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버키스팁

[버키(토니)스팁] You are 14. 05. 24

복숭아세포군 2014. 5. 24. 19:29

You are

 

 스티브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무리때문에 처음으로 걷는 것을 중단하며 약간 주춤하였다. 오늘의 외출을 결심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지, 한 번 결심하고 나서 스티브는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내려서는 이 슬럼가중에서도 특히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움직이는 그때까지 스티브는 걷기를 멈추는 법이 없었다. 꼭 그가 지냈다고 하는 그 오래된 아파트와 자신이 그 아파트까지 찾아가는 길이 마치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것 같았다. 그 길은 아주 오래전, 약 70년전 둘이 걸었던 그 빛나던 길과도 닮아 있었고. 물론 그때만큼 빛나고 있지는 않았지만.

 

 스티브는 그들이 이런 골목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불량배 무리라는 것을 그들을 단 한 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은 어깨넓이만큼의 허세와 신장만큼의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는 모자를 눌러써 콧잔등까지 내려온 그림자너머로 자신을 향하고 있는 잭나이프와 그와 유사한 것들의 날카로운 빛이 머무는 칼날의 끝을 잠시 바라보았다. 다양한 무기들을 오른손에 쥐고있는 사내들은 스티브를 향해 겁주는 듯한 딱딱한 얼굴을, 한쪽 입꼬리만을 올리는 비웃음을, 경계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초리를, 그 모든 것을 앞으로 내세우고 뒤로는 두려워하는 눈동자를 숨긴 채였다. 스티브는 그들이 모두 십대거나 그 언저리라는 것을 깨닫고 씁쓸하게 입을 다물었다. 목을 한동안 긁적이며 그들이 내뱉는 뻔한 소리를 듣노라니, 스티브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이들을 위해서 좋은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들의 아무것도 아닌 위협과 한 번도 사람을 베본적조차 없는 것같이 매끄럽게 빛나는 칼날들을 앞에두고, 이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 당장 모두의 왼쪽팔을 꺾어버리고 두 번 다시 이런짓을 하지 못하게 해버리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냥... 이아이들이 요구하는 자신의 물건을 다 주고 조용하게 끝내버릴지. 스티브의 마른 혀끝이 입안쪽 까슬거리는 어딘가에 닿아 입안에 피맛이 돌기 시작했다. 이럴때야말로 스파이더맨이 옆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스티브는 그렇게 한참 어린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정확하게 결정내리지도 못한 채 버벅였다. 그러다가 자신이 왜 이 골목에 혼자 왔는지, 그렇기 때문에 어째서 지금 자신의 옆에 스파이더맨이든 그 누구든 있지않아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왜 자신이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를 다시금 상기하여, ...그렇기 때문에 스티브는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스티브는 살짝 아래로 숙인 고개 그대로 양손바닥을 아이들에게 펼치며 머리위로 손을 들었다. 소년들사이에서 눈에 띠게 안심하는 웅성거림과 그 안심을 얼버무리려는 위협적 태도가 흘러나왔다. 스티브는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숨을 자기속으로 삭이며 주머니속의 지갑을, 자켓속의 오토바이키를, 그리고 그 자켓까지 전부 벗어서는 아이들쪽으로 던졌고, 아이들은 그것들을 어렵지 않게 잡아내었다. 누군가가 스티브를 향해 외쳤다. 그것도! 스티브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자신의 온쪽손목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런. 하필 이 시계였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정확히 보지도 않고 급하게 골라온 시계가 하필이면. 스티브는 혀를 차며 시계를 풀었다. 묵직한 시계가 잠시 스티브의 손안에서 반짝이며 빛났다. "......"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시계를 던지자, 누군가의 손안에서 잘그락소리를 내며 시계는 손바닥의 살점 안쪽으로 먹혀들어갔다. 아이들은 그것이 시발점처럼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하다가 괜히 스티브를 향해 오른손에 들고있던 잭나이프를 한 번씩 휘두르다가, 곧 너나 할 것없이 등을 보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골목의 여기저기를 흩어져서는. 스티브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자기선에서 제압하여 머리 한대씩 쥐어박고 끝낼 것을 이제와 후회가 밀려왔다. 할리데이비슨에 달려있는 gps가 그 어린애들 앞에 쉴드를 나타나게 하나면 어쩌지. 스티브는 주춤하던 걸음을 다시금 일직선 똑바른 길로 내딛으며 아주 조금 미련이 남은 듯 뒤를 돌아봤지만, 이내 곧 그 시선도 거두고 다시 길을 향해 걸어갔다. 걸음이 아주 빨라 거의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타크.

