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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스팁] Like a fool 14. 09. 19

복숭아세포군 2014. 9. 19. 20:28

Like a fool

 

 스티브는 내가 늦은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적이 없었다. 늦은밤에 전화를 건다는 상황자체가 욕먹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거는 족족 기필코 받으니까 이상하게 죄책감이 무뎌지면서 이시간에 전화하는 것이 마치 하루의 일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새벽 네시가 오기전에 잠 드는 것이 대체 언제적 일이었을까. 십대? 이십대 언저리? 거칠어진 턱수염을 쓸어내릴 때 손바닥에 느껴지는 따가움에 희미한 수마조차 전부 몰아내기를 반복하는 것은 또 언제부터. 문득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진한 눈썹 사이의 깊은 미간에서 꼭 빌어먹을 하워드 스타크를 떠올리게 된 것은 삼십대 후반부터였을까? 스티브. 또한 내가 이 새벽의 몇잔째인지 기억도 나지않는 커피를 다시금 한 잔 하면서, 너에게 거는 이 전화는 대체 몇백번째인지 알고있어? 인공적인 신호음은 다섯번을 넘기지 않고 상대방의 전화수신을 알렸다. [...자넨가] 전화를 받으면서도 바로 말로 내뱉어지지 않는 잠긴 목소리. 잠에 빠져있던 그 목소리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숨고르기시간은 나의 커피 한모금을 입에 머금어 목너머로 꿀꺽 삼키는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스티브. 이 몇백번째인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전화의 횟수에도, 나는 당신이 내가 건 첫 전화를 받았을 때를 기억해. 그땐 '자넨가'가 아니고 '네. 로저스입니다.'였는데. 그 첫말이 너무 신선해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네, 로저스입니다. 그때부터 당신이 나의 전화를 받을때의 나의 첫대답도, 이걸로 정해지고 말았고. "네, 스타크입니다."


 [그래, 스타크. 또 이시간에 전환가]


 "응. 또 이시간에 전화했어. 근데 토니, 토니라고 불러라 제발."


 [그럼 '네, 스타크입니다'라고 하지말고 '네, 토니입니다'라고 해]


 "음ㅡ 싫어."


 [후우. 싫으면 별 수 없지]


 "응. 싫어."


 [알았네. 지금 뭘하고있나 자네]


 "방금 샤워하고 나와서 지금은 커피 한 잔 하고 있어. 앞으로 네모금 정도로 나눠서 마실 예정이야."


 [뜨거우니 조심해서, 천천히 마시게]


 "응, 그럴게."


 [머리는 충분히 잘 닦았겠지? 머리에 수건 올린 채로 돌아다니지 말게. 기왕 샤워해서 몸이 따뜻할 때 얼른 침대에 들어가고]


 "알았어, 알았어."


 노친네 잔소리 시끄럽다 하는 태도로 스티브의 목소리에 적당히 대꾸하면서, 머리에 올린 수건을 내려 적당히 아무곳으로나 던졌다. 이젠 마치 보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구나 당신. 앞으로 두모금 남은 커피잔을 들어 침대까지 걸어가는 그 삼십초동안, 스티브의 이것저것 하는 말을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강제로 풍요로운 수면에서 뜯겨져나와 몸은 무겁고 여전히 졸릴 것인데 나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해야해서, 지금 스티브는 아마 그 어떤때보다 가장 정신이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새벽의 스티브는 항상 평소보다 훨씬 말의 어미가 부드럽게 뭉개져 있다. 잘생각나지 않는 단어를 신중하게 꺼내려는 듯이 말과 말사이의 텀도 길어, 말도 그 어느때보다 느릿느릿하게 흘러나온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속삭여서 때론 귓속이 간지럽다. 나는 커피를 마저 털어넣고 그대로 커다란 침대에 올라가 베개에 머리를 뉘이고 이불을 어깨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과연, 샤워를 막 해서 몸이 따끈하고, 이불은 그 어느때보다 푹신하고 촉감이 부드럽다. 당신이 없어 침대는 쓸쓸하고 마음은 외롭지만, 의외로 견딜만하다구.


