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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스팁] latria 14. 11. 16

복숭아세포군 2014. 11. 16. 23:34

latria

(토니x스텔라(스팁ts) 다소 시리어스한 소재주의. 야한 건 없습니다

스텔라는 평범한 여성이고 캡틴 아메리카는 아니라는 설정 ㅎ)

 

 

 토니 스타크가 가지고 있는 온갖 연줄로도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약 4년. 스텔라가 낳은 아이는 다섯살이 되어있었고, 스텔라 로저스 본인은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방화에 살인미수. 처음 그 자료를 접했을 때 토니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고 자료를 거듭 읽으면 읽을수록 혹시 이건 몰래카메라인 게 아닐까 생각하였다. 토티 스타크가 알고있던 스텔라 로저스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상처입히며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했었으니까. 하지만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토니가 아무리 애타게 바래도 이 현실은 누군가가 짜놓은 각본있는 드라마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거라면, 차라리 나는 각본 속 꼭두각시라도 좋으니 그 드라마를 선택하련만. 그 뒤 토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술로 속에서부터 밀려오는 어지럼증을 억지로 잠재우며 자신앞에 나타난 현실을 마지막까지 읽어내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토니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 서류를 마지막까지 다 읽기 위해 양주 두 병하고도 절반정도가 소요될 쯔음, 토니 스타크의 커다란 개인실의 커다란 창문밖으로 오렌지색 석양이 내리고 있었다. "...윽." 결국 참지 못하고 토니는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이렇게 내장이 끓어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낀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처음이었다. 서류의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토니는 스텔라가 비록 미수라고는 해도 죽이고자 한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스텔라 아이의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서류에 나온대로라한다면, 스텔라가 낳은 아이는 뮤턴트였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유전자적으로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는 흔하디흔한 남자이고, 토니가 아는한 스텔라 또한 평범한 여자였다. 아니 평범이라고 하는 기준에는 한참 미달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않고 허약한 체질이긴 했지만, 하여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중에는 그 어떤 것도 그녀의 뱃속에 뮤턴트를 잉태할 수 있을만한 요건이 될 리가 없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격세유전이라는 건가, 아니면 이시대의 뮤턴트라고 하는 것은 격세유전하고도, 애초에 인간의 형질하고도 아무 상관이 없는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었던 건가. 뮤턴트 대책위원회의 간부역을 맡고있는 토니 스타크에게 그 추측또한 하나의 절망이 되고 있었다. 뮤턴트관련 범죄도 나날이 늘어가고있는 이 마당에 뮤턴트의 탄생과정에 관한 어떠한 패턴을 알아내지 못하면 더더욱 토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뮤턴트 대책위원회는 명칭이 좀 그래서 그렇지 어디까지나 뮤턴트와 일반인의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이고, 뮤턴트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부 정책과는 그러니까 반대의 입장에 서있었다. 토니 스타크는 가지고 있는 세계를 위협할 수 있을만한 기술과 재력, 또한 그 재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단 하나의 아머-아이언맨-의 힘으로 세계를 회유 혹은 다소 협박도 해가며 세계에서 뮤턴트가 설 수 있는 자리를 조금씩조금씩 확보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토니 스타크는 종종 자신의 힘으로 뮤턴트가 관련된 다양한 범죄를 처리해오고 있었다. 뮤턴트 관련 범죄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피해자가 뮤턴트인 경우이고, 또 하나는 가해자가 뮤턴트인 경우였다.

 

