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토니스팁

[토니스팁] 연애게임 15. 01. 21

복숭아세포군 2015. 1. 21. 17:04

연애게임

 회사관계의 서류를 보고 있을 때에는 웬만하면 방해를 하지 않는 자비스에게서 왠일로 통신연결이 시도되었다. 토니 스타크는 붉은빛을 깜빡이며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자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류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들리는 자비스의 목소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횟수로 토니의 간을 서늘하게 만들었던가. 활자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 토니는 평소 활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만큼 보통때보다 더 많은 집중을 하고 있는 거였기 때문에 다른때보다 더욱 집중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놓은 회로의 변경. 최첨단 인공지능 목소리에서 도리어 퇴보한 과학. 하지만 그것도, 자비스 스스로가 집요하게 빨간불을 켜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쨌거나 눈앞에서 쉴새없이 깜빡이는 빨간불을 못보고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토니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니를 재촉하듯 더욱 깜빡이질이 빨라지는 빨간단추를 누르면서. "...무슨 일이야, 자비스. 나 시신경 쓸 땐 가능하면 말걸지 말라 했잖아."


 - sir, 로비에 큰일이 났습니다. 지금 안나가보시고 나중에 저한테 왜 진작 안말해줬냐고 원망하는 소리하셔도 아무 소용이 없으실겁니다.


 "...? 대체 뭐야, 젠장."


 토니는 그래도 일단 앉은자세 그대로 내려놓았던 서류를 다시 집어들어 뒤적이는 시늉을 했다. 로비에 무슨 큰일이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전용기타고 뉴욕에 도착할 페퍼의 잔소리 상륙도 나에겐 큰일이란 말이야, 아 이거도 못본 거, 이것도 안본 거, 어이쿠 이거야말로 가장 먼저 봤어야 할. 토니는 있는 힘껏 투덜대었다.


 "내가 각종 신문, 우유권유는 지하1층에서 거절하라고 몇 번 지시사항 내렸던 것 같은데 그걸 왜 타워 최상층까지 오게한건데, 물론 라텍스 이불, 도를 아십니까, 사랑의 성금도 모두 마찬가지고. 대체 말이야, 자비스 너는 아빠가 이렇게 바쁘면말야,"


 "그렇게 바쁜데 미안하네, 스타크. ...하지만 뭘 권유하러 온 것은 아닐세."


 "!!!!!!"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너무 당황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반동에 의해 토니의 데스크에서 각종 서류들이 와르르르 쏟아졌다. 토니의 넓은 사무실의 복도쪽 문에 더 가까운 곳에 선 채, 스티브 로저스는 쭈뼛쭈뼛한 자세로 면목없다는 듯 토니를 쳐다보며 생글 웃고 있었다. - 거보세요. 제가 진작 로비로 안나가면 후회한다 했죠. 시끄러워, 자비스. 니가 그렇게 그렇게 확인사살 안해도 이미 후회하고 있으니까.




 스티브 로저스가 토니 스타크의 스타크타워에 오다니! 몇 번을 초대해도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던 무정한 남자였는데. 더더군다나 지금도 한 번씩 떠오를 때마다 울컥하는 그 '빅 어글리' 발언...!! ...일단 이건 제쳐놓고. 하여간 그렇게나 놀러오라고 졸라대도 한 번도 타워의 1층 회전문에 손 한 번 안대던 남자가 이렇게 최상층 토니의 개인 오피스에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경사났네. 어쩐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좋은 꿈을 꾼 것마냥 기분이 좋더라니. 토니는 책상에서 굴러떨어진 서류들을 주섬주섬 주워준 스티브를 가만히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이다-꿈인지 생신지 아직도 혼란해서-스티브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아들고 나서야 겨우 스티브가 자기를 먼저 찾아와준 현실에 적응할 수 있었다. 토니는 다소 삐걱대는 웃음을 지어보이는데에 간신히 성공했다. "...이게 누구야! 정말 자네가 와준거야, 스티브? 이게 꿈은 아니겠지." 조금쯤은 속마음도 숨길 줄 알아라, 이 멍청이 토니 스타크. 이거야 원 꼬리라도 흔들 기세잖아! 토니는 속으로 그렇게 스스로에게 쫑꼬를 주었지만 솔직히 기쁜마음을 숨길 재간이 없었다. "굿애프터눈. 스타크." 눈이 마주치자 살풋 웃으며 스티브는 긴 속눈썹을 아낌없이 구부렸다. "바쁜데 찾아와서 미안하네. 너무 방해하진 않을테니까." 으아, 저 말 두 번째다. 스티브 로저스의 입에서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말 벌써 두 번째로 하게 만든거야 토니 스타크! 토니는 잽싸게 두 팔을 흔들었다.