 "스티브. 당신 내일 일정은 뭐야? 데이트하자."


 [아... 이 패턴 또 언젠가에도 들어본 적 있는데...]


 "항상 내가 데이트신청하잖아. 가끔은 당신쪽에서 먼저 말걸어주면 안되냐고 내안의 소녀가 울고 있어."


 [내가 먼저 데이트신청을 할 틈을 자네가 주질 않는데 어떻게 내가 먼저 말을 건네겠나. 그런 말은 일주일정도는 전화를 안하고나서야 할 수 있는 거네]


 "됐고, 새우좋아해? 새우."


 [...좋아하네. ...내일 나는 A지구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라 시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오케이. 끝나면 전화줄거지?"


 [그래. ...행여나 찾아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응? 내가? 미쳤어? 안 가. 얌전히 기다릴게."


 [그 말이 단순한 말뿐임이 아니길 바라네]


 당연히 단순한 말뿐이다. 이 말이 어떻게 진실되기를 바랄까. 당신은, 매번. 스티브에게 하는 이야기의 절반이상이 단순한 거짓말로 허공에 녹아 사라질때마다 나는 오히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토니 스타크, 또 밤을 샜나? 아니야, 나 좀 잤어. (사실은 3일째 밤샘 중) 토니 스타크, 일은 제대로 했겠지? 그럼, 제대로 했지. (사실은 서류가 잔뜩 밀려서 페퍼를 울리고 말았지만) 토니 스타크, 내가 전화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되네. 아 그럼 물론이지. (사실 벌써 A지구까지 갈 겉모습만 리무진인 장갑차를 예약해놨지롱)


 "내일봐. 그리고 다치지 마, 달링."


 [...내일보지. 잘자게. 토니]


 그리고 이제 내가 먼저 끊기를 기다리지 않고 알아서 먼저 전화를 끊는 스티브의, 마지막 잘자라는 인사 하나가 내 귀를 간지럽히는 것을 그렇게도 듣고싶어서, 나는 오늘처럼 어제처럼 그리고 그전처럼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에도 당신을 괴롭히겠지. 통화종료의 화면이 뜬 전화기에 짧게 키스하고 눈을 감으니, 멀리 밀려나있는 줄 알았던 수면욕이 서서히 발끝에서부터 몰려온다. 잠은 어째서 이렇게나 죽음을 닮았을까. 발가락에 달라붙어 몸을 장악하고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데, 뇌가 잠복당했을 때의 그 두려움과 동시에 느껴지는 쾌감에는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다.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시간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아, 잠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스티브. 너의 배웅이 고마워. 기왕이면, 꿈속에서도 나의 기사가 되어 나타나줘. 그러면 한동안 못했으니까 풋잡이라도 하자. 다음날 아침의 night pollution이 되어버려도 좋으니까. 잠들기 바로 직전에, 나는 그러고보면 스티브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화는 거의 매일했지만 그러고보니 실물을 만나는 것은... 그러니까 정말 오랫만으로... 한 4일만인가. 이렇게 잠들기직전에도 너만을 생각하고 있으니, 정말로 꿈에 나와줄 것만 같아 묘하게 든든한 기분이었다.








 그는 꿈에 나오지 않았다. 묘하게 섭섭한 기분에 가득한 채 눈이 떠버려서 상당히 어색하고 찝찝하였다. 머리도 묘하게 무거운 것이 희미한 두통, 약은 일단 챙겨 먹었지만 여전히 잠이 어깨언저리에 걸려있는듯한 불쾌한 기분. 손가락끝이 뻣뻣해지고 무감각해져서, 아침부터 멋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이 컵을 깨고 서류를 난리고 볼펜을 부수고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왼발은 항상 잘도 지나가던 소파를 차서 새끼발톱이 조금 부서지기까지햇지. 약간의 불운이 계속 되다보니 오늘은 날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뭔가 크게 있을 불운에 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준비하기 위해 소소한 불운이 먼저 닥치는 것 같잖아 이거. 그나저나 왜 사고思考란 것은 한 번 불길한 쪽으로 흐르면 방향전환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걸까. 하여간 불길쪽으로 뻗어있는 사고에 더 이상 빠지지 않기위해 조심하면서, ...오늘 저녁에 먹을 예정이었던 새우를 취소하는 정도의 소심한 대응을 하기로 하였다. 해산물은 식중독에 가장 가까운 음식 중 하나이니까.