 그리고 스텔라와 스텔라의 아이가 연관된 이 범죄는, 다소 복잡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범죄가 일어난 계기가 된 것은 전자의 경우임에 틀림이 없었다. 스텔라 로저스는 절대로 범죄같은 어리석은 짓을 할 리가 없는 위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란 이유라면 다소 토니 스타크도 스텔라의 행동-방화와 살인미수라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토니가 알고있는 스텔라라면 절대 그런 일은 벌이지 않았을거라는 의구심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못본지 4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사람이 좀 변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못본지 4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스텔라가 토니가 모르는 방향으로 좀 변한거나 한건지도 몰랐다. 토니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스텔라 로저스없이 지내온 4년의 세월을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에 매달렸던 그동안. 바쁘게 지내기 위하여 기꺼이 전세계를 날아다니며 전용비행기안에서 지새웠던 그 수많은 밤. 토니 스타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전지가 끊어진 것마냥 가만히 있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세계에서 제일 바쁜 남자여서 정말로 다행이었지... 토니는 짧게 숨을 끊어쉬고는, 곧 다시 서류를 집어들어 사진속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섯살의 어린아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운 스텔라의 이목구비가 그대로 남아있는 아이. 스텔라와 쏙 닮은 머릿결의 금발을 짧게 잘라 귀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아이의 양손을 찍은 사진에 눈이 닿았을 때 토니는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야만 했다. 고사리 같이 작은 손가락이 두어개 굽어있고, 손등은 온통 붉게 부어올라 있고. 학대의 증거였다. 뮤턴트로 태어난 어린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지는 멍청한 남자가 이렇게 만든것에 틀림이 없었다. 옷을 입고는 있지만 분명 저 옷속에 가려진 몸도 아이의 손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터인데. "ㅡ씨발놈. 망할놈. 죽일놈." 토니는 제대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스텔라의 상대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어쨌든 뮤턴트 대책위원회에 척을 두고있는 덕분에 뮤턴트에 관련된 기밀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여전히 스텔라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 아닌가. 스텔라가 감옥에 들어가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토니는 눈앞에 캄캄해질 정도의 아찔함을 느꼈다. 일찍 알아낸 덕분으로 사건이 끝나기 전에 토니가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스텔라 로저스가 토니 스타크를 용케도 피해다닌 4년이 오히려 대단하다면 대단했다. 이 세계에서 스타크 기업의 손이 닿지않은 곳은 없는데 하다 못해 저 오지의 툰드라지대까지 스타크기업의 전선이 뻗어있는데, 어떻게 이 좁디좁은 지구에서 스텔라 로저스만이 그렇게 머리한올 나타나지 않고 꽁꽁 숨어있을 수 있었는지. 토니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의 조사보고서-이또한 기밀이지만 토니 스타크란 사람은 이런 기밀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에 따르면 현재 병원에 입원, 수술 후 요양중인 스텔라 로저스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범죄를 전부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녀의 자수발언은 경찰의 조사보고서에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그녀의 기소는 사실상 확정으로 봐야만 했다. 그녀가 아직 감옥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그러니까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있기 때문인지 다른 이유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양손과 상체,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수술은 물론 성공이었다. 그녀는 집에 방화를 지를 때 불꽃이 커져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기도 화상을 입었다고 증언하였다. 같이있던 아이도 그래서 말려들었다고 뒤이어 말했다. 토니 스타크는 병원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텔라의 증언기록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아이에 대한 학대가 날이갈수록 도가 지나쳐서, 더 이상은 못참겠어서, 아이의 아버지가 집에서 술처마시고 잠들어있는 틈을 타 아이와 함께 밖에 나와서는 집 주변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거지. 그리고 집이 불타는 걸 멍하니 쳐다보다가 도망갈 타이밍을 놓치고 저도 화상을 입었다고? 쯧. 토니는 혀를 찼다. 이런 멍청한 말을 경찰들은 정말 믿은건가? 토니 스타크는 경찰의 무능을 탓하면서 병원의 복도를 빠르게 걸어갔다. 아니, 경찰의 무능만을 탓할수는 없었다. 그들은 스텔라 로저스라고 하는 사람을 모를테니까, 적어도 겉으로는 그럴싸한 이 그녀의 증언을 그저 액면그대로 믿게되버려도 어쩔 수가 없는 거야.

 

 하지만 나는 믿지않아.

 

 이런 거짓말.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스텔라는 누군가를 감싸고 있는거다. 스텔라의 증언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토니는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증언속의 바보같은 여자는 이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스텔라 로저스일수는 결코 없었다. 그녀는 단지 누군가의 죄를 자신이 덮어쓰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토니는 또 한 번 그렇게 확신하였다.

 

 

 스텔라 로저스는 병원의 복도 제일 끝의 일인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스텔라."

