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ts로 버키가 캡틴 아메리카인 경우 1

 

버키x스텔라로 버키가 캡틴 아메리카 쪽인 경우. 둘은 소꿉친구로 아주 오래전부터, 거의 태어난 직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 십수년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로써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며 서로의 시간을 공유해왔지. 그러다 스텔라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버키는 스텔라를 자기 집으로 반 강제로 데려와 동거를 하기를 강요하였어, 그것은 스텔라에게는 강요라고 느껴지는 것이었지만 버키는 도저히 이 험난한 시대에 여자몸으로 그녀 혼자서 살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던 거야. 남에게 폐끼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스텔라였기 때문에, 아무리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 보내온 버키라고 해도 그렇게 마냥 신세를 지는 건 그녀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그녀는 괜찮다면서 몇 번이나 거절했고 그러나 버키는 그녀의 거절을 거절했지. 급기야 스텔라가 진심으로 화를 내도 버키는 멋대로 그녀를 반강제로 들쳐업어버리고는 자기 집에 앉혀버렸지. 그리고 그녀가 당황에 우물쭈물하는 틈을 기다리지 않고 아예 그녀의 낡고 오래된 아파트도 멋대로 해약해버리고는 그녀의 얼마 되지 않는 짐과 그녀를 위한 생필품으로 자신의 집을 꽉꽉 채워버리고 말았어. "이제 어쩔 수 없어. 내 집을 나가봤자 돌아갈 집이란 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구. 너에겐." "...미워할거야. 버키." "아, 오케이. 좋아. 그 말이 진심이라해도 괜찮아. 기꺼이 받아들이지." "......" "받아들일테니 비실아, 넌 이제 앞으로 여기서 사는거야. 나와." 내가 지켜줄게. 버키는 그러나 뒷 말을 하지는 않았어. 그녀가 그런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버키였으니까. 그리고 더 이상 스텔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 버키와 함께 사는 방도외에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없었지. 그렇게 둘은 동거를 시작했어.

버키는 스텔라와 동거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원래는 자신의 것이었을 침대위로 올라오는 일이 없었어. 원룸의 방 한가운데에 두꺼운 커튼을 달아 시트를 갈은 침대를 스텔라에게 기꺼이 내주고는, 자기는 절대로 그 커튼 너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매번 같은말을 반복하였지. 그리고 버키는 정말로 자신의 말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어. 스텔라는 아침마다 커튼 밖에서 자신을 깨우는 버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뜨곤 했는데, 아직 버키가 멋대로 군 것에 대한 화가 남아있어 스텔라는 버키에게 순순히 행동하지 않았고 일부러 자신에게 말을 거는 버키에게 자기 말을 어기고 커튼을 들추게끔 도발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어. 그러나 버키는 아무리 스텔라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도 그저 웃으며 넘길 뿐 절대로 커튼쪽을 향해 손을 뻗지 않았지. 스텔라는 알고 있었어. 버키는 결코, 자신을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안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절대로 이 커튼을 먼저 열지 않으리라는 것을. 스텔라는 잘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매일 아침마다 하는 그 핀잔도 사실은, 버키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짖궃은 농담에 불과했었지. 그것도 시간이 흐르니 차츰차츰 버키를 향한 화가 풀려 스텔라는 더 이상 날이선 농담같은 것은 하지 않게 되었어. 오히려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는 버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지. "스텔라. 아침이야. 일어났어?" "응. 벅.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스텔라." 그리고 이윽고 둘은 매일 아침, 상냥한 아침인사를 주고받게 되었어.

스텔라는 여전히 몸이 약했고 거의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버키는 그런 그녀를 귀찮아하는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무리를 하려거나들면 화를 내며 그녀를 말렸지. 그러나 스텔라는 신세를 진 채로 마냥 가만히 있을수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어. 버키는 이미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 늦게 돌아오곤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피곤이 넘칠 게 분명한데 스텔라의 아침을 준비한다거나 집안일을 한다거나 하기까지 하는 것 아니겠어. 스텔라는 그 정도는 자기에게 맡기라고 매일 아침 실랑이를 벌였지만 버키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며 온갖 일을 하기를 멈추지 않았어. 스텔라는 몸이 약해서 어차피 버키보다 일찍 일어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아침준비나 청소등에 선수를 빼앗겼고, 그러다 스텔라가 그럼 나도 일을 하러 나가겠다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버키는 진심으로 화를 내며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소리쳤지.