 "아니아니, 사실 그렇게 안바빠. 전혀, 전혀 안바쁜데, 너무 안바쁘면 ceo체면이 말이 아닐 거 같아서 일부러 더 바쁜 척 한거거든? 응.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쓸 거 없어. 아, 일단 좀 앉지. 캡."


 "......"


 하지만 스티브는 여전히 쭈뼛한 듯 어색하게 선 채로 머리를 긁적일 뿐 앉을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의자쪽으로 권유하듯 내민 손이 무색해질 정도로. 토니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 의자에 앉았다. 넓은 어깨를 구부리고 묘하게 시선도 피하는 것이, 어딘가 당황하고 있는 것도 같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토니는 턱을 괴며 스티브를 올려다 본 자세 그대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가 석연치않았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 더욱. 저런 표정을 하는 스티브를 또 언제봤더라? 토니는 눈을 깜빡이며 그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던 예전기억을 회상하였다. 그러고보니 스티브에게 처음으로 키스했을 때, 저것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더랬다. 스티브가 방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멋대로 해버린 키스는 쪽소리가 날 정도로 가벼웠고 촉감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는데, 그 잠깐동안의 스티브 로저스의 표정이 정말 다채롭게 변해서 토니는 그 스치듯 했던 첫키스보다 그때 변하는 스티브의 표정에 더욱 가슴이 설레었었다. 다시 그에게 키스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만큼. 처음에는 놀람, 그뒤에 당혹, 서서히 붉어지며 변하는 얼굴빛과 동시에 자신의 입을 가리는 스티브 로저스의 곧고 긴 손가락. 그리고는 곧 어딘가 당황하는 듯, 안절부절 못하는 듯, 할 말을 찾는듯, 그러나 꼭 목이 메어버린 것마냥 눈동자가 푸르게 젖어들어가서.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지않고 토니는 다시 제입으로 스티브의 입술을 틀어막았더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것은, "내 연인이 되어줘." 토니는 눈을 깜빡였다. 어라, 내 연인이 되어줘였던가? 아니, 역시 널 좋아해이지 않았나? 으응? 스티브, 그 날 내가 너한테 뭐라고 말했었지? 나에게 그 말 그대로 돌려줘. 나에게도 말해줘.


 "...라고, ...저기, 듣고있나? 스타크."


 "......"


 그러고보면, 스티브 로저스는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때, 근데 그 할말이 너무 입을 떼기가 힘들때면 딱딱한 호칭-스타크를 쓴다. 무의식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마 본인은 그에 대한 자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토니는 그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뿐인가, 스티브는 오늘 토니앞에 나타나자마자 한결같이 '스타크'라고 부르고 있기까지 하고. 토니는 턱을 괸 포즈 그대로 아랫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왠지 그런 예감이 들긴 했지만, 역시나이지 않은가. 이제 토티는 스티브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를 대충 눈치채고 만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자신의 의지로 타워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무슨 급한 이유가 있어 타워까지 찾아올 정도로 긴급히 날 만나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자신의 의지로 타워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잘 알겠다. 그래서 토니는 기분이 슬쩍 상해버리고야 말았다. 토니는 슬쩍 한쪽눈을 감으며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아니. 잘 못들었는데." 무뚝뚝한 토니의 말에 한층 긴장을 더했는지 스티브는 이제는 아예 두 손바닥을 배앞에서 겹친 채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정말 미안하네. 바쁜 줄은 알지만..." 그 말 벌써 세번째거든. 캡시클. 스티브의 귓불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바쁜줄은 알지만," 네번째다. "저기 내 용건은 정말 잠깐이만 끝나니까... 폐를 끼쳐서 미안하네. 삽십초... 아니, 이십초면 된다네."


 대체 뭐야? 연인의 부탁이라면 토니 스타크도 당연히 싫지 않지만, 묘하게 데면데면한 스티브의 태도는 토니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했다. "뭔데? 캡시클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하지만 일단 말은 그렇게 했다. 어쨌거나 스티브가 이렇게까지 행동하게 만들만한 용건이 궁금하니까. 토니의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뭔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스티브는 고개를 들어 그대로 성큼성큼 토니의 옆에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살아있으면서도 심장이 멎어버리는 경험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


 "!?????!!!"


 아니지, 이번일로 심장이 멎어버리지는 않았으니, 거의 멎어버린거나 다름없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뭔데?

 대체 뭐야?


 "~~!!??? 스티브?!"


 "......"