 

 

 그 이름의 울림마저 가슴을 죄이는, 실로 4년만의 스텔라였다. 토니는 병실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병실밖에서 스텔라의 잠들어 눈을 감고있는 얼굴을 쳐다보았다. 토니의 기억속에서보다 훨씬 수척한 얼굴을 하고, 스텔라는 여기저기 온통 붕대를 감은 채 얌전한 자세로 잠이 들어 있었다. 경찰 두 명이 잠들어있는 그녀를 병실안에서 감시중이었다. 토니는 순간 지끈거리는 가슴때문에 거칠어지는 숨을 겨우 가다듬으며 병실복도의 한쪽에 등을 기대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오랜만에 보는 스텔라인데, 재회는 정말이지 가슴이 아팠다. 생각보다 훨신. 모처럼 만나 기쁠 것이 분명한데, 토니는 기쁨보다 슬픔의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스텔라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을 떠났던 스텔라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토니는 스텔라가 만삭이 되었을 쯤때부터 스텔라를 강제로 입원시켰었다. 스텔라는 천성적으로 몸이 약했으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매일 병실에 드나들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에 대해 물었다. 스텔라는 거의 표정의 변화도 없이, "당신이 아냐."를 반복하였다. 토니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니까 늘 똑같은 "당신이 아냐.". "내가 아닌지는 이미 알고 있어. 누구냐고 묻고있는거잖아 나는!" 토니가 아무리 화를 내며 그렇게 물어도 스텔라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스텔라는 한손으로 자신의 부풀어오른 배 위에 손을 짚고는 토니의 분노로 빛을 잃은 눈동자를 피하지도 않고 늘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아냐." 그럴때마다 토니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토니는 아이의 아비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이 손으로 목을 콱 잡고 그대로 비틀어버리고싶었다고. 그리고 그런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토니는 그런 자기자신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빨리 말해. 그자식 죽여버릴거야." 그래서 질투에 사로잡힌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렇게 스텔라에게도 말해버렸다. 네 아이의 아버지를 죽여버릴거야라고. 스텔라는 그런데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토니가 그렇게 말할때마다 오히려 희미하게.

 


 

 "...당신은 정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야." 그게 뭐야. 그게 무슨 뜻이야. 토니는 스텔라의 미소앞에서 절망하였다.

 

 

 그리고 간헐적인 진통이 이어지던 날, 밤. 토니는 스텔라의 땀에 젖은 손을 움켜잡고 프러포즈를 했다. "결혼하자." 스텔라의 고통에 일렁이다가 순간 얼이 빠진 듯 더욱 커졌던 진한색의 눈동자는 아직도 토니의 머릿속에서 더할나위없이 선명했다. 토니는 스텔라의 아주 얇은 손목을 자신의 손으로 꽈악 붙잡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알았어? 프러포즈하는 거야 나 지금. 당신한테." "......" "이제 아이아버지가 누군지 안물을게. 절대로 안물어. 아니, 물을 필요도 없지, 너의 아이의 아버지는 바로 내가 될테니까." 그리고 나는, 나는 당신을 용서한다는 그런 오만한 소리는 절대 안할게.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난 언제라도 당신에게 용서를 빌게. 그동안의 나를 용서해달라고 매일 아침마다 빌고, 또 저녁에도 빌게. 하지만 절대로 당신에게 사과를 바라지 않을테니까. "내옆에 있어줘. 앞으로는. 그것만은 해달라고. 스텔라." 그리고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둘러싸여 그대로 수술실로 향하면서, 토니는 스텔라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었다. "...고마워." 고마워. 그 목소리를 끝으로, 토니 스타크는 스텔라 로저스를 잃었다. 그 뒤 토니는 하필 바쁜일이 터져 몇일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했고, 그동안 산후조리를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스텔라가 어느새 아이를 데리고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토니는 그 몇일동안을 몇번이고 몇밤이고 후회하면서 고통스러워했고, 자취를 감추어버린 스텔라를 찾아다녔다. 자신의 모든 재력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찾기위해 노력하였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없는 자신의 텅빈 옆자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오로지 일에 매달렸다. 그녀가 없는 자신, 그녀가 없는 집, 그녀가 없는 삶 등등에 서려있을 그 끔찍함을 인식할 재간이 없어 전부 회피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토니는 빛이없는 길을 헤매이던 4년동안의 자기자신을 연민하며 다시 병실문을 통해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나쁜여자야. 자신의 연민에 취해있어서 그런지 토니의 입에서는 그런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토니는 스텔라의 병실안으로 들어가보지도 않고 복도를 다시 걸어 스텔라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나쁜여자야." 토니는 좀더 자신의 말에 힘을 주어 그렇게 내뱉었다. 나쁜여자. 몇 번을 중얼거려도, 자신을 향한 연민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리고 토니는 스텔라를 향한 사랑도 결코 사그러들지 않았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4년전에 차인 것에 대한 아픔에 아직도 이렇게 스스로를 연민할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쟈니 로저스는 커다란 눈동자를 말똥말똥하게 뜬 채 병실의 여기저기를 훑어보고 있었다. 아이는 살짝 이상하게 굽어있는 손가락들을 연신 흔들며 병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병실안에 있는 온갖 기구들이 신기한 듯했다. 침대에 앉아있는 자신의 몸을 잇는 호스나 그 호스끝에 연결되어있는 온갖 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며 아이의 땡글한 눈동자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토니는 병실밖에서 아이를 바라보다가 곧 병실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원은 모두 토니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고, 다만 토니에게 인사를 짧게 하였다. 토니도 그 인사를 가벼운 목례로 받아들였다. 연구원들은 뮤턴트로써의 쟈니가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듯 했다. "알아냈습니까?" 토니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눈치챈 연구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그저 겉으로 조사해봤자 작정하고 자신을 숨기는 뮤턴트에게서 뭘 어떻게 알아낼 수 있겠어. 쟈니는 어느새 갑자기 병실에 들어온 토니에게 관심이 닿은 듯, 그 땡그란 눈동자를 더욱 크게하고 토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토니는 생긋 웃으며 쟈니의 짧게 자른 머리를 손으로 쓸어주었다. "안녕." 토니의 인사에 쟈니는 깜짝놀라며 목을 움츠렸지만, 곧 토니가 연신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생글하고 웃었다. "안녕하세요."

