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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스팁] First contact 下 14. 09. 14

복숭아세포군 2014. 9. 14. 21:56

First contact 下

 

 스티브 로저스를 보면, 솔직히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져서. 토니는 지난밤 스티브를 강제로 쉬게 만든 일을 솔직하게 마음에 걸려하며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찝찝한 기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건 전적으로 토니가 일방적으로 스티브를 괴롭힌거나 마찬가지의 못난행동이었던지라 다른 변명의 여지라거나 무슨 빠져나갈 구멍같은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사과를 해야하는 건 맞는데, 사실 지금 토니는 자신의 멋대로의 행동에 대해 스티브에게 사과를 해야한다는 그 단순한 마음가짐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란 말이야, 솔직하지 못한 비뚤어진 성격 형성은 전부 다 유년기의 좋지 못한 가정환경의 산물이다 이거야, 에잇 빌어먹을. 또 얼굴 보면 빈정이나 될 것 같아 토니 스타크는 내심 이런 자기자신이 끔찍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새벽, 연회를 파하고 자비스에게 물어 찾아간 스티브 로저스가 혼자 고개를 떨군 채 얕은 잠에 빠져 기대고 있는 소파를 내려다보며, 여러 복잡한 내면을 견디지 못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던 때처럼.

 

토니는 진작에 스티브가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목시계형으로 만들어둔 자비스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생체반응에 대한 정보를 초단위로 갱신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티브가 거의 일층 엘레베이터 문앞에 서 있을때쯤부터 심장이 요란하게 뛰어서, 토니 스타크는 과부하를 일으킬 때처럼 불순한 기계음을 내지르는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밝은 코발트 블루의 형광빛이 가끔씩 점멸하며 토니의 새하얀 블라우스를 물들였다. 아 이 멍청한 새끼야. 니가 그렇게 멍청한 소리 질러대봤자 저 아둔한 영감한테는 아무것도 안들릴 거거든. 얼굴이 이렇게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워져봤자 내 얼굴이 붉어진 것에 대한 원인따윈 눈치채지도 못해. 기껏해야 '병원에 가봐야하겠군.'혹은 '주치의에게 전화해주게', 심지어 후자는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니라고. 토니는 보지않아도 붉게 변했을 게 뻔한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내리며 조만간 스티브에 의해 열릴 자신의 방문쪽을 흐린눈으로 쳐다보았다. 붉게 물든 코끝이 손바닥에 눌려 점점 더 열기가 확산되어갔다. 얼굴을 보자마자 안녕? 잘잤어? 어제는 미안했어. 어린애처럼 심통부려서 미안해. 오늘부터 다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는 토니 스타크? 토니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렇게 말하는 토니 스타크가 이세상에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토니 스타크가 진작에 있었다면 처음부터 지금의 내가 스티브 로저스의 신뢰를 잃는 토니 스타크가 되어 있을리가 없잖아!! 토니는 절망하며 차마 내지를 수 없는 비명을 내지르듯 양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사과고 뭐고 사실 토니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다. 스티브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 없어지고 싶어. 쥐구멍 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엇!

 

 그러나 어쨌건 그것은 토니의 내부에서 일어난 개인적 혼란이었고, 토니 스타크의 겉으로 발현되는 그의 자존심은 또한 스티브가 시시각각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아무렇지도 않은 외면적 형상을 완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토니는 어젯밤 일따위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듯 태연한 척하는 가면을 완벽하게 뒤집어 썼다는 이말이다. 스티브 로저스가 슬슬 자신이 있는 방 앞에까지 다가왔을 때쯤, 토니는 짐짓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척 소파위에 다리를 꼬고는 가까운 테이블 위의 잡지를 하나 펼쳐들었다. 마치 내면의 혼란따윈 조금도 없고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잡지를 보고 있었다라고 하는 태도였다.

 

 똑똑. 스티브는 짧지도 길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문을 노크하였고, 그 소리가 무척이나 정중하게 들렸다.