 뒤에 남겨놓고 온 어떤 어둠 속에서 토니 스타크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 화를 낼 것인가. 그렇다면 사과를 하면 받아줄건가. 나의 사과를.

 하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그 사과의 이유를 나는 알 수 없겠지.

 

 스티브는 곧 골목속으로 사라졌다.

 

 

 

 

 오래된 골목보다 더 오래되어 보이는 목조아파트는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왼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도 보였다. 목조조각이 나무결을 따라 갈라지거나 파헤쳐져서 스티브는 아파트 내부의 철심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가. 이런 곳에. 네가. 스티브는 눈을 깜빡이며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곧 주먹을 쥔 손으로 아파트의 현관을 내리쳤다. 쾅쾅하는 소리가 조용한 골목에 크게 울려퍼졌다. 스티브가 손을 내리칠때마다 나무조각같은 것이 튀어올랐고, 오래전에 망가진 초인종의 끄트머리도 같이 흔들거렸다.

 

 아파트의 현관은 을씨년한 소리를 내며 아주 조금 열렸고, 문과 벽을 잇는 체인 아래쪽에서 키가 작고 그나마도 허리가 굽은 노파가 좁은 틈밖으로 코를 내밀었다. 백내장으로 녹아내린 흰막이 씌인 눈동자가 희번뜩거렸다. 치아가 얼마 남아있지않은 이빨사이로 가래끓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야, 방필요해? 아님 꺼져. 스티브는 모자를 벗으며 노파의 작은 살기어린말을 정확히 듣기위해 허리를 숙였다. 어제 미리 전화 준 스티브 로저스입니다. 미국인은 꺼져. 노파가 표독하게 외치고 문을 다시 닫으려고 하는 것을, 스티브는 빠르게 문을 잡으며 저지하였다. 스티브의 두꺼운 손아귀 안쪽으로 결이 상한 나무같은 것들이 파사삭 소리를 내며 으스러졌다. 그 방을 보여주는 대가의 절반은 미리 지불했습니다. 들여보내주시면 나머지 절반을 오늘밤 바로 입금할 예정입니다만. ...... 노파의 녹아내린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노파는 이가 거의 없는 이를 우물거리며 뭔가, 쌍욕을 되씹듯이 입안으로 중얼이다가 곧 체인을 풀고 문을 열었다. 호크아이의 조언이 답이었다. 한번에 돈을 전부 다 입금하지 않을 것. 감사합니다. 스티브는 깍듯이 인사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이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희미한 초롱불같은 것을 왼손에 들고 경계하며 수시로 뒤를 돌아보는 노파의 걸음을 따라, 천천히 계단을 오르면서, 스티브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경찰은 아닙니다. 한걸음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계단바닥이 삐걱거렸다. 스티브는 이대로 자기 발이 계단을 뚫고 빠져버리면 얼마나 꼴이 우스울까를 생각했다. 노파의 웃음소리가 을씨년스럽게 울려퍼졌다. 노파의 웃음소리는 어둠에 가까웠다. 경찰은 아니라지만, 군인이었던 것은 분명하지. 너. 군인특유의 냄새는 군인을 그만둬도 사라지지 않는 법이거든. 스티브는 쓰게 웃었다. 노파의 말은 한마디한마디가 전부 비수같았다. 단 한번도 쓴 적이 없어 더욱 맑게 빛나고 있는 그들의 잭나이프와는 천지차였다. 발걸음도 그렇고, 허리곧은 거 하며, 오오 저 굳은 손. 저 굳은 손이라니... 끔찍해. 내 집에 살인자가 있다니 너무나 불쾌한 일이야. 당장 볼일 다 보고 꺼져버려. 망할 살인자놈. 그렇게 쉴새없이 중얼거리고 노파는 스티브에게 열쇠를 집어던지듯 건네었다. 스티브는 주름이 잔뜩 져 있는 손에서 녹이슬고 허리부분이 구부러진 열쇠를 받아들였다. 노파는 올라올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갔다. 스티브는 노파가 멀어지는 속도와 마찬가지로 멀어져가는 초롱불의 일렁이는 희미한 빛에 의지하여 열쇠구멍을 찾았다. 어떤 방의 낡은 문. 스티브가 그 문의 손잡이에 열쇠를 밀어넣는 순간, 노파가 완전히 계단아래까지 내려갔는지 희미하게 일렁이던 초롱불마저 완전히 멀어져, 아파트는 눅눅한 어둠에 둘러쌓이게 되었다. 스티브는 자신의 어깨에 고여있는 어둠에 무거움을 느꼈다. 눅눅한 어둠은 습기를 타고 스티브의 셔츠속을 파고들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스티브는 마치 피처럼 엉겨붙는 이 어둠에서 새어나오는 익숙한 냄새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더 이상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 스티브는 문을 열었다. 철에 녹이 낀 소음이 스티브의 귓가에 달라붙었다.