 

 "인사 잘하네." 쟈니는 크게 끄덕였다. "인사잘하는 게 더 이쁘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그래. 엄마가 그랬냐. 토니는 잠시 동요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구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쟈니와 단 둘만 병실에 있게해달라고 하였다. 연구원 몇몇은 망설였지만 곧 병실안에는 쟈니와 토니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토니는 쟈니의 몸 여기저기에 나있는 생채기들을 훑어보았다. "아저씨 의사선생님이에요?" 쟈니의 질문에 여전히 웃는얼굴을 하며 토니는 쟈니의 팔을 아프지않게 잡았다. "비슷한거야. 좀 봐도 되겠니?" "의사선생님! 우리 엄마 다 나았어요?" 팔에 상당부분 일어나 있는 화상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뜨거운물에 조금 손을 담근 것 정도였다. 하지만 쟈니의 얼굴이나 몸에는 심한 학대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토니는 이를 뿌득 갈았다. 아 정말이지 그 씨발놈 망할놈 죽일놈 새끼. 그러다 곧 험상궃은 얼굴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다시금 힘겹게나마 미소를 띄었다. "너네 엄마는 아직 주무시더라. 주무신단말 아니?" 쟈니는 크게 끄덕였다. "잔다는 말이죠? 우리 엄마 많이많이 자게 해야돼요. 의사선생님이 많이많이 자야 낫는다고 했어요." "...맞아. 그래서 그냥 자게 내버려뒀어. 쟈니는 똑똑하구나." "저 별로 안 똑똑해요. 근데 선생님 내 이름 어떻게 아세요?" 토니는 쟈니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의사니까 알지." "의사인데 왜 가운 안입었어요?" "그래서 비슷한거라고 했잖아." 쟈니의 머리카락이 언제고 토니의 손가락사이로 휘감겨오던 스텔라의 결좋은 머리칼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고보니 스텔라, 그 긴 머리를 싹둑자른 채였다. 어릴때에는 풍성한 금발을 어깨아래까지 길게 길러서, 바람에 흩날리게끔 아무렇게나 풀어놓고 머리칼이 헝클어지는 것도 신경쓰지않고 산책을 하고는 했었는데. 토니는 순간 슬픈 눈으로 쟈니를 바라보았다.

 

 "쟈니."

 "네?"

 "혹시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해줄 수 있겠니?"

 "......"

 

 쟈니는 곧 우물쭈물 두 손을 앞을 포개쥐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안절부절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토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쟈니의 얼굴이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저기... 선생님."

 "아저씨라고 해도 된다."

 "선생님한테요?"