 

 언제나 그래왔기 때문에 평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완벽한 포커페이스로 토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그래서 스티브가 문을 반쯤 열어 그의 방으로 들어왔을 때 토니는 정말로 계속 잡지를 읽고있다가 자기가 문을 두드려서 고개를 들어 자기쪽을 쳐다보았다라고 하는 설정그자체의 모습으로 보였다. 스티브는 무뚝뚝하게 굳은 입매를 한 채 토니의 방에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다. 문은 거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잘잤는가."

 

 소파에 허리를 기대다시피하고,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 발끝을 꼬은 채로 한번씩 까딱이며. 토니는 태연한 척 하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삐걱거리는 가슴 속 소리를 듣고 있었다. 스티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가라앉은 것처럼 들렸다. "어. 물론." 그럼 스스로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것도 같고, 조금 성급하게 빨라져 있는 것도 같고. 아 모르겠다. 그냥 지금 당장 바닥이 꺼지던가 천장이 무너지든가 해서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해줘. 저 남자랑 날 둘이 남겨두지 마.

 

 그리고 토니는 스티브가 자신의 정장자켓을 말끔하게 반으로 갠 채 왼손에 걸쳐 들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대로 경직하여 목 한 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스티브의 팔에 걸려있는 자신의 자켓에 눈을 고정시키고야 말았다. 십수년간 단련해 온 포커페이스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물론 아니었어서 토니의 표정은 거의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그 눈만은 스티브의 왼쪽 팔에 걸려있는 자신의 자켓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토니의 시선을 대번에 깨닫고 스티브도 약간 어색해하였으나 곧 토니의 자켓을 토니가 앉아있는 소파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내렸다. 토니의 시선이 자신이 소파에 걸쳐둔 자켓에까지 따라오는 것을 목덜미로 느끼면서, 스티브는 괜한 헛기침을 두어번 하였다.


 "고맙네. 잘 빌려썼네."


 "...아니, 뭘. 별말씀을."


 "......"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티브는 평소와 다름없는 토니 스타크의 경호원 모드로 돌아갔다. 오늘의 시장으로써의 토니 스타크의 스케쥴과 경호의 배치점검 기타등등. 토니가 앉아있는 소파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허리를 곱게 펴고 서서 서류에 눈을 떼지 않는 그의 모습을 잡지 너머로 두어번 쳐다보면서, 토니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자켓으로 시선이 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인사했어. 고맙다라고 했다구.


 그러는 넌 미안하단 말 한 번을 못하는 구나. 멍청이. 토니 스타크는 한숨을 내쉬며 잡지를 배위에 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눈을 감쌌다. 스티브의 시선이 잠깐 닿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확인해볼 여력이 없었다. 가슴의 것이 삐걱대는 소리가 다시금 커졌다. 에이 멍청한 놈. 혼자 그렇게 애달파해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구. 표현하지 않으면...












 "치즈버거 하나만 사올게."라는 말은, 토니도 사실은 하고싶지 않았다. 이제와 새삼스럽지만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목숨을 위협받고있다고 하는 이런 상황에 혼자 제멋대로 움직이려 드는 짜증나는 위인역도 이제 그만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토니는 도저히 혼자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지난밤의 분풀이라도 하는듯-물론 이것은 토니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스스로의 자책이 만들어낸-스티브는 한시도 토니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를 경호하였고, 그것이 토니를 지치게 했다. 토니는 그에 대한 마음의 응어리가 있는 채로 그 남자 옆에 계속 있는 것이 솔직히 힘들었다. 그래서 토니는 스티브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남아있던 쉴드요원에게 그렇게-"치즈버거 하나만 사올게."- 말하고 요원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호텔에서 도망치듯 나와 어제 인터뷰가 있었던 커다란 공원에 와버렸다. 아이언맨 슈트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단시간에 날아왔으니 스티브가 자신을 뒤따라 온다하더라도 한참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마음을 정리하리라. 토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토니 스타크는 공원의 커다란 호수 옆에 있는 벤치 아무곳에나 털썩 주저앉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썬글라스밖으로 맑은 정오의 햇살이 쏟아졌다.


