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토니스팁

[토니스팁] Every sweet day 15. 08. 29

복숭아세포군 2015. 8. 29. 01:23

Every sweet day

 

 스티브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내 사진이 걸려있는 곳에선 도저히 자네를 안을 수가 없다고. 토니는 그게 너무 귀여웠다. 솔직히 토니가 자기 침실에 캡틴 아메리카의 한창 때의 사진을 커다란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방에 걸어놓은 것은 순전히 스티브를 놀리겠다는 이유밖에는 없었다. 어벤저스 타워를 만들 때 대충 비어있는 공간 여기저기에 스티브 사진을 걸은 것도 전부 같은 이유에서. 스티브는 70년 전의 자신의 과장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진들이 대형사이즈로 뽑혀 걸리는 것을 보며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하고, 또 치를 떨었지만, 어느샌가 그것들에 전부 익숙해졌는지 곧 자신의 사진앞에서 굉장히 담담해졌다. 토니는 그게 왠지 아쉬웠다. 자신의 사진앞에서 곤란해하며 슬쩍 얼굴을 붉히고 이것 좀 떼주지않겠는가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스티브 로저스가 계속 보고싶을 따름이었기에. 왜냐면 정말 그토록 귀여울 줄 몰랐었거든. 하지만 토니는 그런 스티브를 능가하는 더 귀여운 스티브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렇게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니가 스티브를 자신의 침대에 누르고 그 위에 올라타자마자, 봐라 이 귀여운 스티브를. 얼굴을 붉히며 내 사진이 걸려있는 곳에선 도저히 자네를 안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귀여운 스티브를. 토니는 예의 그 능글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더는 참지 못하고 스티브의 입술을 덥쳤다. "안 돼. 확실히 그건 아쉬워서 안 되지. 섹스하는 동안 당신이 내 등 뒤에 손을 둘러주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등을 꼬옥 껴안고 파들파들 떠는 게 엄청나게 귀여우니까. 스티브는 얼굴을 붉힌 그대로 눈을 꼬옥 감았다. 토니가 해주는 말에 자기도 무언가, 돌려줄 말이 있어야한다고 한참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스티브는 결국 떠듬떠듬 이렇게 말했다. "...나도 자넬 안고있는 걸 좋아하네. 이럴 땐... 저기, 그게, 안심이 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도저히 섹스란 말은 입에 못담겠어. 그래도 토니는 충분히 만족했고, 스티브가 자신의 마음에 보답하려 노력해주는 것이 아주 기뻤다. "그래그래. 잘 알았어." 토니는 웃으며 스티브의 손을 끌어당겨 더욱 스티브가 자신의 등을 껴안게 했다. 그리고 스티브의 입술에 코끝에 양뺨에, 속눈썹과 목덜미에 키스를 퍼부었다. "아, 그러니까, 토니, 제발 기다리게, 자네 방에서는 못하겠다고, 음, ...앗..." 물론 토니는 스티브의 절박함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단지 스티브가 자기를 껴안은 것보다 더 강한 힘으로 스티브를 껴안고 키스를 쏟아부울 뿐. 곧 스티브의 말소리는 잦아들고 토니의 등줄기 위로 스티브의 신음이 울려퍼졌고.


 깊게 잠든 스티브의 발갛게 부어오른 입술위에 쪽소리가 나게끔 키스를 하고,


 토니는 눈썹을 구부리며 잠든 연인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일찍이 누가 이렇게 상냥한 눈을 한 토니 스타크를 본 적이 있을까.

 

 연인의 얼굴은 이렇게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묘하게 선명하게 빛난다.