실제로 스텔라는 자주 아프고 열이 나곤 했어. 버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자기의 아픈 모습을 일부러라도 숨길라치면 귀신같이 버키가 눈치채고는 오히려 스텔라에게 잔소리를 하곤 했지. 당장 아픈 걸 숨겨봤자 나중에 더 심하게 앓게 되니까 눈치채지 않을 수 없으니 쓸데없이 피곤한 짓 하지말고 컨디션이 안좋으면 그때그때 이야기 하라고. "애초에, 네가 아픈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정도는 뒤치닥거리도 아니라는 걸 너도 알거 아냐. 대체 우리가 몇 년 함께했다고 생각하는거야." "...하지만, 일하고 들어와서 피곤할텐데, 넌 또 나때문에 약국으로 뛰어가야하고 의사선생님을 부르러 달려가고..." "스텔라. 그게 왜 나의 고통이 된다는거야? 정말이지. 네가 아파서 그렇게 비실대는 모습을 보는 쪽의 가슴미어짐이 더 나의 고통이라는 걸 이제 그만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실랑이도 이제 그만하고 싶고."
"...그럼 네가 결혼하고 싶어지는 아가씨가 생기면 꼭 말해줘."
"...생기면 뭐?"
"절대로 폐끼치지 않을거야. 버키. 절대로 매달리지 않고 너한테 나 좀 돌봐달라고도 안하고, 집도 꼭 나갈테니까."
"젠장."
"버키."

"알았어. 좋아. 잘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스텔라가 그렇게 말할 때 마다 버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 알았어. 좋아. 잘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버키의 이 질렸다는 듯이 내뱉는 대답의 진짜 의미를 스텔라는 아직 모르고 있었어.


 

그리고 전쟁이 점점 심화되어갔지. 훈련이 대부분의 일이었던 버키 반즈는 이제 정식으로 전쟁에 나가야 하는 시기가 얼마남지 않게 되어버렸어. 대부분의 젊은 남자들이 스스로 군대를 자원하거나 징집되어 나가거나 하는 시기였고, 버키 반즈는 좋은 신체적 능력덕분에 비교적 최전방으로 가버리게 되었지. 버키는 이미 각오한 바였기에 그 사실을 처음 교관에게 들었을때 무서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어. 버키가 무서운 건 그거였지, 스텔라를 두고 오랜시간 떠나야만 한다는. 적어도 그녀가 혼자일 때 아무일도 없을 수 있다는 그런 확신이 들만한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건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일이었어. 전쟁터로 떠나는 자기자신의 목숨을 아무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키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던 것은 최전방으로 떠나는 자기자신에게 주어지는 국가의 연금이었어. 버키 반즈에게는 제법 큰 돈이 주어졌지. 버키는 자기가 없는 동안 그 돈이 스텔라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어주었으면 했어. 그것이 버키가 스텔라에게 해줄 수 있는 전쟁터로 떠나기전의 마지막 일이 될 것 같았지... 돈은 때론 사람에게 불행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스텔라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니까 결코 그렇게 될 리가 없을거야... 버키는 연금과 관련된 서류를 챙겼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연금을 스텔라에게 줄 수 있게해주는 서류를 또 챙겼지. 그녀가 거절하지 않아야할텐데. 버키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고, 결국은 직구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

스텔라는 버키가 집으로 들어오자 "어서와"하고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해주었어. 빨래의 마지막 하나를 널고 있었지. 스텔라는 기분이 좋아보였어. 아아, 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안일을 끝낼 수 있어서 뿌듯해하는 거구나... 귀엽게. 버키는 피식하고 웃으며 스텔라가 빨래를 다 널고 빈 바구니를 옮기려고 하는 것을 그녀의 손에서 바구니를 빼앗아들고 자기가 정리를 했지. "그 정도는 괜찮아." "됐으니까 내가 할게." 스텔라는 바구니를 자기에게서 뺏어가는 버키의 등을 향해 메롱을 해보였지. "과보호는 딱 질색이야." 버키는 크게 웃었어. "브루클린 비실이를 앞에두니 몸이 먼저 움직이는 걸 어떡해. 이건 이미 습관이나 마찬가지야."

"그래. 스텔라. 할말이 있는데 잠깐만 좀 앉아보겠어?"
"...! 가는날짜가 나온거야?"
"......"

스텔라는 역시 현명한 여성이었어. 직구승부를 선택하길 잘한거다, 그녀에겐 다른 방법은 통하지 않을테니까. 그녀의 파랗고 깊은 눈동자가 버키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젖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버키는 기분이 좋아졌어. 가능하면, 아무것도 하지않고, 나는 평생 너의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있고만 싶은데. 네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을 영원히 바라보며.

"그래. 두달도 채 안남았어. 그래서 말인데, 스텔라. 너 전번에 나한테 말했던 거. 그거 아직 유효하겠지?"
"뭐말이야?"
"내가 결혼하고싶어지는 아가씨가 생기면 말하라고 했던거."
"! 아, 그거-"

버키가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스텔라의 양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맞잡으며, 버키 반즈는 생긋하고 웃었어.

"자, 스텔라 로저스. 나한테 절대 폐끼치지 않기로했던것도 잊지 마. 내가 확실하게 말하는데, 내 말을 거절하는 것이 바로 나한테 폐를 끼치는 거야. 알겠어?"
"....? 버키?"

"스텔라 로저스. 나와 결혼해 줘."
"!!!!!"

 

 

 

"─거절하겠어!!!" 물론 스텔라는 당연히 소리를 지르며 그렇게 말했지. 버키도 스텔라가 그렇게 말할거라고 예상했어. 그러나 버키는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 "내 말을 거절하지 말라고 미리 얘기했잖아." 의자에 일어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스텔라의 손목을 붙잡으면서 버키는 그렇게 말했어. 스텔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버키를 노려보았지. "...나쁜자식." 버키는 눈썹을 구부리며 웃었어.