 표면적으로 스티브가 자신을 지키게끔 해놓고, 사실은 토니가 스티브를 지키려 하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 사실은 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불쑥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에게 미움받고싶지 않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에게 미움받을 짓만 골라하고 있어. 이렇게 도망치듯 빠져나와버린 나에대해 또 얼마나 실망을 하고 있을까. 아아, 스티브의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눈동자가 벌써부터 눈에 선해... 토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흘러내리는 썬글라스를 쓸어올렸다.


 이제와서, 정말은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해봤자,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것이 뻔하다.

 분명 그렇겠지.


 나같아도 그럴 거야... 토니는 입안으로 생살을 곱씹으며 멍하니 앞을 쳐다보았다. 어제보다 인파가 적은 공원의 풍경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단지 썬글라스 밖에서 차단되는 자외선에 뺨이 따가운 것 같은 촉감을 느끼며 토니는 수염이 난 뺨 언저리만을 손등으로 연신 쓸어대고 있었다. 이제와 얼음속에 얼려있었던 것을 처음 목격한 그 날부터 이미 반해있었다고 고백해봤자 소용없다. 안그래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다른 감정이 싹틀기도 어려운 요건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이따위 성격까지 나를 방해를 하니까. 게다가 상황도 상황이다. 같은 마음을 바라기는 커녕, 함께 저녁식사하자고 권유하기에도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그때였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토니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던 그 때. 어딘가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고 비명소리는 처음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 뒤를 이어 줄줄이 터져나왔다. 한 명의 소리가 아닌 것이다, 서로 다른 음역의 높고 가느다란 비명이 여러 개 동시에 터져나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 뭐야!?" 토니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평온한 공원안이었는데, 갑작스레 이게 무슨. 토니가 자리를 박차자 마자 토니의 뒷 배경의 호수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던 새들이 한꺼번에 날개짓하여 날아올랐고, 그들의 급한 날개짓에 튄 물방울들이 토니의 주변에서 산산이 부서져갔다.


 조금 달리자 비명소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열댓명의 양아치들이 몰려와 몇 명의 여성들 주변을 에워싸고 그들의 핸드백을 뺏으려는 시늉과 동시에 희롱을 하고 있었다. 이 고즈넉하고, 범죄와는 가장 거리가 먼 것 같은 공원에서조차 저런 녀석들이 있다니... 토니는 열댓명의 남자들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의 뒷통수를 내려치고 그가 쓰러짐에 생긴 틈을 통해 그들이 에워싸고 있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눈물범벅이 된 여성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토니는 그들을 자신의 등으로 안으며 그들을 토닥였다. "이제 괜찮아요." 토니의 등뒤에서 몸을 움츠리며 여성들의 우는 소리가 한계점에 닿아 더욱 크게 퍼져갔다. 그들을 둘러싼 양아치들은 갑작스런 불청객이 마음에 들지 않은 지 토니를 향해 온갖 저질스런 욕을 내뱉으면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흉기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그 때 토니의 등뒤에 숨어있던 여자 중 하나가 누군가가 꺼내 든 총을 보았는지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귀가 다 얼얼해지는 그녀의 비명소리 덕택에 토니도 누군가가 꺼내든 총을 볼 수 있었다. 자, 이것들을 어떡한다. 이정도면 슈트를 입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가령 이기지 못해도 공원 멀찍이의 몇몇 사람들이 이 소란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으니 조금만 버티기만 해도 이쪽의 승리지. 하지만 총기류는 위험했다. 지금 현재는 단순히 토니를 무섭게 하려는 협박용일뿐이지만 섣불리 자극하여 남자가 정말 쏘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헛것이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버릴까... 왼쪽 손목시계에서 빨갛게 깜빡거리는 자비스의 경고음. 아아. 어떻게 해야할까. 스티브.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이자리에 일반인이 아무도 없고 나뿐이라면, 차라리 모든 것이 훨씬 더 쉬웠을테지.


 하지만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총구 앞에 위협을 당하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워 죽을지경인데, -심지어 그 총에 맞기까지 한다면


 그것보다 더 한 불운이 대체 어디에 있겠어.


 그래. 역시 내가 잘못한 거야.


 너에게 그런 불안을 안게해선 안 되는 거였는데.


 혹시나 나때문에,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총을 맞게되거나 그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감을


 네가 안게 만들면 안 되는 거였어.