 내가 리무진을 타고 막 A지구 외곽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이 한창 무르익는 중이었다. A지구에 살고있던 주민들은 모두 대피를 하였거나 방공호 안에 들어가 있을테고, 지상위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작전을 수행중인 요원이거나 할 것이었다. 사령탑 주변이 작전수행중의 약간 부산한 살의와 경계심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A지구 중심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화약폭파의 소리에 밀려나오는 연기가 뿌옇게 한낮의 태양을 가릴 정도로 퍼져갔다. 누군가가 사령탑쪽으로 다가가지 말라며 나를 막았다. 중무장한 남자들의 얼굴은 구분이 되지않고, 가령 구분이 된다 하더라도 그 중에 내가 아는 얼굴은 없을 것이었다. 하여간 나는 이런 대군사특수의 작전현장같은 것에는 인연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언제나 현장에 있지. 그것도 맨 앞에 서서. 당신은 몇 되지않는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며 앞장 서는 존재. 하지만 툭하며 피냄새에 지친 듯한 얼굴을 하고 여기저기에 상처를 달고 나타나면서 도리어 나보고 몸을 챙기라고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나는 중무장한 요원의 왼쪽가슴에 달려있는 쉴드뱃지를 손가락으로 툭, 한 대 쳐주고선 고개를 들었다. 나에게는 명함이 필요없다. 신분이나 소속을 나타내는 이런 뱃지도 필요없고.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의 증명은 이 얼굴이 전부 해주고 있어. "캡틴이 '부른거야'.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차하면 도와달랬어. 막을래?" 쉴드요원은 당황하며 자리를 터주었다. 나는 웃으면서 예를 표했고. 뒤에서 사령탑까지 가는 최단거리루트를 빠르게 설명하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그걸 들을 필요는 없거든. 여기까지 오는 리무진 안에서 홈워크(A지구 맵외우기), 제대로 했단 말이야.


 "스타크! 당신이 여긴 어떻게!?" 의외였다. 블랙 위도우-나타샤 르마노프-가 사령탑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녀라면 영락없이, 언제나와 다르지 않게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최전방에서 적을 향해 총탄을 날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순간 당황해하며 눈동자색이 진해지다가 곧 험악한 얼굴을 하고 미간을 좁히는 그녀는 몇번을 봐도 매력적이었다. 나는 넥타이를 풀어서 주머니에 쑤셔넣고 대충 주변의 아무 바위위에 걸터앉았다.


 "오늘 데이트 약속있거든. 데이트상대의 마중은 젠틀맨의 기본."

 "캡틴이 설마 당신보고 여기까지 오라고 말할리가 없고... 또 멋대로 행동했군요?"

 "멋대로라니. 입이 참 험하단 말야 자넨. 자가판단이라고 해 줘."

 "당신이야말로 대체 언제까지 스티브의 기분은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을 해야 속이 풀리는 거예요,"


 그리고 무언가 나타샤는 더 나를 향해 질책의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의 뒤에서부터 마치 그녀를 덮치려는 기세로 다시 한 번 터지는 폭탄의 굉음에 나타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왜이렇게 규모가 요란해? 금방 해결될 오합지졸들 아니었어?" 폭탄의 여파라고는 희미하게 불어오는 먼지섞인 연기가 전부인 사령탑 주변이었지만, 그래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는 비교적 무척이나 가까웠다. 화약의 종류가 다양하고 또한 그 규모가 크다는 증거다. 나타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이어폰을 집어 귀에다 꼈다. "예상보다 적들이 갖고있는 화약의 수가 많아서 조금 고전중이에요. 참고로 그들이 A지구 전체에 방해전파도 깔아놔서 현대문물기기는 아무 소용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한 고철덩어리로 전락한 당신이 여기에 있어봤자 최악의 경우 인질등이 되어 작전에 더욱 방해가 되거나 하는 불상사밖에는 일어나지 않을테니 그냥 얼른 타고 온 리무진을 타고 돌아가시죠 이 고철덩이야."

