 되어 스티브 옆에 두 번 다시 설수없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해버리는 버키라니... 버키와 스티브는 정말로 비극인듯 ㅠㅠㅠㅠㅠㅠ 마블이새끼들 너희들 진짜로 반성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성하라고 ㅠㅠㅠㅠ 엉엉 버키스팁 행복하게 해주세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