 "선생님 아니고 비슷한거라니까."

 "...? 아저... 아저씨."

 "그래."

 "아저씨도 저기, 경찰아저씨들이나 다른 의사선생님들이 물었던 것을 물을거예요?"

 "...그사람들이 질문을 많이했어?"

 

 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저기,"

 

 

 "대답안했니?" 토니는 쟈니의 우물쭈물함을 질려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쟈니는 곧 자그맣게 "...네."라고 말했다. 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무작정 대답을 안했니?"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그래. 잘했구나."

 

 토니는 그렇게 말하고 쟈니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주었다. 쟈니는 열이 올라 빨개진 뺨위로 두 손을 갖다댄 채 토니를 올려다보았다. 토니는 쟈니의 시선을 느끼고는 다시 쟈니를 향해 생긋 웃어주었다. 다른 누군가가 봤다면 그것보다 더 사람을 안심시키는 미소는 없었을거라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쟈니는 토니의 웃는 얼굴에 이끌리듯 자신도 웃으면서 이빨을 드러냈다. 토니는 쿡하고 웃으면서 쟈니의 입속으로 사탕을 넣어주었다. 달콤새콤한 딸기사탕. 쟈니는 금방이라도 맛있다를 외칠듯이 볼을 크게 부풀렸다.

 

 

 

 

 

 

 

 

 

 

 똑똑한 녀석이었다. 모든 대답에 '모른다'라니. 그것은 분명 스텔라가 무슨 질문을 받든 그렇게만 대답하라고 시킨 것일게 분명했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처음보는 사람에게 당황하지 않고 인사를 잘하는 것도, 제 또래의 아이보다 훨씬 말을 잘하는 것도, 전부 스텔라가 그아이에게 가르쳐준 것이겠지. 몇년이 흘러도 역시 스텔라는 스텔라였다. 그리고 스텔라의 아이로 태어난 쟈니는 엄마가 옆에 없어도 의젓하게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다. 쟈니는 분명 연구원들이 자신의 뮤턴트로써의 능력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대답하고, 경찰들이 집이 불탈 때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물을때에도 역시 모른다고 대답했겠지. "정말 똑똑한 녀석이야." 토니는 방금 한 생각을 되풀이하다 저도모르게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기까지 하였다.

 

 그때였다. 토니가 부리는 사람 중 한명이 전화로 '아이의 아버지가 깨어났다.'라고 알려준 것은. 토니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를 뿌득갈고, 바로 병원을 박차고 나와 그사내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이기 때문에 각각 다른 병원에 입원한 것이었고, 스텔라가 아이와 같은 병원에 있게해준것만은 경찰측의 배려랄 수 있었다. 불이 났을 때 천장의 벽돌에 다리가 깔린 사내는 그때 뼈가 부러져 제때 피하지 못했다. 그는 금방 구출되어 화상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일산화중독 증세쪽이 더 위험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수술이 끝난 후에도 깨고 혼절하고 다시 깨기를 몇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내는 눈을 뜰때마다 스텔라와 아이를 신고하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고 그때마다 병원에서는 마취제를 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내는 이번에도 깨어나자마자 스텔라와 아이를 신고한다고 그 둘이 작당하고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며 소리를 지르면서, 사정청취를 하러 달려온 경찰의 멱살을 잡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병원측에서는 다시 마취제를 투여하여 잠들게해버릴까를 고민할정도의 심각한 흥분이 동반된 난동이었다. 그때 사내의 병실로 토니 스타크가 뛰어들었고, 토니 스타크는 주변의 경찰과 의사들이 채 말리기도 전에 주먹을 들어 사내의 얼굴을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앞니 두개가 부러져 튀어올랐다. 사내의 시커먼 피가 분노에 새까매진 눈동자를 한 토니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사내의 앞니 두개를 요란하게 부러뜨리고 나자, 그제야 토니 스타크는 4년전부터 한시도 빼놓지 않고 생각해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이새끼를 죽이고 싶다.

 맞아. 언제나 그랬었는데.

 난 언제나 이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었어.