 "고철덩이를 두 번이나 말하다니 그렇게나 내가 싫어? 나타샤."


 나타샤의 말을 듣자마자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작동시켜보았지만 과연 작동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차고 온 시계까지 멈춰있었다. 나타샤가 아까부터 묘하게 오래된 교신기- 예를 들어 무전기 같은 것-를 사용하는 것 같더라니 과연. 하지만 나타샤가 저렇게 무지한 말을 할 줄은 몰라서 나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원자로와 아크리액터의 교신으로 움직이는 아이언맨 슈트에 방해전파가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줄 아는건가? 그리고 또 한 번 먼곳에서 폭파음이 났고, 그곳으로 돌아보니 이번에는 육안으로 선명하게 구분이 될 정도로 붉은 불기운이 솟아올랐다. 화재는 A지구의 좁은 골목을 타고 널리 퍼지고 있었고, 돌과 나무를 엮어 만든 A지구의 건물들은 차례차례 화마의 발굽에 치여 무너져가겠지. 점점 더 농담이 아니게 되어가는구나. 나타샤와 몇몇 쉴드요원들의 무전을 잡으려는 필사의 노력이 왼쪽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전방에서의 연락을 어떻게든 잡아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데, 무전기또한 방해전파에 혼선이 일어나고 있는 듯 간간이 들려오는 건너편의 말소리도 온갖 잡음에 뒤죽박죽 섞여 선명한 포착이 되지 않고 있어. 스티브. 설마 오늘 데이트는 쫑나는거야?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당신 볼에 입맞춤하고 그 목덜미를 이 오른손으로 감싸쥐면서 포옹을 하는 바로 그 순간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켓을 벗어 원래 앉아있던 바위에 걸쳐놓고, 그 위에 방금전까지 바지주머니에 쑤셔넣고 있었던 넥타이도 던져두었다. 그리고 손의 양쪽 커프스단추를 풀어 또한 넥타이위로 던져놓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었는데, 이건 단지 데이트용으로 입고 온 단벌이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란 태도였을뿐 그 외의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곧 아이언맨의 슈트를 입었다. 마크7을 몸에 걸치는데 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타샤와 눈이 마주쳤고, 주변의 놀라워하는 쉴드요원의 당황도 느껴졌다. 나타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차는 듯 하다. 그래, 나타샤,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아이언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부탁해요, 란 말은 기대하지도 않을테니 적어도 조심해요 정도는 이야기해주지 않겠어? 아이언맨의 쉘헤드만을 연 채 나타샤를 바라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부디 나의 이 웃음이 자네를 놀리고 있는거라고 인식해주기를. 왜냐면 정말로 놀리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도와줄까? 나타샤."

 "...정말 성격이 나쁘군요."

 

 "피차 마찬가지지." 나타샤가 들고있던 무전기 하나를 들고-아이언맨 내부의 수신기에는 아무 이상도 느낄 수 없지만 상대방쪽 것들이 전부 사용이 불가하니 어쩔 수 없지- A지구의 내부로 향한다. "인명구조가 제일 먼저예요 아이언맨!" "아무리 생각해봐도 쉴드는 훈련소부터 다시 차리는 것이 낫겠어." 날으는 속도를 보아 이제 눈 한 번 깜빡이면 나는 전장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스티브. 스티브는 어디에 있을까? 보나마나 불길이 가장 사납게 치솟는 어느 곳이나 연기가 시작되어 새카맣게 뭉쳐져 있는 곳, 그 가운데에 있으면 마치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도 들리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바로 그장소 중 어느쯔음에 당신은 있을 것인데. 당신이 등을 보이며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지탱하고 있을 그곳으로 가고싶다. 나는 그저 똑바로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정말 그래버리면 당신은 나에게 경멸을 토해낼 것이고 그것을 나는 결코 참을 수 없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단지 하늘위를 한바퀴 돌며 나와 생체반응을 확인한 후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살아있는 사람 쪽으로 몸을 날렸다.


