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스팁] 且驚且喜(차경차희) 15. 07. 20
sir. 오늘은 마크7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있는 날입니다. 자비스의 아침인사와 함께 들려오는 잊어서는 안 될 스케쥴 알람에 그제야 기지개를 펴면서 토니는 대꾸했다. "아, 맞아맞아. 그랬지." 토니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해 기분좋게 기상한 것이 마음에 드는 듯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쭈욱 뻗었다. "요샌 진짜 깜빡깜빡한다니까. 나이탓인가봐. 나 진짜 조심 좀 해야겠어." 일일 견과류 섭취량을 좀 더 늘릴까요 sir? 자비스의 말에 대한 대답을 오른손의 세번째 손가락을 드는 것으로 대신하며 ("그런 상스런 태도는 취하시면 안됩니다 sir.") 토니는 방금까지 누워있었던 침대의 시트가 흐트러진 중심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더블베드에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깔아놓은 새하얀 시트에 주름이 잔뜩 가 있어, 방금전까지 누군가가 그 위에서 자고 있었다는 흔적이 여실했다. 토니는 피식하고 웃으며 접혀진 이불을 한 손으로 들고 위로 잡아당겨 대충 이불을 정리했다. 토니는 별로 섭섭하지도 않았다. 눈을 뜨면 그 사람이 없을거란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는걸. 그 부지런한 사람이 내 기상시간 때까지 얌전히 침대위에 함께 있어줄 리가 없지않은가. 토니는 그런 사소한 것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오랜만에 함께 밤을 보낸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다음날 기상조차도 더할나위없이 상큼할 정도로.
"나타샤." 대충 아침 점심 겸용의 베이글을 입에물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랩실에 내려와보니 나타샤가 토니의 어지러운 책상위의 서류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웬일이야?" "뉴어벤저스 양성에 관련된 당신 의견들으러." 나타샤는 토니가 한 손에 들고있던 커피를 자연스럽게 건네받아-마치 처음부터 토니가 나타샤를 위해 커피 한 잔을 들고온 것마냥 자연스럽게- 한모금을 입에 머금고 꿀꺽 삼켰다. 토니는 갑작스레 커피를 빼앗겨 순간 당황하는 것 같더니 곧 짧게 한숨을 내쉬며 남은 베이글을 마저 우적였다. "나는 할 말 없는데. 애초에 난 누굴 길러본 적도 없는 사람이고." "하지만 양성소 내부의 트레이닝실은 당신이 설계한거잖아." "아 설계만 한거야. 양성은 당신들 쪽이 훨씬 베테랑이잖아, 건물사용설명서라면 자비스를 통해 이미 문서로 보내놨고. 그리고 나 오늘 좀 바빠. 아이언맨 뉴타입이 완성되서 그거 테스트해봐야돼." 거기까지 말하다가 토니는 일순 말을 멈추었다. 무언가에 목을 베인 것처럼 순간 뒷목이 서늘해지는 듯해서. 곧 토니는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홱 고개를 돌려 나타샤를 노려보았다. "젠장. 너 그거 노린거지? 뉴타입 테스트 하는 거 보러 온거지 사실은?" 나타샤는 진한 헤이즐향이 나는 커피의 남은 한모금을 마저 삼킨 후, 짧게 혓바닥을 내밀었다. "어머, 들켰네."
순식간에 좋았던 기분이 확 상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해도, 아직 손바닥 끝에 지난밤 그사람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기분좋았는데. 토니는 눈썹을 찌푸리며 입술을 실룩였다. 영락없는 기분 안좋을 때의 토니의 표정이었다.
"왜 멋대로 보러오고 난리야, 아직도 토니 스타크한테서 뭐 더 빼먹을 게 있어 너희들은? 이 망할 쉴드자식들!"
"어머, 그렇게 저주안해도 쉴드는 이미 망했어. 잘 알면서."
"망하긴 뭘 망해. 망한척만 하는 거면서."