 

 

 

 

 

 

 

 

 

 

 



 

 

 사내는 왜 토니와 자신을 단둘이 두게 하는지 이해가 돼지 않았다. 밑바닥생활만이 쭈욱 해와서 사내는 토니 스타크라고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는 분명히 피해자이고 거기다 심지어 처음보는 사람에게 두들겨맞기까지 했는데, 왜 자신을 두들겨팬 남자랑 단둘이 남겨놓고도 경찰들은 아무렇지도 않느냔말이야. 사내는 화가 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이세상에 어디있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를 때린 너와 단둘이 있게한 경찰들도 전부 한꺼번에 시민단체든 어디든 전부 고발해버리겠다고. 토니 스타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토니의 주먹에는 여전히 사내의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할까."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드디어 입을 열었을때, 사내는 토니의 기운에 압박당해 기가 눌려버렸다. 토니 스타크의 눈동자가 자기에게 닿을때마다, 자신을 찢어죽이려고 하는 그 눈을 볼때마다 사내는 깜짝깜짝 놀래었다. 그 눈이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토니를 매도하던 기세좋던 고함도 토니 스타크의 그 압박에 어미가 사라질정도로 희미해져버렸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모든 것을 알고있음을,

 


 

사내가 알았을 때의 그 끝없이 이어지는 두려움은 사내를 거의 미치게까지 만들었다.

 


 

 금발의 긴 곱슬머리 아가씨는 손목이나 발목같은 것이 아주 얇았고 체구도 작아, 힘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이런 슬럼가에까지 봉사활동을 하러 혼자의 몸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멍청하다고 비웃으며, 사내는 금발 아가씨의 얇은 목을 손바닥으로 짓누르고서 강간하였다. 그 뒤 그 아가씨를 본적은 없었지만, 슬럼가에서도 쫓겨나 사내는 몇년동안 가장 더러운 짓을 하며 방랑하였다. 그리고 방랑하던 어느날, 원래 살던 슬럼가와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 사내는 다시 그 금발의 아가씨를 발견하였다. 그때와는 다르게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서, 오랫만에 다시 보니 기억속에서보다 오히려 더 연약해보이기까지하였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이 잘못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아가씨만큼이나 좋은향기가 나는 걸 품어본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내는 아가씨의 뒤를 미행해 그녀가 살고있는 집에 잡입하였다. 방에 들어가보니 아이가 있었고, 아이를 인질로 삼으니 그 뒤는 더욱 수월했다. 아가씨는 그전보다 더 힘이 없었다. 거기다 한손에 아이의 모가지를 잡고 흔드니 처음때보다 더 반항도 하지 않았더랬다. 살기편한 일년이었다. 그동안 무던히도 그녀를 괴롭혔고, 그녀가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아이를 데리고 협박했다. 아이가 뮤턴트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아이를 괴롭히는 것에 재미가 솔솔해졌다. 뮤턴트라고 하니 더욱 제자식같지도 않고 그래서. 그리고 사내는 내심 항상, 자신같은 나쁜놈한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조금도 마음이 꺾이지 않은 금발의 아가씨가 너무나도 신기하고 놀라워서.

 

 

 당할때마다 언제나 아픈듯 울면서 다음날 멀쩡하다못해, 아이에게 조금도 삐뚤어지지 않은 환한 웃음을 지어줌으로써, 자신의 아이의 마음을 지켜내는 그녀가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워서. 이렇게 다른 존재가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구나 싶어서. 그녀가 아름다워 보일수록 구제할 수 없는 자기자신의 외면해왔던 추함이 점점 선명해져서. 그래서 사내는 더욱 난폭해졌다. 더욱 둘을 괴롭혔다. 자신이 괴롭힌 끝에 뮤턴트의 능력이 개화한 아이가 집과 자신을 통째로 태우려고 한 그날이 오기까지 쭉.

 

 