 






 ㅡ설마 그때가 오늘 하루 중 차라리 가장 나은 순간이었을 줄이야. 왜 인간의 사고가 한 번 불길한 쪽으로 빠지면 방향전환이 안 되는 줄 이제 잘 알았어.


 실제로 나쁜일은 꼬리를 물면서 계속 이어지잖아.


 "갔...다?" 기껏 쉴드요원의 뒤를 다 닦아주고 불길 화재도 잡아주고 테러리스트 소탕에도 약간 힘을 보태주고 사령탑으로 돌아왔더니, 스티브 로저스는 이미 쉴드본부로 돌아갔다는 나타샤의 허무한 대답만이 돌아온 것에서 일분이 흘렀다. "스티브가 그냥 갔다고?" 나는 일분이 흘러도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또 한 번 나타샤에게 그렇게 되물었고, 나타샤는 천하의 멍청이를 보고있다라는 표정으로 "그렇다니까요."라고 대꾸했다. 눈을 몇 번 깜빡여도 나타샤의 표정이 바뀌지 않는다. 틀림없는 실제상황인 것이다... 그가 갔다. 내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혼자서 훌쩍.


 약 30분동안 넓지도 좁지도 않은 A지구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하늘에서, 나는 스티브를 딱 두 번 보았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한 게 아니라서 만났다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보았다 내지는 발견했다라고 하는 표현이 딱 맞을 것이었다. 첫번째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불길에 가려져서 그쪽도 나를 전혀 보지 못했고 나또한 아주 희미하게 그를 스쳐지나듯 본 것에 불과했다. 그 파란색으로 선명한 유니폼만 언뜻 본 것이었다. 하지만 두번째는 비교적 선명한 하늘아래에서의 만남이었다. 그도 나를 보고 나 또한 그를 보고. 물론 대화가 안될만큼의 거리가 있긴해서 이 또한 만났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일단 나는 손을 흔들었더랬는데, 그쪽에선 무시를 하더라고. 그런데 막 보았을 때, 그 무시를, 어쩌면 내가 잘못본건가 싶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그것이 내가 잘못본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령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스티브는 정말로 나를 두고 본부로 가버린 것이다. 내가 전장에 나왔음을 알고.


 "그러니까 너무 스티브의 기분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치만..."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당신이 보기엔 다소 힘들어보이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이런 예상과는 맞지않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요. 당연하잖아요 우린 신이 아니고 예상이란 말그대로 예상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맞지않은 일조차 모두 작전의 범주안에 끌어들이고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기때문에 우리가 프로라는 거예요."

 "......"


 한숨을 내쉬며, 나는 나타샤에게 알아들었다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자켓이 반듯하게 개어져 있고 그 위에 넥타이와 커프스단추가 놓여져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스티브가 내가 이곳에 왔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날 보지않고 이곳을 떠났다는 사실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작전도구들을 정리하는 쉴드요원들에게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리면서도, 나타샤는 자켓을 바라보며 의기소침해하는 나를 향해 동정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션 컴플리트를 알리기위해 본부에 간거예요. 다음은 서류작업만 조금 남았으니 오늘일은 금방 마칠거구요. 얼른 뒤쫓아가세요. 사과하는 거 잊지말고." "...미안..." 사과의 말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한숨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나는 넥타이와 커프스단추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자켓을 입었다. 방해전파를 거둬냈는지 스마트폰의 전원이 들어왔다. 앞으로 달려나가다시피하며 몸을 움직이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전부 다 수신음이 다섯 번 이상 울릴만큼 기다렸는데도 받지 않아. 마지막엔 열다섯번정도를 기다려봤지만, 역시나였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이번에는 전화로 리무진을 다시 불렀다. 미안해서 수트를 입고 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 여기서는 수트를 입지않고 직접 발로 뛰었다는 것을 어필해야 나중에 사과하기에도 더 쉬우리라. 스티브. 용서해줘, 반성할테니까 제발 나를 용서해주지 않겠어. 가능하면 빨리. 나는 어제부터 너를 계속 그리워하고 있는 채란 말이야.