스텔라는 버키가 가지고 온 연금에 관련된 서류와 혼인신고서를 한 번 보는 것만으로 버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번에 알아차렸어. 자기에게 주어지는 연금을 스텔라가 받게 하기위해서는 둘의 관계가 호적으로 정확히 정리되어야만 했고, 혼인관계보다 두남녀의 관계를 국가가 인정해주는 더 안정적이고 완벽한 건 없으니까. 스텔라는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아서 더욱 눈에 힘을 주며 버키를 노려보았어. 스텔라는 굉장히 화가 났어. 버키에게 신세지고싶지 않은데, 이렇게 폐끼치려고 하는 게 아닌데... 하지만 버키 너도 도가 지나쳤어. 어떻게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소꿉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까지 할 수 있단 말이야. 스텔라는 버키의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 소리쳤어. "사람이 너무 좋아도 별로인 거야! 알아 이 바보야!!" "하하." 버키는 웃으면서 목을 쓰다듬었어. 눈물이 떨어지려고 하는 스텔라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기가 힘들어서 버키는 고개를 숙여버렸지.

아아, 스텔라. 너에게 대체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직구로 승부하겠다고 기세좋게 왔지만, 역시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나도 솔직히 알 수가 없어.

차라리 내가 언제부터 스텔라 로저스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부터 말할까.
언제부터 네가 친구가 아닌 나의 사랑하는 여성이 되었는지부터를.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넌 나에게 배신감부터 먼저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오랜시간 소중한 친구로 생각해주었던 너의 마음을 내가 배신한 것처럼 네가 느껴서 지금보다 더 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게 될까. 그건 싫은데. 솔직히 싫어. 너에게 미움받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없어. 이미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데.

"사랑해."
"...!!"
"미안해. 스텔라."
"......"
"나는 사실은 너를 사랑한단 말이야."

나는 사실은 너를 사랑한단 말이야.
너를 두고는 어디로도 가고싶지 않아.
평생 너의 눈만을 바라보며 산다해도, 나는 좋은데.

사실은 그래. 사실은 그랬어. 그리고 이 사실을 너에게 알리는 게, 나에겐 참 무섭고 힘든 일이었어. 네가 그걸 알아줄까, 알게되면... 날 피하지는 않을지. 그것이 버키 반즈에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손이 떨린다고. 이걸 전부 순서대로 이야기하면서, 버키는 점점 더 고개를 숙여버렸어.


그날 밤.

스텔라와 함께 살면서 이제는 자기 침대가 된 소파에 길게 누워, 버키는 혼인신고서 서류를 바라보았어. 귀퉁이가 구겨진 혼인신고서에는 자신의 서명이 들어 있었지만 스텔라의 서명란은 비어있었지. 어떻게든 그녀의 허락을 받아내야 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 더 이상의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데. 버키는 고개를 돌려 커튼쪽을 바라보았어. 침대위에 누워있어도 스텔라는 작아서 커튼 위로 모습이 정확히 비춰지지는 않았지. 그저 침대 위 이불이 아주 조금 솟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어른댈 뿐이었어. 버키는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어. 그녀가 내 것이 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이 돈은 그녀 것이 되어야만 하는데. 무슨일이 있어도.

버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였어.
어둠속에서 부스러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침대위에서 스텔라가 몸을 일으켜, 커튼 위로 작은 스텔라의 상체 그림자가 드리워졌어.

"...버키?"

스텔라의 목소리에 물기가 녹아 있었어. 침대위에서 울었던 거야? 내가 그렇게나 그녀를 울게 만들어버린 건가. 젠장.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란 놈은. "...응?"

스텔라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고 희미해서, 꼭 꿈결같기까지 했지.

"...나도 사랑해."

"....스텔라."

"사실은... 나도..."


그리고 그날밤, 처음으로, 버키는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커튼 너머로 들어갔지.

스텔라는 작았고 시종일관 어깨를 떨고 있었지만, 버키의 넓은 등 너머로 두른 손의 힘을 결코 빼지 않았어.

버키는 스텔라를 품에 안으며 조용히 눈물 흘렸고, 스텔라는 그 작은 손바닥으로 버키의 얼굴을 훔쳐주었지. 그녀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예뻤어. 행복해. 그녀의 체온에 마냥 행복감으 느끼며 버키는 스텔라의 목에 얼굴을 박고 가느다랗게 흐느꼈지.




버키 반즈가 전쟁터로 떠나는 날, 스텔라 로저스는 임신사실을 알렸어.

옆에 있어주지도 못하는 나쁜 새끼.
자신을 향한 욕을 끊임없이 중얼이며, 버키는 스텔라를 향해 경례했지.
절대로 너에게로 돌아올거야.
너와 우리들의 아기에게로.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며, 버키 반즈는 절대적인 귀환을 다시 한 번 다짐하였어.





 

 

 

 

- 계속

계속 이어서 쓸 생각인데 더 쓰면 이 포스팅 뒤에다 덧붙일지 새로 포스팅할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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