 그 모든 것을 토니 스타크는 알고 있었다. 사내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는 자신의 범죄의 사실을 앞에두고 감당할 수 없어 벌벌 떨었다. 토니 스타크는 그리고, 사내가 그냥 미치게 내버려두지않았다. 토니 스타크는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고 그가 제대로 들을 수 있게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사실은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건 아니었나 오해하고 질투하던 날도 있었지만, 이젠 그녀가 떠난 뒤에 제대로 조사해서 사실을 잘 알게 되었거든. 그리고 방화부분의 전후는 내가 추측한것일뿐이지만, 대충 그런 형태였겠지?" 사내는 멱살을 잡혀도 이제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토니 스타크는 사내의 추하게 떨리는 안면근육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이 피우던 담배로 사내의 얼굴을 지졌다. 사내의 가래끓는 소리가 토니의 귀를 때렸다. 토니는 얼굴을 감싸고 침대위로 쓰러지는 사내의 목을 조르며 그의 얼굴에 몇개의 담배빵을 더 만든후에, 사내의 눈속으로 담배의 불타오르는 끝을 집어넣었다. 고기가 타는 냄새와 함께 사내의 비명이 더욱 커져 토니의 얼굴을 덮쳤다. 토니는 사내의 비명소리에 더욱 웃었다. 아무리 소리질러도 아무도 오지않아. 너라고 하는 남자의 존재를 말소하는 것정도는,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보다도 더 쉽지. 토니는 사내에게 그렇게 일러주지 않았다. 그런 친절한 말, 별로 해주고싶지않은걸. 토니 스타크는 단지 오래전부터 계속 되새겼던 그 말을 중얼거렸다. 역시 널 죽이고싶다. 이 씨발놈. 이 망할놈. 이 죽일놈아.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그것을 가장 걱정했었어. 내가 정말로 널 죽여버릴까봐 걱정했다구."

 

 

 그렇다. 토니는 그를 죽일 자신이 처음부터 있었다. 이때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인간을 죽여본적은 없지만, 이 사내만은, 스텔라에게 고통을 준 이 사내만은 머리부터 잘근잘근 부셔뜨려서, 완벽하게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바로 이 손으로

 

 

 스텔라, 너를 강간한 놈인지 몰랐을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그러했는걸.


 난 사실, 질투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런 인간이었던 거다.

 

 

 "그래서 난 널 죽일 수 없지."

 


 

  그래서 나에게 아무말도 안했던거지? 내가 정말로 이자식을 죽여버릴까봐. 그래서 혼자 끌어안고 혼자 사라진거다 너는. 그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힘든시간이었는지 얼마나 끔찍한 시간이었는지, 당신이라고 알까? 당신은 나쁜여자야. 스텔라.

 


 

 "하지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게끔 할 자신은 있어." 토니 스타크는 그렇게 말했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내의 입안으로 이미 불이 꺼진 담배꽁초를 처넣으면서. 자, 스텔라. 이제 이자식을 어떻게할까.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될까. 사내의 벌린 입을 억지로 다물어 담배꽁초를 씹어 삼키게 하면서, 토니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사내를 괴롭혀도 조금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당신..." 토니를 발견하자마자 스텔라는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불을 움켜쥔 손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보자마자 토니는 달려가 그 손을 꽈악 움켜잡고 싶었는데, 그것을 간신히 참았다. 스텔라는 동요한 얼굴을 한동안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토니는 스텔라의 그 얼굴에서 4년전의 네 애가 아니라고 반복하던 스텔라를 떠올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스텔라는 어머니의 얼굴로 무장한 채, 과거의 그 어느때보다 한층 더 강인해보이는 눈동자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래. 당신은 쟈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강한 얼굴을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확실히 못본사이에 좀 달라진 부분이 있네. 나는 아직 당신의 어머니로써의 얼굴은 낯설기만 하니까. 토니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집을 방화한 것은 쟈니였을 것이다. 그아이의 뮤턴트의 능력-분명 발화이겠지-이 집과 남자를 태워버렸다. 그 어린아이가 사람을 해쳤다는 과거를 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텔라는 자신이 방화를 했다고 둘러대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끊임없이 그저 모른다고만 대답하라고. 스텔라는 쟈니가 차라리 사건이 있었던 날을 모두 잊어버리기를 바랐을 것이다. 비록 아무도 죽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누군가를 죽일뻔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그 똑똑하고 착한 아이가 고통스러워할 게 뻔했으니까. 그러니까 스텔라가 정말로 쟈니에게 하고싶었던 말은, '모른다'가 아니라 '잊어버려라' 였을 것이 틀림없다.


 

 토니는 스텔라가 누워있는 침대의 멀찍이에 서있다가 저도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자 등에 병실의 차가운 벽이 닿았다. 토니는 벽에 기대어 더욱 머리를 긁적였다. 스텔라는 이불을 꼬옥 움켜쥔 채 더 이상 미동이 없었다. 토니는 자신의 떨리는 아랫입술을 스텔라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저기 말이야. 스텔라."