 역시 내가 잘못했어. 스티브. 돌아가면 솔직하게 사과하겠어.


 그런데 네가 나의 사과를 받아줄까?



 

 


 



 


  양아치 몇몇이 토니를 덮치기 위해 달려나왔고, 그들의 태도는 상당히 무식해보였다. 토니는 몇몇의 자기보다 체구가 큰 남자들을 쉽게 넘어뜨릴 수 있었다. 그들의 거의 느려보이기까지하는 주먹을 피해 목줄기를 내려치거나 가드가 텅 비어있는 배를 한 발 차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몇몇의 비교적 빠르고 강한 양아치들도 있었고 그들은 두서없이 단체로 토니를 향해 주먹을 찔러왔지만, 토니는 단지 열개가 넘는 주먹의 수에 잠시 스치듯 뺨을 맞거나 썬글라스가 날아가거나 할 뿐 그들에게 결정타를 맞는 법은 일체 없었고 침착하게 그들을 넘어뜨렸다. 나이프를 빼들고 토니를 찌르려한 남자는 도리어 그 나이프에 손바닥이 도려난 듯한 상처를 입고 쓰러졌고, 그 주변에 쓰러진 양아치 대부분들이 토니 스타크의 비싼 구두의 굽모양이 얼굴언저리에 남은 채였다. 토니는 숨을 고르며 잠시라도 틈이 나면 다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많이 무섭죠? 조금만 참아줘요. 곧 다 처리할테니까." 그리고 종종 위로의 말을 속삭이면서 눈물을 떨구는 여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몇 번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양아치들도 있었지만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양아치들도 물론 있었고, 그들은 약이 바싹 올라 대부분 아까보다 더욱 거칠어져 있었다. 이거 큰일이군. 총을 쓰겠는데. 역시 슈트를 제일 먼저 꺼내입는 게 좋았을지도... 토니는 여자들에게 뒷걸음질로 여기에서 벗어나라고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그 때 누구랄 것도 없이 몇몇의 양아치들이 동시에 총을 꺼내어 장전하였다. "이쌔끼야----------" 그리고 강한 된발음의 거친 욕과, 고함에 실린 부조리한 분노가 함께 쏟아지고, 토니 스타크는 정확히 자신을 향해 겨냥된 여러개의 총의 입구를 보았다. 맞는다!


 토니 스타크는 양아치들에게서 등을 돌려 두 손을 전부 벌리고 여자들의 머리를 껴안아 그들을 자신의 가슴속에 전부 품었다.


 아무도 총에 맞게 하지 않으려고.


 다른 방법도 분명 있을텐데, 내 몸 던지는 이런 방법 말고. 분명 전에는 짧은 순간에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려 했을텐데.


 지금 토니 스타크는 이렇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이들 중 그 누구도 총에 맞아서는 안 된다는 그 생각밖에는.


 "......???"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여자들을 부둥켜안고 전에 몇 번 맞아봤던 총알에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각오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데, 고통이 안온다. "...????" 그러고보니 총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토니는 여자들을 껴안은 두 팔에 힘을 빼고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오는 것은, 그저 가벼운 한숨.


 대부분의 양아치들을 한순간에 제압하고, 마지막 양아치의 손목을 비틀고 있는,


 스티브 로저스는 그렇게 토니를 등진 채 서 있었다.


 눈이 부신 건 썬글라스가 없어서이기 때문... 일리가 없겠지.


 당신이라서인가.