 

 그래.

 여기에 있었던 거지.

 너는.

 

 방문앞에 서자마자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공간에는, 스티브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매캐감이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홀로가, 그 익숙한 이 모든 세계에서 나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는 나 혼자라는 바로 그 감각이 먼지를 타고 흘러넘쳤고... 그래서 마치 낡은 아파트의 어느 방 한켠은 이 지구에서 홀로 삐죽 튀어나온 허공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 이곳에서. 너는. 아무 생활감도 느껴지지 않는 그 안에서 스티브는 이 방의 전 주인과, 그 전의 주인과, 또 그 전의 주인의 모습을 읽어냈다. 그것은 때로는 유대인이거나 때로는 흑인이거나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틈바귀에 네가, 네가 섞여 끼어있겠지. 아무에게도 티내지 않고 아무 생활감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어둠위에 포개진 어둠처럼 네가 섞여 있겠지. 그리고 스티브는 그것까지는 읽어낼 수 없었다. 아무리 스티브라고 해도.

 

 아무리 너를 그리워해도 그것까지 읽어낼 수는 없어.

 너를 찾을 수 없어.

 

 그래. 네가 여기 있었음에도. 이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브는 벽에 달라붙어 있는 침대에 앉아 낡은 스프링을 손으로 꾸욱 눌렀다. 끈적거리기까지 하는 시트가 스티브의 손에 달라붙었다가 그의 손에 이물질을 남기고 떨어졌다. 저도모르게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겹쳐, 손가락 위에 묻은 이물질을 매만지다가, 스티브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어둠속에. 이 밤속에. 이 혼자속에. 이 고요하게 잠겨있는 방안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단 한순간도 그의 흔적을 더듬어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신경을 집중시켜도. 아무리 모든 방안의 모든 구석을 훑어보아도. 스티브는 그의 버릇을 떠올렸다. 그는 언제나 넓은 어깨를 곧게 펴고 잠이 들고,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잤다. 사람 한켠에서 물러나 비스듬히 서 있었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는 법이 없었다. 총구 너머의 눈이 너무나 매섭고, 그러나 술잔을 기울일땐 누구보다 다정하고 상냥했었지. 너의 부드러운 손바닥이 등에 닿을 때마다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으며 위로를 해줄때마다, 그때마다 나는 얼마나 깊은 애정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기분이었던가. 그 모든, 스티브 로저스에게 남아있는 그에 대한 감각의 그 어떤 것도 여기에는 남아있지 않아. 맞아. 그랬지. 그리고 다시 재회했을때의 너에게도, 난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그 모든 너의 그 어떤 일부분도 찾지 못했어.

 

 나는 대체 어디에 가야지만, 그 나날속의 너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버키."

 

 네가 여기에 있었어.

 하지만 난 모르겠어.

 

 "...벅."

 

 내가 찾는 버키는 어딜 가야 있는걸까. ...내가 찾는 것은 혹시 이제 두 번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영원히, 하고 싶지 않은데.

 

 스티브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단 한순간도 고여있지 않고 툭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티브의 뺨을 스치는 일조차 없이, 그저, 툭하고.