 토니는 손가락으로 스티브의 이마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슬쩍슬쩍 쓸어넘겼다. 손끝이 부드럽긴 했지만 제법 깊게 닿았는데에도, 스티브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하, 너무 괴롭혔나. (슈퍼솔저 주제에 피곤한 기색이고.) 눈가가 부어서 미안하네. 토니는 스티브의 입가에다가도 슬쩍 입술을 갖다대고 스티브의 긴 속눈썹이 접힐만큼 주변을 꾸욱 입술로 눌렀다. 스티브의 말랑한 살이 토니의 입술 표면에 닿았다. 음, 기분좋은 감촉. 종일 닿고 있고싶다. 토니는 스티브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슨 다른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침실의 머리맡에 달아놓은 스티브 로저스의 브로마이드를 떼내려고 하는 것일 뿐. 사실 침실에까지 이걸 걸어놓은 것은 정말로 장난의 일환이었고, 토니는 자신의 침실로 스티브를 데려왔을 때 스티브가 엄청나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 모습을 오늘 실컷 보았으니 만족한 것이다. 스티브가 토니에게 안길 때 자기 사진이 있는 공간은 싫다는 의사표명을 하기도 하였고. 괜히 장난삼아 단 이것때문에 스티브가 섹스에 불만족스러워지는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 토니는 벽에서 떼놓은 스티브의 브로마이드를 향해 짧게 한숨을 내쉬며 피식하고 웃었다. "묘하게 젊네." 연령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인데도, 사진빨이라 그런가 사진자체의 컨셉때문에 그런가- 브로마이드 속의 스티브 로저스는 묘하게 아주 젊어보였다. 아니 어려보이기까지 했다. 볼이 팽팽하고 이마가 반듯한 아주 젊디젊은 미남. 촌스러워보일정도로 우스꽝스러운 히어로 유니폼에 억지로 만든 게 분명해 보이는 상큼한 미소, 경례를 하는 손끝의 어색함까지. 토니는 저도모르게 브로마이드 속의 스티브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다가, 그의 이마위에 쪽하고 키스를 했다. 어둠속에서 토니 스타크가 브로마이드와 키스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공기가 흔들리는 그 소리에 곧 퍼뜩 정신을 차린 토니가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으아, 내가 지금 대체 뭘하는 거야? 토니는 괜히 제발저린 도둑처럼 좌우를 확인하며 고개를 돌렸다, 방안에는 자기들 외엔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토니는 침대에서 자고있는 스티브의 얼굴까지 한 번 바라보았다. 다행히 스티브도 깨어있지 않았다. 토니는 긴 한숨을 소리없이 내쉬었다. 으아, 이 일은 비밀. 평생 무덤까지 갖고가야할 영원한 비밀! 이게 뭐냐 실물을 옆에 두고 얼간이처럼! 비명횡사한 모 빠순이 시크릿요원도 아니고! 토니는 브로마이드를 서둘러 돌돌 감았다.


 어쨌든, 토니는 그의 브로마이드를 버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잘 말은 브로마이드를 어떻게 할까 잠깐 생각하다가 토니는 곧 책상의 어딘가에 그것을 세워놓고 다시 침대에 올랐다. 침대는 토니가 움직여도 조금도 출렁이지 않았고, 토니는 스티브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고도 다시 그의 등뒤에 달라붙을 수 있었다. 그리고 토니가 스티브의 목덜미에 코를 묻자, 스티브가 조금 움찔거렸다. 깬건가? 아니, 깨지 않았다. 단지 스티브는 순간 목덜미에 토니의 숨결이 닿아 잠결에 뒤척인 것일 뿐이다. 토니는 어깨너머의 스티브를 바라보며 스티브의 목덜미에 또 쪽하고 소리내어 키스했다. 아아, 가능하면 이 밤이 영원하길 바라건만. "스티브. 내 꿈속에 나와줘." 한순간도 널 보지않는 시간이 있길 바라지 않으니까. 토니는 스티브의 목덜미를 끌어안은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선명히 그려지는 내 품속의 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니, 토니는 스티브보다 자기가 먼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놀랐다. 토니는 스티브의 신체능력에 관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그러니 이런일은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스티브보다 먼저 토니가 일어나다니. 더더군다나 스티브가 먼저 잠이 들었음에도. 혹시 스티브가 정말로 피곤했었나? 내가 연인이 사실은 엄청 피곤하고 컨디션도 엄청 나빴던 걸 조금도 눈치를 못채고 밤새 내내 괴롭혀댔던거라고? 뭐야 대체, 언제는 다섯번 연속을 해도 눈 하나 깜짝안하고 다음날 허리가 나간 나를 내려다보며 운동부족이 어쩌고 그랬었던 사람이! 토니는 서둘러 상체를 들어 여전히 잠들어 있는 스티브의 안색을 살폈다. 색색하는 스티브의 가느다란 숨소리. 다행히도 스티브의 안색이 크게 나쁘다거나 그래보이지는 않는다. 토니는 겨우 숨을 골랐다. 정말로 그냥 단순한 늦잠인 건가. 컨디션이 나빴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대체, 이 슈퍼솔저의 몸이란 건 모르겠는 부분 투성이다. "늦잠을 자는 스티브 로저스라니. 이렇게 어색한 단어조합이 세상에 또 있을까." 사람 걱정도 어지간히 시키라고.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스티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밤새 체온이 내려갔는가 스티브의 머리위부분이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토니는 왠지 이불을 잡아당겨 스티브의 어깨 위까지 덮어주었고.

 

 

 

 

 

 

 

- done

 

신혼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