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cent (01)

 

 어서오세요. 아버지. 스티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년은 앳띈 얼굴을 갸웃하면서 당황하고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있는 스티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응? 왜그러세요? ...피터? 스티브는 소년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스티브가 부르자 환하게 미소짓는 피터. 네.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스티브는 자신을 향한 그 미소에 더욱 당황하여 안색을 굳혔다. 아버지라고? 저도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년이 정말로 크게 폭소를 터뜨리며 스티브의 왼쪽 어깨에 매달렸다. 아, 아버지. 아버지. 세상에. 연기 진짜 잘하세요. 그거 다음에 저도 써먹을게요. 아니, 당신이 제 아버지라구요? 아닌데요, 내 아버지는 금발이 아닌데요! 피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폭소를 하는동안, 스티브는 정말로 왠지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텅 비어있던 머릿속의 안개가 서서히 걷혀지고 스티브는 문서로 남겨져있는 자신의 뇌속 기억을 천천히 위에서부터 읽어내려가는 듯 했다. 그래... 맞아. 그는 나의 아들이야. 그는 편부슬하의... 그러니까 스티브 로저스라는 아버지 한 명만을 둔, 그러나 그런 가정환경에는 아무것도 좌우되지 않는 성실하고 착한 소년이지. 그는 바로 나의 아이야... 스티브는 그제야 희미하게, 여전히 남아있는 약간의 어색함이 남은 미소를 띠우며 피터의 머리를 큰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래. 피터. 내 아들. 피터는 스티브가 새삼 아들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태도가 낯설어 또 한 번 큰 웃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틀었다. 오, 스티브! 오늘 대체 왜그래요?! 회사에서 무슨 안좋은 일 있었어요?? 스티브는 먼저 방안으로 걸어들어가며 뒤를 향해 크게 웃어대는 피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피터. 내가 순간 왜 그랬을까. 왜 나에겐 자식이 없다고 생각했었을까. 피터 로저스. 너는 내 아들인데. 병원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닥터 배너가 언제든 아버지를 위해 시간 비워둔다고 하셨어요. 하아... 아니 뭐... 그냥 좀 피곤해서일꺼야. 스티브는 벽에 기대어 부엌에서 저녁을 차리기 시작하는 피터의 부산스러운 행동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회사... 그래, 회사. 회사에서 좀 힘든 일이 있었어. 흐~응? 피터의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스티브는 무겁게 눈을 감았다. 그래. 피곤하다. 몸에 힘이 빠지는 듯 하다. 회사에서 힘든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나 스티브는 곤란했다. 자신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이름은 좀처럼 떠올라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대체 회사에서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아아...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피맛. 아무래도 아까 훑었던 머릿속의 문서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훑어봐야 할 것 같다.

 

 

 

「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그것 정말 재미있는 지금까지 그가 겪어온 삶을 전부 뒤짚어 없는 캡틴 아메리카는 이 땅에 존재한 적이 없 스티브 로저스가 1차대전을 겪은 것은 거짓말인 그는 7x년에 태어났고 평생을 브루클린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그의 꿈 속의 등장인물은 그가 원래 알고있었던 자들로 그가 꿈 속에서 헤매여도 순간 헷갈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게끔 등장인물 하나 그의 아들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피터가 저녁으로 만든 오믈렛은 아주 따끈하고 뽀송뽀송해보였다. 입 안으로 밀어넣었더니 무슨 목석의 맛이 났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스티브는 오믈렛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맛없어요? 아, 아니... 엄청나게 맛있어. 아 이걸 깜빡했네.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티브의 오믈렛에 케찹을 쭈욱 하트모양으로 짜주었다. 그리고 자기 오믈렛에도 똑같은 형태를 만들고는 다시 저녁을 시작했다. 스티브는 눈을 깜빡였다. 케찹이 뿌려진 오믈렛은... 달콤하고 진한 계란의 풍미, 따뜻한 밥이 차가운 케찹과 버무려져 달콤새콤,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입안에서 부서지는 듯한 밥알의 향연... 스티브는 오믈렛의 맛을 기억해냈다. 다시 한 번 퍼먹으니, 기억하는 맛 그대로의 그 오믈렛. 그래. 오믈렛은 이런 맛이었지. 역시 맛있어. 그제야 식사시작하면서 내내 자신의 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쉬지않고 계속 말하고있던 피터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티브는 고개를 들어 피터의 말에 집중하였다. 그래서 옆자리의 그 아이가, 생물시간의 선생이, 친구가 점심시간에, 아아 오늘 숙제가.....