 

 

 

  

 방문을 열고나오니 아이언맨이 수트차림으로 복도에 서있었다. 아파트의 모든 곳을 푸르게 밝히는 아이언맨 가슴의 청명한 색이 어둠에 침체되어 있던 눈동자를 파고들었다. 스티브는 놀라고 말문이 막혔다. "...어디간다고 말안했었는데 나." "......" 그가 한동안 지냈다가 사라졌다고 하는 아파트의 위치를 알려준 것은 블랙위도우이고, 여기 오기전에 호크아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그러나 확실히 아파트에 와보기로 한 날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티브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늘 이 아파트에 오자고 확고한 결심이 들었던 것은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스티브는 그 누구에게도 오늘이 바로 오늘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토니 스타크는 스티브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묵묵하게 오른손을 들어 왼손의 손목을 톡톡쳤다. 스티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 설마 시계에?"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아이언맨을 바라보며 스티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설마 gps가 달려있는 시계를 나에게 선물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그점에 대해 토니에게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티브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렇구나, 하는 담담한 감상뿐. 스티브는 단지 토니에게 처음 그 손목시계를 받았던 날을 천천히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시계케이스가 의외로 소리없이 부드럽게 열렸던 것, 시계표면의 매끄러운 광택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것, 놀라워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토니 스타크의 눈매가 너무나 다정했다는 것까지.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는 그날의 토니 스타크가 전부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날의 그 어떤 것도 부정할 수 없을만큼 완벽한 진심이라는 것을. 스티브는 목언저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자네 아이들에게 심하게 한 것은 아니지?"

 
 "그건 쉴드에서 할일이지 난 이구역의 방범대가 아니야."

  

  드디어 입을 연 토니는 그렇게 무뚝뚝하게 이야기했다. 스티브는 짧게 자조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자넨 뭔가?"

 

아이언맨은 망설이지 않고 두팔을 벌렸다.

 

"스티브 로저스 전용 비행기."

 

 "......" 

 

스티브는 한쪽 눈썹을 구부렸다. 속눈썹 아래로 떨어지는 긴 그림자위로 푸르게 푸르게 아이언맨의 빛깔이 일렁였다. 스티브는 자조한 표정을 차마 바꾸지도 못하고 아랫입술을 다물었다. 아이언맨의 눈을 똑바로 보는 것도 하지 못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며 다문 입술을 입안에서 곱씹어댔다. 아이언맨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스티브에게 뻗은 두 손을 다시 한 번 펼쳐보였다. 스티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아이언맨과의 의외의 재회에 깜짝놀라 채 제대로 닫지 못했던 아파트의 방문을 그제야 제대로 닫으면서, 열쇠를 잡아뺐다. 열쇠는 스티브의 손안에서 아주 잠깐, 굴렀다. 스티브는 표면에서 구르는 차가운 열쇠의 감촉에 망설이다가, 곧 열쇠를 바지주머니에 밀어넣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 듯한 그 행동에, 스티브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정의내리지도 못한 채로 그냥.

 

 

 

 

 
 아이언맨에게 안긴채 하늘을 나니 찬바람에 피부가 아리었다. 스티브는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아이언맨은 화가 나있어서인가 목소리가 차가웠다. 밤의 찬공기에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달빛같았다.

  

 "점퍼는 일부러 안돌려받았어. 네가 감기에 걸리길 바라거든."

 

  스티브는 아이언맨의 가슴에서 빛나는 파란빛을 보면서 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너의 차가움에 내가 이미 감기가 걸렸기때문이지. 미쳤다고 여길 혼자와? 너 혼자 윈터솔저를 만나기라도했다면? 내가 너의 시체를 마주하는 꼴이라도 당해야 니가 너의 그대단한 옛날군인동료를 생각하는것만큼 날 생각해줄거야?"
 