"아니야, 진짜 망했어. 그래서 난 현재 무소속인거고,"
"무소속은 무슨. 조직명만 아직 미처 못정했을 뿐이잖아. 내가 정해주지. '닉 퓨리와 아이들'. 좋지?"
"......"
...진짜 화났나... 나타샤는 또 토니의 말에 맞대응으로 무언가 대꾸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긴 엔지니어로써 민감한 순간이긴 하지. 완성작이 아닌 시험작을 남에게 보이는 것은 저래보여도 완벽주의자인 토니 스타크가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그건 나타샤도 알고있는 거였는데, 아니 결국 이렇게 굳이 오늘 토니를 찾아왔으니 역시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걸수도. 어쨌든 페퍼가 단지 화젯거리로써 가볍게 꺼낸 말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슬쩍 말을 더하게 한 것은 나타샤쪽이었다. 그리고 그자리에 역시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이 오늘은 토니를 찾아가지 않는 게 나을거라고 나타샤를 말렸지만, 그래도 기어코 이곳 스타크타워까지 찾아온 것도 또한 나타샤였고. 그러니까 이건 나타샤의 실수인 거다. 나타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토니는 여전히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나타샤의 또 하나의 실수요인은, 토니가 마크7 제작과정동안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었는지에 대해서 일체 모르고 있다는 것일거다. 또한 순탄치않은 제작과정앞에서 바스러지는 토니의 멘탈을 가까스로 복구하기 위해 그의 연인이 얼마나 그동안 수고를 했었는지도. 나타샤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는 길을 택했는데에도 토니의 비꼬는 말은 멈출줄을 몰랐다. "대체 뉴아이언맨 시승에 대한 건 누구한테 들은거야? 그렇게 입싼 사원들이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있었다니."
"알면 어쩌게."
"당장 잘라야지."
"...그녀를 용서해줘. 내가 채근한거야. 사과할게. 호기심이 앞서서 그만." 나타샤는 순순히 사과를 하기로 맘먹었고, 맘먹자마자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토니는 눈썹을 꿈틀대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순순히 사과하는 사람을 앞에두고 심한 말을 계속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쳇. "...사과할 것 까진 없어." 결국 토니도 그렇게 말했고, 나타샤는 그 말에 조금 안심한 듯 토니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토니도 결국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쨌든 여성은 예쁘게 웃는 게 최고인 것이다.
토니는 천천히 랩실의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도중에도 상의 티셔츠 끝쪽을 양손을 교차해서 잡아들고는 위로 올렸다. 곧 토니의 시야가 잡아올린 티셔츠끝에 가려 어둠으로 둘러싸인다 싶더니 그것은 극히 한순간이었고, 토니가 빠르게 티셔츠를 목에서 전부 빼내어서 다시 눈앞에 탁 트이게 되었다. 아이언맨을 장착하기 위해서 상의를 벗은 것이었다. 토니는 한 손에 든 티셔츠를 바닥 아무곳에나 던졌고 곧 지정자리에 멈춰서서는 가벼운 상체운동을 시작했다. 오른팔을 펴고 왼팔에 걸고는 그대로 왼쪽으로 잡아당기는가싶더니, 몇초 그렇게 하고 난뒤엔 손위치를 바꿔서 이번에는 반대로 그 운동을 시작했다. 나타샤는 여전히 약간 미안한 눈을 한 채로 지금부터 시작될 테스트를 볼까 아니면 나갈까를 고민하며 토니에게 두어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순간 나타샤는,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나타샤는 토니 스타크의 등에 좍좍 그어진 새로 생긴 것 같은 상처들을 발견한 것이다.
"...!"
양 날개죽지에 가까운 등위에 세로로 길게 그어진 손톱자국 같은 것들이 한쪽에 두어개씩 좍좍. 그것도 금방 생긴 것같이 상처자리가 빨갛게 물이들어 아직도 욱신댈 것처럼 부어있는 것이. 나타샤는 그토록 노골적으로 그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가 단 하나밖에 없는 모양의 상처자리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또 처음이라서, 저도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토니 스타크.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가리지?" 나타샤는 새빨개진 뺨위로 자신의 손바닥을 갖다대고는 휙하고 토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뭐? 무슨 소리야. 새삼. 내 벗은 몸 첨 봐?"