 그러나 이 뒤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쉴드본부에 도착했을 때는 두어시간이 지나있었고, 토니 스타크인 나는 방해받지 않고 쉽게 쉴드본부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스티브 로저스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가장 처음 스티브를 본 사람은 그가 사령관실에 있다고 했고 서둘러 그곳으로 갔더니 그러나 스티브는 이미 자료실로 가서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자료실로 달려갔고-엘레베이터가 있었지만 기다릴 수가 없어서 계단을 이용했다. 중년의 하루운동치를 훌쩍 넘는 이 몸의 사용이라니!-스티브를 외쳤지만 스티브는 서류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진작에 찾아 가버려 자료실에도 이미 없는 상태였다. 이 무슨 술래잡기... 나 혼자 필사적인 외로운 술래잡기... 좌절하지 않고 자료실 요원한테 스티브의 행방을 물었고 그는 서류를 내러 행정실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행정실을 찾아갔는데, 그리고 역시나 스티브는 없었고... 하여간 약 한시간정도 이런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쉴드의 지나칠정도로 넓은 본부를 거의 헤집다시피하며 일층에서 꼭대기로 꼭대기층에서 일층으로 넘나들었다. 스스로 조만간 쉴드내부를 파악하러 온 스파이 의혹을 받겠다싶을정도였다.


 어쨌든 성이 찰때까지 쉴드본부를 헤집고 난 뒤에야 이곳에는 더 이상 스티브가 없다는 결론을 받아들였다. 기분이 점점 밑바닥으로 치달았다. 약으로 달랜 편두통마저 괜히 다시 시작할 것 같은 머릿속의 묵직함, 뱃속의 어딘가가 따끔따끔거리고. 이건 약간의 죄책감을 동반한 우울증세다. 설마 이대로 정말로 나한테 화가 나서 스티브가 오늘 종일 나랑 안만나주면 어떡하지. 본부를 나서면서 서둘러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스티브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메시지가 서툰 양반이라 모든 연락은 기본 전화로 하지만, 일단 메시지를 마구 보내봤다. 어쨌든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가긴 하니까 스티브가 전화를 꺼놓은 것은 아니었고, 그것만이 지금의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스티브. 전화 좀 받아. 스티브, 미안해. 캡 내가 정말 잘못했어. 잘못했다니까. 당신이 오지말라고 한 말에 얌전히 따랐어야했는데. 멋대로 당신 일 방해해서 미안해. 나 정말 반성중이야. 금세기 최고로 반성중이라고. 두 번 다시 안그럴테니까 제발. 여기까지 보내놓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리무진에 올라타니 머리가 더욱 아파졌다. 나는 그대로 리무진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더럽혀진 구두 밑창으로 리무진의 소파 위를 마구 헤집으면서, 나는 몇시간 전의 토니 스타크를 정신없이 질책하였다. 바보 멍청아. 이 멍청한 나야. 얌전히만 있었으면 지금쯤 벌써 스티브랑 만나서 손가락에 깍지끼고 딥키스를 삼십분 째 하고 있었을 거다. 촉촉한 입술을 훑고, 내 혀로 마음껏 그의 입안을 녹여서 키스만으로 헤롱헤롱해지는 스티브가 얼마나 예쁜지 잘 알면서 그걸 놓치는 짓을 한거야. 딥키스에 눈가가 촉촉해진 스티브의 속눈썹을 혀로 핥으며 뺨에 키스하고 목덜미에 부비면서, 스티브가 얼굴을 붉히면서 작게작게 '토니... 수염이 따갑네...' 라고 하는 걸 내가 얼마나 듣고싶었는데. 아아.


