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Darling

 

 토니 스타크의 주머니안에서 불빛이 반짝거렸다. 희미하게 일렁이며 토니의 양복을 뚫고나오는 푸른빛이다. 토니는 손을 넣어 폰의 액정에 뜬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온 답신을 쳐다보았다. 토니의 눈동자에는 아무 빛이 없어 환해진 액정의 빛이 토니의 눈을 꿰뚫었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기다리겠다라고 답신을 보내었다. 기다리겠네. 스티브가 토니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토니는 꽉 다문 입술의 선을 완전히 일그러뜨렸다. 스티브가 보낸 답신을 다시 읽으며, 또 다시 읽으며, 알파벳 하나하나를 훑어 당장 눈을 감아도 그 문자가 그대로 스티브의 목소리로 재생될만큼 속으로 연거푸 외웠다. 문득 토니가 눈을 감으니, 스티브 로저스가 정말로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까지 느껴졌다. 심지어 스티브의 굳은살로 뒤덮여 더욱 두툼한 손바닥이 토니의 어깨를 꽈악 움켜잡는 감촉까지 부풀어올랐다. 토니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며 숨을 들이마셨다. 코끝에 닿는 스티브 로저스의 연한 스킨향. "...스티브." 소리내어 스티브의 이름을 부르자, 토니는 자기가 내뱉는 목소리가 고요했던 수면을 완전히 뒤흔든 것 같은 느낌에 화들짝 놀라 다시 어깨를 움츠렸다. "토니. 기다리겠네." 다시 스티브의 목소리가 토니의 귓가에 그 얇은 입술을 대고 속삭이는 듯 들려왔다. "...그래. 기다려줘." 나를. 토니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스티브 로저스에게 20년대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가느다랗게 떨리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게 일주일전의 밤이었던가, 아니면 그것보다 조금 더 오래된 일인가. 하여간 토니가 스티브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을 같이하자고 이야기했던 그날이었다. 토니는 스티브에게 잘어울릴 것 같다고 하며 커다랗게 포장된 진한 붉은색 스웨터를 선물했었다. 스티브는 그 진한 붉은색, 소매끝에 있는 작은 눈송이가 점점이 퍼진 스웨터에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읽어냈다. 스티브는 스웨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라보며 조곤조곤, 어제의 꿈을 이야기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난했던 로저스가에서 크리스마스는 버건디컬러의 파티 테이블도 없었고, 꼬마전구를 문밖에 장식한적도 없었고, 심지어 작은 트리조차 없고... 있었던 것이라곤 오로지 부쉬 드 노엘.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스티브의 어머니는 언제나 그 프랑스식 케이크를 스티브용으로 만들곤 하였다. 가난한 삶인만큼 아주 작게. 그러면 스티브는 그 케이크를 어머니가 담아준 바구니 채로 들고나가, 이미 옛적에 술에 넘어가 곯아떨어진 아버지 눈을 피해, 집앞 친구인 버키 반즈와 함께 동네의 가장 큰 광장에 진열되어있는 가장 큰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장식과 불빛을 구경하며 둘이 함께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 것이다. 토니는 스티브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자기가 선물한 스웨터를 매만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토니는 스티브가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슬퍼하고 있는 것도, 그의 이야기 속에 나온 버키 반즈가 현재의 스티브의 목구멍에 꽈악 걸려 스티브를 더욱 괴롭게 만들고있다는 것도 다 알고있었지만, 토니는 그래도 그렇게 괴로워하는 스티브의 옆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결코 싫지가 않았다. 그 슬픈얼굴은 스티브 로저스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빚어낸 것이다. 그것이 모두 모여 지금의 스티브 로저스인 것이다. 토니는 스티브의 후회를 결코 싫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들으며, ...그가 자기가 선물한 스웨터를 계속 매만지는 것을 보며 계속 심장이 뛰었던 것은 하여간 그래서, ...그것은 현재의 스티브 로저스는 결코 짐작하지 못할 토니 스타크의 개인적인 사정에 불과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토니 스타크는 스티브 로저스에게 희미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스웨터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보이는 게 기뻐서, 그가 자신의 오래된 이야기를 토니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해주는 게 한결 둘사이를 가까워지게 해준 것 같아 또한 기뻐서, ...그저 그의 얼굴을 아무 방해도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기뻐서. 토니는 어서 스티브가 그 옷을 입는 것을 보고싶었다. 그 옷을 입을만한 어떠한 핑계를 만들어주고싶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비워놔, 캡틴." 그래서 토니가 스티브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근사한 저녁시간을 만들어줄테니까. 당신에게, 내가." 스티브는 피식하고 웃으며 코를 훌쩍였다. "자네와 같이 그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텐데, 나같은 사람하고 그 시간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돼. 오로지 당신하고만 보내고싶은건데. 내가. "그런 대단한 내가 선택하겠다는 거야, 당신을. 물론 조건이 있어. 당신은 절대로 내가 오늘 선물한 그 옷을 입고 날 맞아줄 것." 스티브는 다시 스웨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후하고 조용히 웃었다. "그래. 알았네.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겠군."