 토니는 스티브의 등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래도 백주대낮에 일어났던 격투전이었기 때문에 없었던 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이었던 것 같다. 아주 단시간에 토니 스타크의 활약상은 전세계에 퍼졌다. 물론 공원에서 있었던 목격자의 핸드폰촬영 영상들이 유튜브에 떠 최고의 조회수를 찍은 것 때문이었으며, 어떻게 알고 대번에 찾아온 방송국에서의 생방송 인터뷰때문이기도 하였다. 여자들을 양아치에게서 맨몸으로 지켜낸-슈트를 입지 않은 채로도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히어로라는 타이틀이 붙었다-토니 스타크 시장의 주가는 그어느때보다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이 기세로 가다간 다음 선거때에도 뽑힐지 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저기... 내가 직접 할 수 있는데." "......" 토니는 묵묵부답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는 스티브를 바라보며 결국 자기도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저 상처치료에만 여념이 없다. 스티브는 풍부한 경험에 기반한 능숙한 솜씨로 토니의 몸 여기저기에 난 생채기 위에 약을 바르고 그 위에 반창고를 바르거나 파스를 붙이거나 하고 있었다. 살갗이 찢어져 피가 많이 흘렀지만 씻고보니 심하다싶은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토니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왼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스티브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목에 집중하고 있는 스티브의 긴 속눈썹이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토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공기가 따갑다. 스티브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났나봐? 캡시클."


 "......"


 "아무도 안다치고 잘 끝났는데. 당신이 그렇게 화를 낼 이유가 뭐가 있어? 아, 아니다. 그런게 아니라 당신 나한테 화가 난거지? 여전히도. 하긴, 나란 놈은 심지어 몰래 빠져나가기까지했으니."


 "......"


 사과해야지! 사과한다고 결심했잖아. 토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저기, 그동안 계속 미ㅇ..."


 "그런게 아닐세! 의외로 바보로군 자네!"


 그리고 스티브는 토니의 말을 성급하게 잘라먹고 토니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화가 나 있는 목소리가 평소의 스티브답지않게 다소 사나운 말투로 흘러나왔다. "...뭐야. 그말투는." 큰 결심을 하고 내뱉으려고 한 사과의 말을 방해받으니 괜히 기분이 불퉁해져 토니는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면서 불쑥 퉁명하게 말을 던졌다. "화가 났으면 분명히 말하라구. 잔소리쯤은 들어줄테니." 스티브는 구급약품을 서둘러 정리하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토니를 외면했다. 그리고는 선 채로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의 앞머리를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렸다. "...자네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단 말일세."


 "아직 협박범의 실마리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데! 제발 조심 좀 하게. 이번일은 별일아니었지만 그들이 자네를 노리는 어딘가의 전문조직의 암살자였으면 오늘처럼 쉽게 일이 정리되진 않았을걸세. 이런일은 정말이지 두 번은 사양일세!"


 "어..."


 "걱정 좀 끼치지 말란말이야. 알아듣는가 스타크."


 "......"


 아니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고

 그건 거짓말인데.


 사실은 목숨을 위협받고있는 건 내가 아니고 넌데. 그러니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데. 토니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자신에게 등을 내보이고 있는 스티브를 바라보았다. 그렇군. 넌 지금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걱정을 하고 있는것이로군. 스티브는 이마위를 자신의 주먹으로 꾸욱 누르며 화를 참고있는 것 처럼 보였다. 등 뒤에서도 자신이 마구 헝클어뜨린 앞머리칼의 순서가 헝클어져 이마에 아무렇게나 퍼져있는 것이 보였다. 토니는 스티브가 감아준 손목 위 붕대를 여전히 매만지면서, 스티브의 앞머리칼을 만지는 상상을 하였다. 오른손을 들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가지런히 앞머리칼을 빗어서 정리해주고, 당신이 평소에 하는 것처럼 흐트러진 앞머리를 위로 쓸어넘겨 말끔하게 빗겨놓는. 그리고는 그 뺨도 한 번 쓸어보고, 턱선을 타고 쓰다듬어도 보고, 가능하면 한 번 끌어안아버리기도 하는 그런 상상을. 그리고 토니는 스티브가 후, 하고 숨을 고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스스로 자신의 앞머리를 이마위로 쓸어넘기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아, 이제 알았다. 처음부터 왜이렇게 스티브 로저스가 무뚝뚝하였는가를.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어서.


 내 옆에 있는 게 싫었던 게 아니야.

 단지 내가 걱정이 되었던 거지.


 그렇지?


 "...미치겠네."