 이 품에 가둬놓고 종일 못나가게 할 생각이었는데.


 당신의 품에 파고들어 종일 안나갈 생각이었다고.


 한바탕 화를 내고 난 후에 다시 메시지창을 열어 겨우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으니까, 화 풀리면 꼭 전화주기바래. 스티브. 전화 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테니까. 폰의 화면이 어두워질때까지 쳐다보다가 나는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이 그리움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나 스스로 모든 일을 망쳐버려, 더는 한탄도 할 수가 없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포기가 안 되서, 그대로 차로 시내를 돌며 스티브가 있음직한 곳을 몇군데 들리고 왔지만 전부 다 허탕이었다. 스타크타워가 보이는 카페나 슈와마가게, 치즈버거 먹으러 갔던 맥도날드. 스티브가 종종 스케치하러 들른다는 공원이나 미술관에도 가보았지만 역시 스티브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자기 아파트에 간건가 싶어 실은 그의 아파트앞에까지 가기도 했는데, 커튼이 처져 있는 창에는 불빛하나 없었다. 혹시 스티브가 이미 저 안에 있다고 한다면, 나를 보기싫어서 집 안에 없는 척 하고 있는거겠지. 생각이 그렇게까지 미치자 나는 이제 세계에서 최고로 불행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리무진을 타고 맨하탄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오늘의 일을 곱씹으며 반성했다. 새끼발톱이 부서진 그때 왜 얌전히 기다릴 생각을 못했을까. 볼펜을 부러뜨렸던 그때가 타이밍이었는지도 몰라. A지구 외곽에서 그냥 뒤로 돌아 시내로 나가버렸으면 나았을지도. 스티브가 보고싶다. 어깨에 코를 묻고 스티브의 냄새를 마음껏 들이키고 싶어. 커다란 가슴도 이 손에 머금고 내맘대로 주물대고 싶다. 매끈한 그의 금발에 성이 찰때까지 부비부비하고싶어.


 무엇보다 너의 목소리가 듣고싶어. 스티브.

 너의 위로를 받고싶건만.


 나는 항상 너에게 무엇을 바라고 네가 나의 바람을 전부 이루어주기를 바라고 있어. 

 

 네가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기를 - 내가 너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만큼.

 네가 나를 사랑해주기를 -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항상 바라고 있는데.


 그걸 다름아닌 바로 내가 전부 다 망쳐버리고 말았군. 몇 번이나 곱씹는거지만 나는 정말 완전 바보멍청이야... 이런 걸 두고 바로 고철덩이라고 하는건가. 나타샤는 천재인가봐... 눈물을 삼키며 리무진을 보내놓고 아파트 위로 올라가면서, 머리를 꾹꾹 누르며 편두통을 다스렸다. 오늘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낼 자격이 이미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스티브가 연락을 준다면 제일 먼저 정말로 정말로 고맙다고 해야지. 사과도 몇백번 더 해야지. 그리고 스티브가 원하는 모든것을 들어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러고는 꼭, 나를 미워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네가 날 미워하면 정말이지, 살 수가 없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이 주머니에서 울리고, 뒤따라 신호음이 흘러나왔으므로, 나는 엘레베이터에서 심장이 폭파하는 것 같은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심장은 이미 없었지만 분명 있었다면 지금쯤 한 십이지장의 위치까지 떨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핸드폰 위에 뜬 달링이라는 두글자-옆에 하트붙여두었음-에 저도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이다. 심장이 아플정도로 뛰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저도모르게 엘레베이터의 한쪽벽에 오른쪽 어깨를 기대고 간신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자넨가."