 

 "좋아. 미리 해피 크리스마스. 마이 디어 캡틴." 스티브는 이브날 토니보고 자기집으로 오라고 했다. 자기는 크리스마스날을 집에서 맞이하는 것이 좋다고, 밖에서 만나 비싼 곳에 가거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토니는 그렇다면 자기가 스티브의 집으로 트리를 보내겠다고 했다. 스티브는 기꺼워했고, 보답으로 이브날 저녁을 위한 음식을 자기가 만들겠다고 했다. 그저 소소한 몇가지의 스티브가 만들 수 있는 가정요리로 된 저녁식사를. 어쩌면 칠면조 한마리 정도는 구울수도 있겠지. "하지만 칠면조는 크리스마스날 먹는 게 아니었던가?" 스티브의 수화기너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아서, 토니는 그렇게 계속 스티브의 웃음소리를 듣고있고싶었다. "난 좋아. 크리스마스 이브날 먹는 칠면조. 뭐든 내가 먹고싶은걸 내가 먹고싶은날 먹는게 장땡이야 그런건." "자네다운 발언일세. 토니." 샴페인, 케이크, 와인, 꽃다발. 토니의 머릿속에는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를 위한 선물. 그가 이때까지 받았던 그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가장 크고 대단하고, 평생에 걸쳐 놀라워하며 기뻐할 그것. "내가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테니 지금부터 두근대며 기대하고 있으라고, 캡." 수화기너머로 다시 속살이는 스티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웨터도, 트리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던가? 이미 넘치게 많이 받은 기분인데." "그것들은 진정한 선물의 전초전으로 쳐. 그리고 내 장담컨데, 당신은 정말로, 정말로 기뻐할거야. 너무 기뻐해서 어쩌면 날 번쩍 안아들고 그자리에서 몇바퀴 빙글빙글 돌지도 몰라." 토니가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다시금 스티브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좋다. 좋아. 이 웃음소리를 평생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을 위해 시간이라도 기꺼이 돌려주겠어. 당신이 원하는 것이 그저 과거로 돌아가 기꺼운 모든 사람들을 다시 한번만 더 만나보는 것, 오로지 그것하나뿐이라해도 난 좋아. 당신을 위해 기꺼이 타임머신을 만들테니까. 그러니까, 당신 마음속에 내가 손톱만큼, 그저 손톱만큼밖에 들어있지 않아도, 당신이 나에게 이런 웃음소리를 들려준다면 난 정말로 그걸로도 괜찮으니까.

 

