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rew a wish in the well  

 

(무비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저의 스포가 다량함유되어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굵고 세찬 빗속에는 묘하게 고요한 가을이 잠자고 있었다. 스티브는 굵은 빗줄기가 만들어내는 동굴속에 있을 때 같은 굉음을 들으면서 그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왼쪽 어깨가 진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것이 우산의 수많은 빈틈을 파고든 빗줄기때문인지 아니면 한 번 우산에 부딪힌 빗줄기가 그대로 스티브의 어깨까지 굴러떨어진건지 알 수가 없었다. 스티브도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고. 처음 집을 나설때부터 이만큼 쏟아지고 있었던 비에 젖게하지 않기 위해서 스티브는 윈터솔저에 관한 서류위에 비닐을 씌워서 들고온 참이었다. 그래서 비닐은 흠뻑 젖어 스티브 손안에서 미끌거렸지만, 그안의 서류는 조금도 젖지 않았다. 날씨때문에 다소 눅눅해지긴 하였을까. 스티브는 눈앞의 건물과 그 다소 눅눅해진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나타샤가 준비해준 윈터솔저에 관한 정보의 이 서류는, 출저가 쉴드임에는 분명했는데, 쉴드의 어느누가 이것을 나타샤에게 제공했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쉴드는 7할정도가 거짓으로 오염되어있었고 그 7할에 의해 숙청당한 2할이 부서지거나 죽음을 당해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부분은 1할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지금은 전면 휴면상태였다. 쉴드의 수장급들이 바스러진 까닭이었다. 체제를 정비하는 것, 그것이 군인집단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질서였다. 그리고 한번 완전히 붕괴된 쉴드는 현재 그 가장 중요한 질서가 제대로 성립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알렉산더 피어스는 죽었고, 닉 퓨리는 떠나고... 스티브는 고개를 들어 다시 건물을 위에서부터 바라보았다. 굵은 빗줄기 너머로 건물이 흐릿해져 그 외관이 뚜렷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를 이곳으로 부른 그 남자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 남자는 자신이 준비해준 서류에 몇가지 더 보충할 것이 나왔다며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에게 이미 끊어져 사라진 줄 알았던 쉴드의 비밀통신으로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직접 당신을 찾아가야만하는데 송구스럽게도 오라가라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짧은 말속에 느껴지는 스티브를 향한 진정한 흠모.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기억속에 희미하게 피어올랐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스티브는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걸음걸이가 다소 느려지는 것은, 우산을 접는 것에 조금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건물안에 들어가기 전에 망설이며 억수같은 빗속에 그냥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은, 그것은 통신너머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티브의 정신을 어지럽혔기 때문에.


 "캡틴."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스티브는, 텅비어있는 넓은 로비에 서 있는 필 콜슨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봤을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그는 몸라인에서 조금 넉넉한 핏의 검은색 양복을 입고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게 넥타이를 매고, 두 손을 가볍게 앞으로 모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바로 그 미소를.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는 캡틴 아메리카를 향한 분명한 호의를. 스티브는 필의 그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단지 들고있던 서류를 그저 놓쳐버렸다. 그리고 그 서류들이 스티브가 놓자마자 한꺼번에 쏟아져 전부 다 바닥에 두서없이 흩어지는 바로 그순간, 스티브 로저스는 달려가 필 콜슨의 어깨를 끌어안고 그 비교적 작은 체구 좁은 어깨의 콜슨을 꽈악 껴안았다.











 "여기 새로운 걸로..." 스티브가 로비에 쏟아버린 서류를 정리한 후, 콜슨은 자신이 좀 더 보충한 내용이 포함되어있는 서류를 챙겨들고 스티브를 안내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스티브는 소파에 앉아 오른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코끝이 붉어져 있었다. 콜슨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스티브에게 다가가 서류를 건네었다. "...고맙네." 스티브는 방금 자신이 해버리고 만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버린 그 허그가 도저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콜슨과 제대로 시선도 마주치지 못한 채 손 하나만을 뻗어 그가 건넨 서류만을 겨우 받아들인 것이었다. 콜슨은 그런 스티브를 내려보면서 그저 싱긋하고 웃을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콜슨은 스티브에게서 먼저받는 허그의 감촉이 오히려, 손안에, 이품안에 더욱 오래남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스티브의 체온의 감각을 영원히 잊지않았으면 좋겠을 정도다. 몸 속 어딘가에 '재생'이라는 단추가 있어서 생각날때마다 종종 그 단추를 눌러 스티브 로저스의 체온을 불러오기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콜슨은 어쨌든 스티브가 앉아있는 소파에서 몇걸음 뒷걸음질을 하여 그에게서 조금 멀어졌다. 여전히 얼굴이 붉어져있는 스티브에게 너무 가까이 있지 않는 쪽이 그에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콜슨은 한쪽에 세워져있는 장식용 작은 테이블에 살짝 몸을 기대듯 하며 섰다.