왜 그런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다 짓고그래, 그런 소녀스런 얼굴을 또 처음보네. 나타샤면서. 토니는 의아해하며 나타샤를 바라보았고 나타샤는 새빨간 얼굴 그대로 질렸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 등 좀 보라고." "?" 등? 토니는 눈썹을 찌푸리며 어깨를 내리고 고개를 최대한 돌려 나타샤가 시키는대로 자신의 등을 보았다. "우왓, 이게..." 이제야 아셨나. 자기 등에 무슨 영광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말이야. 정말 질렸다. 나타샤는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토니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본 자신의 등위에 난 손톱자국을 확인하고나서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그제야 상처부위가 욱씬댄다는 듯이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 토니는 옆에 가장 가까운 거울로 걸어가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등을 거울에 비춰보고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등에 난 손톱자국을 확인했다.
"아아, 이건..."
이건 어제, 그사람이 만든.
어젯밤을 떠올리니, 괜히 욱씬대는 상처의 부어오른 자국들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걸. 토니는 저도모르게 비죽비죽 웃음이 튀어나왔고, 그것을 참을 수조차 없었다. 토니는 단숨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냇, 마음껏 보고 가. 뭐 궁금한 거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묻고, 다 가르쳐줄테니까! 아니, 아예 그냥 자료도 가져갈래? 아이언맨 설계도도 필요하면 줄테니까 걍 뉴타입 아이언맨 하나 만들어버려~." 얼마나 기분이 좋아졌는지 여전히 시선을 피하고 있는 나타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콧노래까지 시작하는데. 어휴 저 팔불출. 나타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캡틴. 제가 충고 하나 하면 들으시겠습니까?" 바튼의 말에 스티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을테니 말해보게. 호크아이." 타인의 충고에 귀기울이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 바튼의 충고를 들으려고 하는 스티브의 행동거지는 아주 바르고 진지했다. 바튼도 그런 캡틴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훌륭한 만인의 귀감. 그리고 바튼은 천천히 또박또박, 친절하게,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목언저리에 그렇게 밴드를 붙여놓으면 확실히 키스마크는 가릴 수 있겠지만, 하지만 실제 키스마크를 보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야한생각이 들게 만들 수 있으니까 역효과예요."
"...!!!!!!"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바튼으로 하여금 불타는 고구마를 연상시켰다. 스티브는 새빨개진 얼굴로 어버, 어버버 말을 더듬으며 오른손을 들어 진작에 밴드를 붙여놓은 목언저리를 덮었다. "좀 더우시겠지만 목가리는 터들넥을 입는쪽이 차라리 자연스러우실 거 같은데. 없으면 제 거 빌려드려요?" "~~~." 스티브는 점점 혼란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곧 눈물이라도 흘릴듯이 눈동자를 일그러뜨렸고, 어쨌든 바튼은 "아 근데 내께 사이즈가 맞으려나?"라는 말까지 하는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의 스티브, 스티브는... 아아, 스티브 로저스는 결국 그 상황을 버텨내지 못하고 어딘가를 향해 마구 달려나가버리고 만 것이었다. 어어, 캡틴? 하고 뒤에서 바튼이 부르는데에도 멈추지 못하고 스티브는... 목적없이 달려나갔다. 그 누구도 달음박질을 하는 스티브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었다. 물론 스티브도 가능하면 그 누구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곳까지 달려가고 싶었던 것이리라. 캡틴은 연신 속으로 외쳤다. 토니 스타크, 너 때문에. 자넨 이제 나한테 죽었어. 으아아앙. 지금 이시각, 자신의 생명의 위기를 조금도 느끼지 못한 채 토니 스타크는 그냥 신나서 연신 거울앞에서 자기 등을 비춰보고 있었고.
- done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걍 등에 좍좍 손톱자국이 난 토니 스타크가 쓰고싶었습니다 ㅋ
아따 막 쓴 티 팍팍나네요 흐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