 "토니..." "지금은 이름으로 부르지마. 나는 지금 화가 너무나서 삐끗해서 널 놓치기라도하면 그게 실수인지 진심인지 구분조차 돼지않을 상태이니까." "......" 그리고 이윽고, 스티브는 입을 다물었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사정할수도있었다. 어쨌든 너는 70년시대를 뛰어넘은 경험이 없지않은가. 그러니 자네는 나를 이해못해. 아무도 나를 이해못해. 오로지 그, ─버키를 제외하고. 그리고 버키를 이해할수있는것도 나뿐이야...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러나 스티브는 그 모든 말들을 내뱉지 않았다. 단지 아이언맨의 목을 더욱 끌어안았다. 지금의 토니의 기분또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스티브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말들에 관해서, 가장 상처받는 것은 그였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음에, 가장 슬퍼하는 것이 바로 너라는 것을. 넌 나의 모든 것을 알고싶어해. 왜냐하면 나의 모든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 아아, 그러나. 토니. 대체 나의 모든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너무나 먼 곳에서 왔어. 70년 전. 내 모든 것은 여전히 그 오래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토니. 미안하네. 미안하네. 자네에게로 건너가는 길을, 나는 왜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왜 찾지 못하는 것일까.

 

 스티브는 더욱 아이언맨의 목을 꽈악 감싸 안았다. 아이언맨의 청명하고 푸른 빛 속에 잠겨 있고 싶었다. 눈 안쪽에서 일렁이는 바다와도 같은 색. 스티브는 자신이 껴안는 것만큼 자신의 어깨를 감싸오는 아이언맨의 푸른 차가움 속에서 일렁이는 진한 따뜻함을 느꼈고, 또 그에 기대어 안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아마 스티브 로저스는, 이 차가움을 쫓겠지. 바지주머니속에 들어있는 녹이슬고 허리가 구부러진 열쇠의 차가움과 같은 어둠속만을 더듬을 것이다. 스티브는 그러한 자기자신의 앞으로를 알고 있었다. 그것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스타크. 뒤에 남겨놓고 온 어떤 어둠 속에서 토니 스타크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 화를 낼 것인가. 그렇다면 사과를 하면 받아줄건가. 나의 사과를.  하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그 사과의 이유를 나는 알 수 없겠지.

 

그래, 그래서. 그래서.

 

 

 

 

 

 ...버키.

 

 버키.

 

 그러는 너는 대체 어디에 있나.

 

 혹시, 서로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떠돌아야만 할까. 우리는.

 

 그렇다면 너도 나와 같이, 그 70년 전의 안개속 어딘가를 헤매이고 있는 것인가.

 

 이 불안정한 육체를 이끌고.

 

 

 

 

 

 

 

 

 

 

 

- done

 

+ 음... 대충 두시간 반? 정도 소요했습니다. 이거 언젠가 풀었던 썰이었는데 토니랑 버키랑 스티브 삼각관계썰이었음. 오늘 갑자기 쓰고싶어가지고 썼슴다. 사실 토니스팁 베이스에 +버키가 첨가()될거라고 쓰기전에는 토니(버키)스팁이라고 커플링을 표기했었는데 쓰다보니 버키가 단 한장면도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버키스팁이 되었다... 그래서 커플링명을 버키(토니)스팁으로 변경 0ㅅ0;; 대단하다 구남친... 역시 구버키 위력이란..!!!!!! ㅋㅋㅋㅋㅋㅋ

 

 사실은 버키스팁이라고는 적었지만 우정진한 두사람의 모습으로 쓰고싶었는데 소꿉친구라는 특수한 상황이 우정이냐 사랑이냐의 잣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선을 넘었음((()) .... 원작 버키스팁은 둘이 나이차도 있고 상사부하란 경계도 뚜렷하고 하니깐 두사람의 선이 뚜렷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무비 버키스팁은 그게 잘 안 됨 ㅠㅠㅠ 소꿉친구란 설정은 그러니까 정말로 동인녀들을 꿰어내는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음 ㅠㅠㅠㅠㅠㅠ 이거야 원 뭐를 써도 우정이 안돼! 뭐를 써도 브로맨스가 돼!!

 

 오늘도 토사장은 그렇기 때문에 불쌍하다는 그런 이야기..ㅇ<-< 영고 토니사장.. 힘내라 토니사장..!!!!

 

+ 덧. 토니 대사중에 너의 차가움에 내가 이미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지 등등의 드립은 유명한 팝송의 노래가사가 너무 이뻐서 거의 그대로 차용한 대목임. 근데 팝송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0ㅅ0;; 자주듣는 노랜데 좀 이전노래지만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