 스티브의 전화를 끊고나서 토니는 한동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욕심이 없어졌을까." 그저 바라는 거라곤 오로지 당신의 옆. 토니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스티브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길 바랐다. 조명을 낮게하고 토니 스타크가 선물한 커다란 트리에 장식한 전구빛을 환하게 밝힌 채, 식전 샴페인을 왼손에 들고 창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어두운 바깥거리를 구경하고 있기를. 왜냐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브의 밤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 쯔음부터 내리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이제 몇시간뒤면 밝아올 크리스마스는 완연히 하얀 눈이 쌓인 완벽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토니는 자신의 어깨위에 쌓이는 눈을 멍하니 쳐다보며 주르륵 주저앉았다. 바닥에 이미 물이 된 눈에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토니 스타크는 이를 꽈악 다물었다. 나이프에 찔린 옆구리에 이제 거의 감각이 없어져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날카롭게 아픈감각이나 둔탁하게 바람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은 고통도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토니는 옆구리를 꽈악 누르고 있는 두손사이로 흘러나오는 핏물을 쳐다보았다. 몸이 차갑게 식은 와중에 흘러넘치는 고요한 핏물만이 따뜻하여 꼭 몸위로 뉘여진 담요같았다. 우습군. 토니는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누가 찌르고 간건지 모르겠다. 토니는 자신이 걸어온 길 저 먼 곳에서부터 점점이 흩어져있는 자신이 잔뜩 끌어안고 달리던 물건들을 이미 초점을 잃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붉은색 장미꽃다발. 안개꽃이 눈처럼 퍼져있는. 어린 스티브 로저스는 가게창밖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을게 분명한 크리스마스 장식. 도자기로 빚은 산타들과 루돌프들, 눈같은 천사들, 볼이빨간 소녀인형들... 그리고 부쉬 드 노엘. 스티브의 어머니가 만든 것만큼 맛있을리가 없지만 대신에 그보다 열배는 더 커다랗게 만들어달라고 한. 그리고 토니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렸던 그동안, 가게에서 볼때마다 스티브가 떠오르는 것들을 하나씩 집어 쌓아둔 게 스무개가 넘어가고 있었던 온갖 잡동사니들. 생활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물건들. 스티브가 받아줄지 어떨지도 모를 것들. 토니는 아랫니를 덜덜 떨었다. 담요같았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브를 즐기는 거리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대체 누가 토니 스타크를 스쳐지나며 그를 공격했던건지, 토니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단지 토니는 적이 그저 아주 많은 사람 중 한명이었고, 그들 중 누구든 토니를 오늘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었다. "...신이 어딨다고. 제기랄." 토니는 입안에 고이는 침을 내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신에게 기도한 것은 토니를 찌른 그일까, 아니면 지금부터의 토니일까. 토니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스티브." 스티브. 네가 기다리는데. 네가 기다릴건데. 내가 너를 만나러 갈때에, 나는 한 번도 지금처럼 늦었던 적이 없는데. 토니는 숨을 토해냈다. 출발하기 전에 조금, 늦을수도 있다는 문자를 미리 넣어두어, 이제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토니 스타크의 주머니안에서 불빛이 반짝거렸다. 희미하게 일렁이며 토니의 양복을 뚫고나오는 푸른빛이다. 토니는 손을 넣어 폰의 액정에 뜬 스티브 로저스에게서 온 답신을 쳐다보았다. 토니의 눈동자에는 아무 빛이 없어 환해진 액정의 빛이 토니의 눈을 꿰뚫었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기다리겠다라고 답신을 보내었다. 기다리겠네. 스티브가 토니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토니는 꽉 다문 입술의 선을 완전히 일그러뜨렸다. 스티브가 보낸 답신을 다시 읽으며, 또 다시 읽으며, 알파벳 하나하나를 훑어 당장 눈을 감아도 그 문자가 그대로 스티브의 목소리로 재생될만큼 속으로 연거푸 외웠다. 문득 토니가 눈을 감으니, 스티브 로저스가 정말로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까지 느껴졌다. 심지어 스티브의 굳은살로 뒤덮여 더욱 두툼한 손바닥이 토니의 어깨를 꽈악 움켜잡는 감촉까지 부풀어올랐다. 토니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며 숨을 들이마셨다. 코끝에 닿는 스티브 로저스의 연한 스킨향. "...스티브." 소리내어 스티브의 이름을 부르자, 토니는 자기가 내뱉는 목소리가 고요했던 수면을 완전히 뒤흔든 것 같은 느낌에 화들짝 놀라 다시 어깨를 움츠렸다. "토니. 기다리겠네." 다시 스티브의 목소리가 토니의 귓가에 그 얇은 입술을 대고 속삭이는 듯 들려왔다. "...그래. 기다려줘." 나를. 토니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스티브.

 네가 기다리는데.

 너를 사랑해.

 

 너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어. 이때까지 내가 너에게 준 그 모든 것을 전부 뛰어넘는 엄청난 선물을. 네가 이때까지 받았던 그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가장 크고 대단하고, 평생에 걸쳐 놀라워하며 기뻐할 것을. 스티브. 난 네가 슬퍼하는 얼굴을 해도 좋아. 네가 옛날을 떠올리고 조용한 슬픔을 떠올리고, 깊은 호수처럼 잠잠히 슬퍼하고, 그것을 담담하게 얼굴에 띄우는 게 나는 좋아. 그 모든 슬픈 얼굴을 뛰어넘고, 너는 너의 단단한 각오를 드러내는 얼굴을 하지. 넌 그누구보다 대단한 남자이니까. 난 너의 얼굴보다 더 확실하게 자기자신을 알고있는 사람의 얼굴을 본적따윈 없어. 너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이세상에 없을거야. 넌 너자신을 알고, 자기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는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의 슬픔을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아.

