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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스팁] BACK HUG 13. 05. 06

복숭아세포군 2014. 3. 20. 17:24

BACK HUG 

 

 단 게 먹고싶어! 토니가 소리치며 거칠게 문을 열었다. 그건 자동문인데 왜 손으로 밀어 들어온 것 같은 손동작을 하고 있는걸까... 스티브는 그런 생각을 하며 원탁형 테이블의 한쪽을 차지한 채 고개만을 들어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토니를 멀겋게 바라보았다. 들고있는 잡지는 통상의 잡지보다 아주 조금 컸는데, 종이는 얇고 광이 나는 재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려, 패션잡지였다. 토니는 왼쪽의 눈썹을 치켜들 수 있을만큼 치켜들며 스티브가 앉아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스티브는 고개를 약간 모로 돌리며 다가오는 토니에게서 조금씩조금씩 떨어지려고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의자 바닥의 바퀴가 드르르르하는 소리를 내며 뒤쪽으로 무게중심을 바꾸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테이블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가까워오는 토니에게서도 조금씩 멀어지고, 멀어지고.... 하다가 결국 토니의 왼손에 붙잡혀 의자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가? ...아무데도 안가네. 스티브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뭘 그렇게 기겁을 하고 그래? 난 그냥 캡틴이 뭘 보고 있었는지가 궁금한 것 뿐인데. 오, 이런! 캡시클이 패션잡지라니!

 

 ...그렇게 놀릴게 뻔해서 기겁을 한거라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놀렸다고? 이런 건 놀린 게 아니고 놀란거 라고 해야한다구? 오, 이런! 캡시클이 패션잡지라니!

 

 알았으니 이제 그만 좀 하지, 토니 스타크.

 

 역시 늙은이라 뭐를 모르네. 원래 이런 건 세 번은 해야하는 거거든? 응? 그러니까 한 번만 더할게. 오, 이런! 캡시클이!

 

 스티브 로저스가 아주 약간만이라도 성격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이쯤에서 아마 통상의 잡지보다 아주 약간 큰 사이즈의 잡지를 토니의 얼굴을 겨냥하여 집어던졌을 수도 있었겠으나, 아쉽게도 슈퍼솔져로서 스티브 로저스가 가장 우선시하는 덕목은 다름아닌 인내심이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그냥 길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탁 짚고 말았다. 뒷목안잡는 게 어디냐, 속으로 생각하며 토니는 깝쭉대던 것을 멈추고 스티브에게서 빼앗아 들다 시피한 잡지를 무성의하게 팔랑였다. 잡지는 얇았고 모델들은 늘씬했으며 가슴이 탄탄하고 다리가 길었다. 팔랑이며 넘어갈때마다 광택이 모델들 얼굴면에서 빛났다. 토니는 테이블 위에 잡지를 내려놓았다. 바튼이 줬나보지?

 

 걘 자긴 만날 쉴드유니폼만 입고 다니면서 은근 스티브 너 사복취향에 간섭하더라? 안귀찮아 캡틴?

 

 ......

 

 스티브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갑자기 진지하게 눈을 내리깔고 말하는 토니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팔짱을 꼈다.

 

 그거 닉 퓨리가 보라고 준건데.

 

 .......(시발)

 

 토니는 잡지를 다시 들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매우 거칠게.

 

 단 거나 먹으러 가지.

 

 토니가 엄지손가락을 들고 자기의 등 뒤 문을 가리키며 자신이 맛있는 스위트를 쏘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진한 눈썹을 위아래로 까딱였다. 스티브가 팔짱을 낀 손을 가만히 꼼지락대다가 이윽고 팔짱을 풀고 뺨을 긁적였다. 난 단 거 별로 안좋아하네.

 

 알아! 아는데! 내가 먹고싶으니까!!

 

 혼자가게.

 

 싫어! 토끼는 외로우면 죽으니까!

 

 아까 트레이닝룸에서 한가한 바튼 요원이 한가한 로마노프 요원과 대화중인 걸 봤는데, 그들은?

 

 쉴드요원은 싫으니까! 닉 퓨리 휘하의 인간들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나도 쉴드요원이네만.

 

 그치만 슈퍼솔져잖아!!

 

 ?????

 

 스티브는 다시 팔짱을 끼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파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토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토니는 입을 다물었다. 이마를 짚고 테이블 위에 팔을 짚어대면서 휘청이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내가 지금 뭐라는 거냐... 천재 토니 스타크의 아성이 운다 울어. 말리지마! 천연에 말리지마! 토니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스티브를 노려보았다. 됐고, 같이 갈거지? 다른 건 다 됐으니까 '네'만 해 '네'만! Yes, sir! 같은거 알았어?! 스티브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Yes, sir.

 

 짧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티브가 앉아있던 의자가 가볍게 뒤로 밀려났고, 스티브는 허리를 곧추 세우는 것과 동시에 의자를 테이블의 제자리로 곱게 밀어넣었다. 의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조용했다. 스티브는 두 손을 허리에 얌전히 갖다댄 후 고개를 두 어번 저으며 뒤를 돌아 방금 토니가 열고 들어온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 앉아 다리를 까딱이고 있던 토니가 폴짝 뛰어 땅에 도착하자마자 꼭 튕겨오르는 것처럼 몸을 퉁기고는 그대로 두 손을 뻗어 스티브의 어깨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스티브의 넓은 등에 뺨을 갖다대고 폭 등을 껴안았다. 실질적으로 토니가 껴안았음에도, 토니 기분에는 꼭 자기가 안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단한 등의 오돌토돌한 등뼈의 감촉이 느껴질만큼 뺨을 깊게 누르자 더욱 그랬다. 뭐하는 건가? 토니. 스티브의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 걷기 불편하니까. 이것참... 투덜대면서도 스티브는 떨어지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단지, 토니가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손을 들었다. 자동문이라서 굳이 손을 들지 않더라도 문은 열렸을 테지만 어쨌거나 자동문은 스티브가 손을 들자마자 소리없이 열렸다. 스티브는 피식, 하고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자자, 왼쪽부터.

 

 왼 발 오른 발, 왼 발 오른 발. 토니는 스티브의 등에 붙은 채로 깔깔깔 웃었다. 이봐, 간지럽네. 토니가 웃는 소리가 등에 닿아 스티브는 등이 간지러워졌다. 그리고 곧 토니의 웃음소리에 자신의 웃음소리를 뒤섞으며, 스티브도 크게 웃었다. 둘의 뒤엉킨 좁은 보폭이 왼발부터 순서대로 복도를 점점이 이어갔다. 둘은 그러고 엘레베이터까지, 약 15초면 도착하는 거리를 5분동안 걸어 겨우 도착하였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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