 순식간에 빨개진 얼굴을 하고, 토니 스타크는 벌렁 소파 뒤로 누워버렸다. 상처치료를 위해 웃통을 벗고 있어서인가 소파를 덮어둔 시트의 차가운 기운이 맨살에 닿아 몸이 차가워져갔다. "왜그러나? 역시 아픈가? 얼굴이 빨갛군, 병원에 연락을 해야겠어." 어이쿠, 저거봐. 저거봐라. 어쩜 저렇게 토시 하나도 안틀리고 정확하게 저 말이냐. 토니는 화끈거리는 뺨을 제 손으로 꾹꾹 누르며 힘없이 하하, 하고 웃었다. "아냐. 됐어. 열나는 거 아니니까." 이따위게 뭐가 아프겠어. 네가 때렸던 어깨의 아픔에 비하면 이것들 따윈 생채기 조차도 아니라고. 실제 스티브가 때렸던 고통보다 그에게 미움받았다고 생각한 마음의 고통에 더 괴로워했었던 토니였는데, 그러니까 그건 다 쓸데없는 자신의 오해였던 것이다. 토니는 벌렁 누운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스티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은 건가?" 그는 토니를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보고 있었다. 이런이런. 언제부터 그런 눈을 하고 보고 있었던 거야? 아니, 혹시 가짜협박범 이야기가 그 귀에 들어간 처음부터 계속 그런 표정 짓고 있었어? 미치겠구나. 진짜 미치겠어.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데 무슨 재주가 있는게 분명해 캡시클 당신. 토니는 다시금 자신의 귓바퀴 안쪽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자신의 심장소리에 지배당한 채 심호흡을 반복해야만 했다. 이런 멍청이. 멍청이 자식. 미움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금방 이모양이야. 이러다 혹시 노력해서 사랑이 이루어지기라도 하면 부서지는 거 아냐... 아 진짜 이런 제길. 심장이 너무 뛰어서 아플 지경이다. 나보고 뭐 어쩌라고. 대체 뭘 어쩌라고.


 금방이라도 스티브에게 들킬 것처럼 심장소리가 너무나 커서. 하지만 그에게 들킬리가 없겠지, 이 커다란 소리에 지배당하는 것은, 현재는 나 혼자뿐.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저기,"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저녁이나 같이 먹자. 스티브."


 내가 이 새로운 고통을 감당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당신이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그러고보니 당신 스타크라고 불렀지 날. 그 호칭 딱 질색이니까 앞으로는 토니라고 해 토니라고. 알았어?" 접시위를 달그락대며 토니가 짐짓 화를 내며 그렇게 말해서, 스티브는 어색하게 "...알았네."라고 대답했다. 토니가 통화로 긴 시간 공을 들여 주문한 호텔의 룸서비스는 아주 훌륭한 맛이었고 호텔 밖 야경도 사진에서나 보는 듯 환상적이었지만, -이런 장소에서 토니와 단 둘만의 저녁이라니, 스티브는 솔직히 식사하는 내내 이 상황이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뭔가 음식맛도 잘 안느껴지는 것 같고, 토니는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천천히 음식을 먹는 것 같은데 한번씩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묘한 웃는 얼굴을 하고... 스티브는 괜히 더 어색해져서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하지만 어쨌든 어색한 것은 어색한 거고, 사과는 사과다. 스티브는 간신히 입을 열어 아까부터 토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그건그렇고, 스타.. 토니. 며칠전 내가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싶어. 일반시민을 위험에 몰아넣는 사람이라며 자네를 의심했었지. 자넨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아주 잘 알았네. 그동안 조금이나마 의심해서 정말 미안했네." 스티브가 사과를 끝내고 토니를 바라보니, 토니는 문득 한쪽 눈썹을 찌푸린 채로 불만이 있는 듯 아랫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당신은 사과가 쉽게쉽게 나와서 좋겠어." "?" "천성인가... 부럽네..." "..??? ???" 스티브는 토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다가, 결국 어떻게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남은 물을 들이키기를 반복하였다.

 

 


 

 

 

 

 

 

 

 

- done

 

드디어 완결편 씀 ^0^/

 

토니는 이대로 시장을 계속할 것인가? 토니는 스티브에게 과연 진실을 알려줄 것인가?

나도 모르겠다!! 0ㅅa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모르겠음여...-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