 "...많이 놀라셨을 줄 압니다. 캡틴. 그동안 살아있는데에도 불구하고 연락도 제대로 드리지 않고 계속 죽은척한 것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아..."


 스티브는 머리를 긁적이며 간신히 콜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살아있다. 필 콜슨은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스티브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콜슨이 먼저 허리를 반듯이 세우더니 스티브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찌푸려져 있는 미간 사이의 주름에서 스티브 로저스를 향한 미안함이 흘러넘쳤다. 스티브는 소파옆에 방금 그가 받은 서류를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소리가 없는 그의 한숨.


 "......"


 살아있다. 필 콜슨은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심장이 뛰고 온몸에 뜨거운 피가 돌고, 살은 말랑하고 가죽은 탄탄한. 스티브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꼭 눈물이 날 것처럼 눈 속이 뜨거웠다. 물론 눈물은 쏟아지지 않겠지만. 그러나 콜슨이 말하고 콜슨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거렸다. 스티브는 자신이 콜슨에게 하고싶었던 말들이 많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중 그 어떤 말도 그에게 하지 못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에게 하고싶었던 그 많은 말들이, -지금와 제대로 말의 형태를 띄지 못할정도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나야말로 자네에게, 계속 사과하고 싶었어."


 스티브는 목이 메어왔다. 콜슨은 스티브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더욱 당황하며 두 팔을 내저었다. "아니, 캡틴이 무슨. 무슨 사과를 할 것이 있다고,"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나의 영웅. 콜슨은 얼굴을 붉히며 필사적으로 두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그런 콜슨을 바라보며 스티브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었다.


 "자네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


 "정말로 무엇보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정말... 죄송합니다."


 또 그렇게 둘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보며 말이 없었다.









 사실 스티브에게도 살아있음을 알리러 모습을 드러낼 일은 아마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콜슨은 슬쩍 스티브가 앉아있는 소파의 옆자리에 다가가 앉으면서 그렇게 말을 열었다. 스티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것 같더라니라며 중얼거렸다. 콜슨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먼 곳을 더듬는 눈동자로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어디까지 말하면 좋을까 고심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자기자신의 모습을, 앞으로 콜슨이 해야 할 일들을 전부 포함해서 그에게 말할 수 있을 부분까지 전부. 사실 필 콜슨은, 이제 남아있는 쉴드-그 규모가 쉴드의 창설이래 가장 작고 볼품없을지는 몰라도 어쨌든-의 국장이었고, 기꺼이 그 직책을 짊어지고 나아갈 각오가 되어있었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도 전부 다 받아들이고, 앞으로 자신이 겪어야 할 모든 일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리라고. 스티브는 콜슨의 말을 끊지않고 거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을 하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중간중간 콜슨의 이야기에 맞장구나 추임새같은 것도 넣어주지는 않았지만, 그의 고요한 눈동자가 오히려 콜슨의 마음을 더욱 편하게 해주었다. 콜슨은 그래서 비교적 잊어버리는 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정리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콜슨의 말을 전부 다 듣고 스티브는 "그렇군."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긴 침묵속에서, 두사람 중 누구도 그 침묵을 불편해 하는 일은 없었다. 콜슨은 스티브가 그렇군, 이라고 내뱉은 그 말을 자신의 목구멍너머로 계속 재생시키며 스티브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긴 속눈썹, 해질녘의 황금빛을 닮은.


 "...윈터솔저를 쫓을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쫓지않고, 찾을 예정이라네."


 "제가 도울일은 없겠습니까."


 "이미 도와줬어."