 대체 스티브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스티브 로저스는 입을 꾸욱 다문채로 그대로 걸어와 앉아있는 토니 스타크의 무릎위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벅지위로 두 주먹쥔 손을 올리고는 더욱 아랫입술을 꽉꽉 깨물기만을 반복할 뿐. 단호한 표정을 짓고있는 것치고는 얼굴 전신이 새빨개져서는 금방이라도 붉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심지어 가느다랗게 떨기까지 하고 있었다. 토니는 입을 쩍 벌린 채 자신의 무릎위에 자진해서 앉은 자신의 연인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스티브는 창피한 지 토니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에도 옆으로 돌린 얼굴에 미동도 없었다. "대, 대체 이게 뭐야?" 토니는 생각이 그대로 입밖으로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스티브 로저스가 자기 무릎에 걸터앉다니, 생전 이런 일이 일어날거라곤 진짜 꿈에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매일밤 내가 스티브의 무릎을 멋대로 배곤 했었지만. 토니는 스티브에게 옮은 새빨간 기운이 퍼진 콧잔등을 찡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무슨일이야? 스팁,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자신의 허벅지를 묵직하게 누르는 스티브의 엉덩이의 부드러운 촉감과 그의 따뜻한 체온에 정말이지 토니 스타크는 하늘에라도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지만, 하지만 토니는 그 황홀경 속에서도 자신의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회전을 외면할수가 없었다. 뭔가 있다. 뭔가 어떤 놈이 스티브한테 무슨짓을 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면 이남자가 자진해서 무릎에 앉거나 할 리가 없다. "......" 스티브는 아무말도 없이 바닥만을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고 있었다.


 그때였다, 토니 스타크의 사장실의 문이 열린 것은. "어머, 진짜 앉았네." "우와. 카메라. 냇, 카메라 있어?" "아니, 없어. 하지만 가져올걸. 아쉬운대로 폰카라도." "아 그래, 폰이 있었지." 그리고 그제야 토니는 자비스가 말했던 경고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sir, 로비에 큰일이 났습니다. 지금 안나가보시고 나중에 저한테 왜 진작 안말해줬냐고 원망하는 소리하셔도 아무 소용이 없으실겁니다.' 그래, 스티브 로저스 한 사람이 로비를 지나가고 있다고 로비에 큰일이 날리가 없지. 저정도 인원이 모여서 한꺼번에 로비를 걸어지나와야 로비가 난리가 나지. 토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에 폰카 하나씩 들고 쉴새없이 찰칵거리며 웃고있는 나타샤, 바튼, 배너, 페퍼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이지?! 너희들 스티브한테 대체 무슨짓 한거야!? 가만 안 둔다!" 스티브는 새빨개진 눈을 깜빡이며 여전히 입을 꽈악 다물고 있었고.


 내기에 진 사람이 십오초동안 상대의 무릎에 앉기.


 스티브 로저스는 속으로 '6초, 7초, 8초...'를 되새길 뿐이었다. 그저 어서 빨리 이 부끄러운 상황이 끝나면 좋겠다 싶은 일념 하나로. 그래서 토니가 어느새 자신을 뒤따라 걸어오던 어벤저스들과 함께 엄청난 입씨름을 시작한 것에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우리 스티브 갖고 놀지 말라 했어 안했어? 어? 스티브가 니들꺼냐?!" "어머, 우리가 스티브를 갖고 논게 아니구요, 우리랑 스티브랑 다같이 논거거든요? 스티브가 트럼프를 못하는 게 죄지." "보나마나 니들끼리 다 짰을거아냐? 가뜩이나 쑥쓰러워하는 것땜에 골치아픈 사람인데 너네들까지 이렇게 협력을 안해주냐? 나 말라죽는 거 보고싶냐?" "토니 스타크가 죽는거야말로 내가 평생 바라는건데." "와- 진짜 너무하네 진짜로 이땅에 내편은 하나도 없는거니?! 어?! 페퍼 당신은 적어도 내편이어야지!?" "일안하는 사람은 내 적입니다.") 그러다가 스티브는 '9초, 10초...'쯔음을 세울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배를 끌어안는 토니 스타크의 손위에 자신의 두 손을 포개었다. 이것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한 것이므로 스티브는 자신이 무슨짓을 한것인가에 대한 자각이 아주 희박하였다. 단지 토니의 손바닥이 주는 체온에 평온함과 따뜻함을 느꼈을 뿐.








 

- done

짧네용. ㅋ

저는 개그가 아주 좋습니다. 개그도 좋고 복닥복닥한 것도 좋고 무엇보다 귀여운 로코물이 좋아요 ㅎ 귀여운 토니도 귀여운 스티브도 아주 좋습니다 ㅋ

사실 트위터에서 모님이랑 먼저 유혹하는 스티브에 대해 막 이야기하면서 뽐뿌질을 당한건데 막상 내가 써보니 걍 귀여운 거만 나왔다는 안타까운 결론 ㅋㅋㅋㅋㅋ 유혹수 어려워요./_ 사실 제가 유혹수를 안좋아하는 것도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될 것 같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아서 금방 썼습니다. 어제부터 이어쓰긴 했지만, 대강 삼십분? 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