 "......"

 "저기... 그러니까..."

 


 

 토니는 고민했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사건은 전부 토니 스타크가 해결해버렸다. 스텔라와 쟈니를 감시하던 경찰은 이미 돌아가버렸고, 그사내는 토니 스타크 나름대로 '처리했다'. 물론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한 방법으로. 뒷처리도 전부 다 끝냈고, 쟈니의 뮤턴트로써의 속성을 파악해내려는 연구원들도 다 떼어냈고. 그래서 지금부터 스텔라를 VIP병실로 옮길꺼고, 거기서 쟈니와 함께 입원하게 할거고, 둘이 원한다면 더 넓고 더 좋은 병원으로 옮겨도 되고,

 


 

 그리고 물론 둘이 다 나아 퇴원하면 우리집으로 오라고. 예전부터 너와 함께 살기위해 마련해 놓은 말리부의 저택이 아직 여전하다고. 거기에 어린이방은 없지만 하루만, 아니 반나절만 주면 바로 어린이방을 꾸밀 수 있다고.

 


 

 물론 당신이 혼자서 쟈니를 지키기위해 아둥바둥 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당신이 쟈니가 저지른짓을 쟈니가 잊게끔 하고싶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해 쟈니의 기억을 묻을 것이고, 그 비밀에 대해선 죽을때까지 침묵할 것이라고. 모든 것을 당신의 의견에 따를 것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그러니까 나에게도 쟈니를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좀 나눠주라고, 물론 쟈니에게 그러는 것처럼 나는 당신또한 지키고 싶다고.

 


 

 그리고 또 무엇을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물론, 쟈니는 내 아들이고

 그리고 물론, 당신은 이제부터 나의 아내라고

 


 

 "......"

 


 

 토니는 거의 울 것처럼 코끝을 붉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어왔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토니는 손을 들어 코끝을 움켜쥐었다. 제기랄.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러니까... 당신. 제발 없어지지 말아."

 "...토니."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게 대체 어디있어. 누구 걱정으로 죽는꼴 보고싶어서..."

 


 

 부탁이니까. 이렇게 부탁하니까. 제발 내 곁에 있어줘. 제발 이젠 그만 내 옆에 있어달라구. 두 번 다시 어딘가로 가버리지 말고... 토니가 울먹이며 그렇게 말했고, 스텔라는 고개를 숙인 토니를 바라보며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손안쪽에 점점 뜨거운 기운이 차올라, 스텔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토니. 이리와서 안아줘. 어깨를 감싸고 안아줘. 나 혼자 너무 추우니까, 당신이 좀 빨리 안아달란 말이야. 아아, 그렇게 말하고싶은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도저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스텔라는 그저 입을 다문 채 간신히 오열하는 소리만을 입안으로 숨기고 있었다. 그게 지금 스텔라가 할 수 있는 전부였던 것이다.

 

 

 

 

 

 

 

 

 

 

 

 - done

 

시리어스하네요.. ^,.^... 오늘 하루종일 썼는데 좀 마음이 급해서 팍팍 넘어가려했더니 여기저기 뚝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ㅎㅎ 뭐 더 이상 어떻게 손댈수도 없을 거 같아 이대로 둡니다. 사실은 좀 더 우울하고 분위기 팍 다운된 글로 끌고갈 예정이었는데 쓰다보니 방향이 선회되어서... 그래서 좀 무거운소재들이 왠지 어정쩡하게 뒤섞이게 되어버렸습니다. 원래는 저 무거운 소재들을 가지고 제대로 분위기 축축처지는 완전 우중충한 무거운 글<을 쓰려고 했거든요... 근데 대체 왜때문에 방향이 선회된거지...(먼산) 그건 나혼자만의 비밀로 남겨둘게요. 하여간 무거운 소재들을 제대로 이끌고 가지못한 건 어디까지나 제책임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나온글이라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호호.

외전을 쓸지안쓸지는 모르지만, 외전이 나온다면 이제부터가 더욱 큰일이겠네요. 저 셋이 한가족이 되려면 아무래도 갈길이 멀듯하니.. 흑흑 우리 스텔라 괴롭히지 마라. ㅜ0ㅜ 우리 이쁜 스텔라 내가 많이 미안내. < 맨날 사과하고 끝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