 "아... 뭔가, 앞으로도 당신의 앞길의 또 다른 무언가에 힘이 될 수 있다면-"


 "나 때문에 자네가 무리하는 건 정말이지 원치않네. 콜슨."


 "......"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이미 자네는 나에게 정말 많은 힘이 되어주었네. 나는 앞으로 분명 자네가 살아있다고 하는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겠지만, ...하지만 나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


 "역시 자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낸 어제보다, 자네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오늘이, 나는 훨씬 행복하니까 말일세."


 그래. 사실은 스티브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는 이제 쉴드의 사람인 것도 아니고, 필 콜슨은 이미 죽은 사람인 것으로 되어있는 편이 모든 면에서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그가 윈터솔저의 정보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에게 쉴드에 남아있는 모든 자료를 다 넘겨주고 싶었다. 아니아니, 좀 더 정직하게 말해보자. 좀 더 솔직해져보자. 사실 콜슨은 그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 사실이 어떻게든 스티브에게 흘러가게끔 하기 위해, 스스로 윈터솔저에 관한 정보를 모아 그것을 스스로 나타샤 르마노프에게 넘겨주었다. 이로써,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뉴욕의 멤버가 더욱 늘게되었다. 원래는 그래선 안 될 것이었다. 그들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해서는. 하지만 콜슨은 나타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스티브 앞에 이렇게 다시 설 수 있게 되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었을까? 콜슨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어느쪽도 전부 진실일 것만 같았다. 그만큼 마음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다.


 나타샤 르마노프는, 물론 놀라였고, 혼란스러워하였고, 곧 행복해했다. 그리고 물론 그녀는 뛰어난 요원 중 하나였으므로, 서류를 스티브에게 가져다주면서 필 콜슨이 사실은 살아있다라고 하는 것을 스티브에게 말을 할리가 만무했다. 콜슨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콜슨은, 일부러 스티브에게 전해주는 서류의 몇 장을 누락시켰다.


 그래.

 몇장을 누락시켰다.


 이것만은 그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정확한 진실이다.


 그를 만나고싶었어.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는 무리였어.

 

 그가 나를 보게 하고 싶었던 거야.

 다른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콜슨은 눈 한 번을 깜박이지 않고 스티브 로저스의 긴 속눈썹을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황금색 위로 바람이 흘러가는 흐름같은 것에 넋을 잃었던 적이 있다. 기억속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그의 환상과 실제로 만나고 난 후의 그, 그 둘 사이의 갭조차도 사랑스러웠다. 가슴설레였고. 그래서 사실은, 오늘 이렇게 만나서는 안 됐었는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필 콜슨이라는 존재는 한 번 죽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콜슨은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영영 죽은 사람으로 남아있는 슬픔을 정말이지 싫었던 거야.


 캡틴.

 당신이 안아줄 때의 단단한 당신의 팔을, 앞으로 영원히 기억할 것 같아요.

 슬픔인지 기쁨인지, 충격인지 행복인지, 놀라움인지 그 무엇인지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뒤섞여있는 건지도 몰라도

 당신의 그 팔안에 너무나 강하게 들려있던 바로 그 힘이 내 어깨에 부딪혔을 때, 나는 그제야


 내가 살아있음을 절실을 깨달았습니다.


 콜슨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스티브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캡틴. 캡틴. 한 번만 더 불러주세요. 콜슨이라고. 당신이 내이름을 불러주는 것, 한 번 더 그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듣는 것. 오직 그것만을 기다려왔어요. 절실하게 빌었죠. 이렇게 당신곁에

 

 살아있는

 

 나를.


 


 

 


 






 

 

 

 

- done

 

히이익 손발이 오글토글. 죄송합니다 ㅍvㅍ < 죄송하단 표정이 아님.

 

콜슨스팁 처음 써보는ㅋㅋㅋㅋ 아 어색하고 어색하여라. 손발 없어지네요 진짜. 설탕요정 어디가나. 나타샤가 윈터솔저에 관련한 서류를 스티브를 위해 구해다왔을 때 무슨 루트로 통해서 저걸 구해다줬을까... 에서부터 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콜슨과 스티브의 재회를 내멋대로 종종 상상해왔기 때문에 언젠가 글로 쓸 거 같았는데 이렇게 나오네요. 좋겠다..<? 스티브 품 안이 얼마나 따스할지. 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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