 [네, 로저스입니다]


 전화 너머의 스티브 목소리가 평소와 같았다. 새벽에 들었던 그 조금 잠겨있고 슬쩍 간지러운 달콤한 목소리와는 다른. 평이하고 감정이 거의 읽히지 않는 그저 조용한 목소리다. 눈동자 주변 언저리가 눈물이 고이는 것처럼 움찔거렸다. 나는 지금 내가 지금 웃고싶은 건지 울고싶은 건지의 판단조차 잘 서지 않았다. 그리고 엘레베이터는 여전히 그안에 타고 있는 나에게 거의 아무런 느낌도 주지않은 채 매끄럽게 최상층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손을 들어 이마와 눈을 가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스티브... 스티브. 스티브, 지금 대체 어디야."


 [본부쪽에서 연락이 왔었네. 나타샤한테도. 반성 좀 했는가?]


 "반성이라면 안그래도 엄청 했어. 메시지 보면 알잖아... 전부 진짜야. 진심이야. 3년치 정도의 분량을 오늘 몇시간동안 한꺼번에 다한다고 장난아니었어, 살짝 편두통까지 느껴질정도라구. 지금."


 [편두통이라. 자네 정말로 그만큼 반성한건가? 머리에 아픔이 올때까지?]


 "그렇다니까. 지금 내 몰골 좀 보여주고싶네. 안색 완전 최악일텐데. 그럼 내가 당신한테 용서받지 못할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한 방에 알 수 있을거야."


 [오, 그거 기대되는데]


 "!"


 그리고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문 바로 앞 복도의 벽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스티브가

 스티브가,


 스티브가 희미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스티브는 웃는 얼굴 그대로 전화기의 전원을 끄더니 "정말 안색이 말이 아니긴하군.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 됐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여전히 희미하게 웃는데, 그 웃는 얼굴이 내가 알던 나를 사랑하는 스티브 로저스 그대로였다. 나를 바라보며 웃음짓는 언제나의 그 스티브 로저스가. 그 사실을 지금 확인하기까지 내가 어떤 지옥을 헤매이다 왔는지 꼭 스티브에게 전부 알려주고싶다가도, 그런 마음보다 먼저 앞선 두 팔이 스티브의 목을 끌어안았다. 스티브는 반항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내가 그를 껴안는만큼 나를 껴안아주었다. "...생각보다 늦었군. 더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어딜 그렇게 헤매다온건가." 어디겠어, 너를 찾아다녔지. 내가 아는 너가 있음직한 모든 곳을 헤매이다가 왔지. 하지만 그래, 그 어느곳도 네가 있는게 당연한 이곳보다 더 자연스러운 곳은 없었어. 정말이지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옆에 있는 너는 그 어디에 있는 너보다도 이렇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말하자면, 나는 결국 역시나 이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그런 이야기이다. 스티브의 목을 끌어안고 그에게 정신없이 사과를 퍼부어대니 다시금 그가 웃는 얼굴로 이제 괜찮으니 그만하게, 라고 말하며 용서해주기도 하였고,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그와의 딥키스를 즐길수도 있었고. 그리고 나는 꼬리를 물며 계속 이어지는 것이 불운뿐만이 아님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키스를 물고 이어지는 다음 키스의 향연에 목까지 잠긴 채, 나는 스티브 로저스와 함께 오늘 영원히 행복한 잠속으로 빠져들 것이었다. 너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그 깊은 곳으로. 물론 그전에, 부탁해. 스티브. 당신의 허벅지를 나에게 빌려줘. 꿈속에까지 가져갈만큼 강렬한걸로 말이야.

 


 

 


 





- done

 

스티브_로저스의_토니_스타크_완전조교.jp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라. 토니에게 휘둘리는 스티브와 스티브에게 휘둘리는 토니. 양쪽 다 귀여워서 큰일났어요. 결혼해라 결혼해.

 

모처럼의 19금의 날인데 ㅋㅋㅋ 정작 전혀 19금하지 못한 요런 설탕발린 귀여운 거나 써서 약간의 죄책감이.. 그렇지만 원래 내 본문이 설탕요정()이기도 하고 뭐 그래서.. 헛헛헛 ^-^ 1인칭 넘 오랜만에 써봐서 이상하게 어색했다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