 

 하지만, 스티브.

 역시 웃는 게 좋아.

 나는 그래도 역시, 네가 웃는 게 좋은거야.

 

 "그러니까... 스티브." 그래서 스티브, 네가 내앞에서 많이 웃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 사랑한다고 언젠가는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토니는 눈을 감았다. 스스로 감았다기보다는 저절로 눈이 감겼다. 눈꺼풀 안쪽으로 수면이 흘러나와 토니의 온몸으로 넘쳤다. 스티브. 마지막 숨 한번이 다시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차가운 크리스마스 이브로구나. 그것이 토니 스타크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토니 스타크가 다시 눈을 떴을때에, 토니는 그렇게 보고싶어 마지않았던 붉은 스웨터를 입은 스티브 로저스를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넘기고 단정하게 붉은 스웨터를 입은 스티브는, 약간 창백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다행이다. 난 죽지 않았구나. 내가 죽어 그의 웃음을 빼앗는 계기가 되었다면 정말 평생 나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뻔했다. "오늘 며칠이야." 토니는 눈을 뜨자마자 그 말을 제일 먼저 했다. 스티브의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꼭 먼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흐릿했다. "운이좋군. 토니." "25일이야?" "이제 삼십분 가량 남아있지만." 토니는 연약한 숨이나마 길게 내뱉었다. 좋다. 더욱 다행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캡. 스티브. 창밖봤어? 눈오던거 봤어?" "봤네.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근데 말 좀 아끼게, 토니. 아직 상처가 아릴거라고 의사가 그랬으니..." 그리고 어느새 침대머리맡으로 다가온 스티브가, 천천히 토니의 마른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스티브의 커다란 손이 이마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아주 가까이에서 스티브의 금색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이 보여, 토니는 최선을 다해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미소가 제대로 띄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눈가가 촉촉해진 스티브도 마주 웃어주는 것 같았다. "...제발 이게 자네가 말한 선물이라고 말하지는 말아줘. 난 절대 기뻐할 수 없으니까." 그럴리가 없잖아. 나라고 이런 걸 기뻐하며 선물이라고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나저나 스티브, 옷 잘어울린다. 스웨터 정말 잘어울려. "...메리 크리스마스. 토니." 그리고 스티브의 손바닥이 눈가에까지 내려왔을 때, 토니는 갑작스러운 피곤함을 느꼈다. 혼곤함속에서 그 피로는 전신을 지배하는 부드러운 쿠션인 것처럼 느껴졌다. 스티브가 주는 어둠에 잠겨 다시 눈을 감으며 토니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토니는 자기가 한말이 정말로 자기의 입밖을 나갔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실제로 토니의 잠에 빠지기 전 내뱉었던 말은 거의 대부분이 토니의 입언저리에 머물러 맴돌다 사라졌다.

 

 "...스티브, 너를 위해 준비한..."

 

 스티브.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이때까지 내가 너에게 준 그 모든 것을 전부 뛰어넘는 엄청난 선물.

 네가 받아주었으면 좋겠어.


 

 손을 줘 봐.

 그 선물안에 나의 모든 마음이 전부 다 담겨져 있어.

  너를 향한, 나의 모든 마음을.

 오롯이.

 

 

 

 고요한 밤을 하얗게 비추며, 눈은 끝없이 쌓여갔다.

 

 

 

 

 

 

 

- done

 해피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날 쓰는 크리스마스 글입니다. ^0^ 어제 미리 트위터에서 리퀘를 받았습죠. 고모님, 즉 딸프님께서 '크리스마스 약속에 늦은 토니'를 리퀘하셨더랬습니다. 사실은 딸프언니가 한 리퀘랑은 살짝 내용이 달라졌어여 원래는 둘이 싸우고 토니가 싹싹빌고... 뭐 이런 리퀘를 해주셨었는데..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 어째 쓰다보니 센치해져서 ㅋㅋㅋ 이브날에도 짝사랑하는 토니 스타크를 보니 센치해져서 저렇게 써지고 말았습니다. 왠지 토니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것 같은 좋은 마무리를 위해서 노력했어영. 흑흑.

 토니가 말한 선물은 근데 뭘까여..? ^,.^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싸한 선물이 생각이 안나서 저렇게 끝내고 말았다는. 무책임하네여... 죄송합니다. 가장 그럴싸한 건 역시 반지일까여? 크리스마스 링~ 이라니!!!! ㅋㅋㅋㅋ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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