 

 

 

 스티브 로저스는 두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 어두컴컴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장위의 시선이 흐르는 속도로 자신의 약 40여년의 과거가 흘러가고 있었다. 스티브는 유아일 때 아버지를, 소년일 때 어머니를 잃었고, 군대에 입대하여 최전방에 투입한 경험이 약 6년 하고도 절반, 그동안 피터 로저스가 생겼고 그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결심하였을 때 스티브는 군대를 제대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학교의 미술교사로... 미술교사라니. 스티브는 손가락을 눈앞까지 당겨 어둠속에서 손가락을 조였다폈다를 반복했다. 이 투박한 손이 그림을 그린다고? 그려왔고 앞으로 그려갈거라고? 아이들을 가르치기까지 하면서? 그러나 문득 조금씩, 스티브는 자신의 손가락 끝에 배여있는 목탄등의 연필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손톱 사이에 연필의 때가 끼어있는 것을 어둠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이런. 나는 교사로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티브는 불안함이 그대로 남은 가슴을 부여안고 눈을 감았다. 잠은 거의 오지 않았다. 오늘이 이상하게 버겁고 무거웠다. 내일은 너무나 무서웠다. 이대로 눈을 감고 평생 뜨지 않을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인데. 그러나 스티브는 자기가 조만간 잠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잠에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어느샌가 눈을 뜨고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스티브.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 어쩌면 그것은 신이라도 불가능하겠지. 내일 눈을 뜨면, 스티브 로저스, 너는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착한 선생이 되어 있어야해.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있어야해... 나의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런 스티브 로저스. 스티브는 천천히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눈물이 뺨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 눈물이 스티브 로저스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스티브!!! 의사, 의사불러!!!! 스티브가 눈을 떴어!!!!!"

 

 토니 스타크가 거의 목구멍을 찢어댈 것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스티브 로저스는 아직도 눈을 반쯤 뜨지 못해 흐릿한 초점으로 멍하니 누워 있었다. 어벤저스가 발견할 당시 몸이 난자가 된 상태로 실험관 안에 갇혀 있던 스티브 로저스. 그의 팔 다리가 너덜너덜해진 부분은 그의 몸속의 슈퍼혈청도 케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정도가 심해 스티브의 몸 여기저기에는 평생 사라지지 않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토니의 울부짖은 소리에 스티브의 병실로 의사나 어벤저스나 할 것없이 모두가 뛰어들어왔고 의사와 간호사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서서히 스티브도 주변을 인식한 듯 눈동자에 빛을 내기 시작했다. 토니는 눈물이 핑 돌았다. 스티브의 텅 비어있는 눈동자 속에 자신이 비춰지길 바랐다. 토니는 두 손을 들어 스티브의 양뺨을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스티브, 스티브." 스티브와 눈이 마주치자,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심장소리가 귀밖으로 빠져나와 병실을 가득 채울 지경이었다.

 

 "스티브. 캡시클, 이 망할 영감아. 나 좀 봐봐."

 

 제발. 제발.

 토니는 눈물을 떨구며 스티브의 뺨에 키스했다.

 

 "...피터는?"

 

 갈라진 아랫입술을 희미하게 떨며, 스티브는 그렇게 중얼였다.

 토니는 스티브의 입술 가까이로 귀를 기울였다.

 

 "피터? 스파이더맨을 찾는거야?"

 

 어벤저스들 틈바귀에 있던 피터가 깜짝놀라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창백한 안색을 한 그는 입술만 파랗게 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스티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스티브의 머리맡으로 나와 누워있는 스티브가 자신을 보게끔 허리를 구부린 뒤에 최대한의 미소를 띄었다.

 

 "스티브? 나 찾았어요? 나 여기있어요."

 

 스티브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피터에게로 손을 뻗었다. 피터는 그 힘이 거의 들려있지 않은 스티브의 손을 마주잡았다. "? ??" 피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소 의아한 얼굴로 스티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티브의 병실안에 있는 모두가 비슷한 심정으로 스티브의 얼굴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스티브가 왜 저렇게 피터를 각별히 애틋하게 바라보는지 거기 있는 그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걱정했다. 피터."

 

 "? 저를요? 내가, 내가 뭐. 난 아무 짓도 안당했는데. 세상에. 스티브 대체 그동안 무슨짓을 당했던거예요?"

 

 순간 피터는 스티브의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했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벤저스 모두가 탄식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터의 말이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기나긴 수술이 끝나 약간 꿈속을 아직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의사들은 당황하여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밀 검사를 어쩌고, 수술팀과 함께 상의를... 어쩌고.

 

 토니는 침을 꿀꺽 삼키며 스티브의 이마를 손으로 쓸어넘겼다. 스티브의 상태가 누가봐도 이상한 것을. 토니는 견딜 수가 없어 이대로 목을 놓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스티브의 목을 끌어안으며.

 

 "세상에. 스티브. 당신 괜찮은거야?"

 

 자신을 부르기에, 스티브는 다시 토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딱딱한 미소.

 

 "그런데, 저기... 누구십니까?"

 

 "....뭐?"

 

 순간 병실에 밀려오는 침묵.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곧 모두의 숨이 멎은 것처럼 팽팽하게 조여진 공기가 흘러넘쳤다.

 

 

 

 

 

「  이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 캡틴 아메리카의 전 세계를 부서뜨리는 일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를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수는 헤아릴 수 없는 비극 고통보다 가장 큰 고통 세상의 모든 절망을 포갠 것보다 더한 절망 머릿속의 숲 모든 것의 뒤죽박죽 아아

 

 하나를 빼먹었군.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그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삭제해버리는 것 」

 

 

 

 

 

 

 

 

 

 

 - done

 

+ 이것은 글쎄... 아마. 비극이 될 예정입니다. 몇부작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 원고를 쓰는 도중에 한시간 반 정도 공들여서 슬쩍슬쩍. 퇴고 안함다 < 좀 해라 ㅋㅋㅋ 아니 원고를 해야 할 이시점에 이게 뭐하는 짓이죠... 모름 ㅍv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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