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white day


 토니 스타크의 남친력은 종종 그의 재력과 만나 폭발한다. 토니는 자신의 역대 연인 중 최고치의 금발글래머를 자랑하는 연인 스티브 로저스와 처음 맞게 된 세계적 대이벤트의 날-사실 화이트데이는 동양권에서만 유명한 날이고 서양권에서는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 토니에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화이트데이라는 날이 3월중에 존재하지 않았다하더라도 토니는 어떻게든 이벤트를 할 수 있는 핑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가령 333일같은 언뜻 의미가 있어보이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을 만든다거나 하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벌써 일주일 째 하고 있었고, 그 고민들은 토니 스타크의 기분을 아주 신선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토니는 사랑스러운 존재와 함께 보내는 날을 어떻게 꾸며야 할까 하는 주제로 지금만큼 오래 고민해본적이 이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 토니 스타크에게 연인에게 주는 선물, 하루의 이벤트, 이런 건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여성의 타입만으로도 그 여성이 좋아할만한 물건이 0.2초만에 떠올랐고 그것이 가령 어떤 물건이든 토니 스타크는 한시간 내에 공수해 자신의 책상서랍앞에 잘 포장된 그것을 집어들 수 있을만한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그 방면으로는 석유부자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는 토니 스타크였는데, 지금은 봐라. 오늘 스티브에게 줄 선물을 벌써 일주일 째 생각하고 있는데, 도저히 적당히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이렇게 고민하는 자기자신과 마주하게 될 줄은, 스티브 로저스를 만나기 이전에는 생각조차 해본일이 없었다. 토니는 이 신선한 경험에 마치 처음부터 삶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듯한 풋풋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노곤해졌다. 봐라, 스티브 로저스, 토니 스타크의 인생은 스티브 로저스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지고 있다. 내가 이렇다는 걸, 당신은 대체 알고나 있는건지.


 하여간 기분이 좋은 건 좋은거고, 초조한 건 초조한거라. 토니는 자신의 투명데스크를 손가락으로 톡톡 내려치면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하여간 지금 급한 것은 당장 오늘 만나기로 한 스티브 로저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렇다. 아직도 못골랐다. 도저히 적당한 게 떠오르지가 않는 것이었다. 화이트데이가 발렌타인데이의 보답이라는 것도, 보통 사탕을 주는 것이라는 것도 토니는 잘 알고 있었지만, 스티브 로저스는 원래 사탕을 안먹는 사람이었다. 사탕을 입에도 안 대는 사람한테 아무리 세계최고의 사탕을 줘봤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생각끝에 토니는 스티브를 위한 트레이닝장소를 하나 사버릴까 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고, 가능하면 스타크타워에 가까운 곳에 있는 체육관을 사버리면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날 수도 있겠거니 은근 일석이조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토니는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크다. 그걸 사주는 건 아무 문제도 없지만, 토니는 당장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장소, 그 테이블 위에서 슬쩍 스티브에게 건넬 수 있는 작은물건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는 반지는 받지않고(반지야 처음 사귀자고 결정한 그 날에 바로 선물해줬다. 억지로 액세서리샵에 끌고가서. 하지만 그 후 그가 그걸 하고 있는 것을 토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했고.) 그 외 몸에 하는 것들은 왠지 받는 것조차 저어하지. 그럼 역시 제일 만만한 건 양복일체인데, 그건 이때까지 너무 자주줬다. 이미 스티브가 가지고 있는 작은 옷장에 가득 찰 정도로 많이 줬어. 그럼 대체 오늘같은 빅이벤트가 있는 날에 걸맞는, 스티브 로저스가 감격하여 양뺨을 붉히며 나를 향해 "...고맙네."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디즈니랜드라도 통째로 대여해버려? 아니, 그냥 사버려? 근데 그 영감이 월트 디즈니가 뭐지 알고는 있나? 토니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머리에 쥐가 올 것 같아. 심지어 마음까지 꺾일 것 같다. 일주일 내내 고민해지만, 이렇게나 제자리였다. 스티브 로저스와 성공적으로 화이트데이를 보내는 방법이 말이다.


 "사탕꽃다발 같은 거 어때요? 소소하지만 귀여워서 플러스가 될 것 같은데." 스타크타워에서 가까이 있는 것 중 가장 큰 체육관을 당장 사들이기 위해 페퍼에게 전화를 하면서, 토니는 은근슬쩍 상담을 하였고, 페퍼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 귀여운 거도 좋아하구 말이죠." 귀여운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본인이 귀엽달까. 그런 귀여운 소품에 본인이 잘어울린달까... 페퍼는 그렇게 생각했다. 토니는 이어폰 너머까지 들릴만큼 큰소리로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괴었다. 너무 많이 생각해서 지쳤다는 표정이었다. "아~ 캡시클은 사탕 안먹는단 말야." 페퍼는 전용기안에서 보고있던 서류를 무릎위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았고, 수화기 너머의 토니 스타크의 다소 지친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어차피 메인 선물은 체육관 쪽이잖아요?"

 "그래도 안먹는 거 아는데 사탕 주는 거 좀 그렇잖아."

 "다른용도로 쓰면 되잖아요."


 "......" 순간 토니는 숨을 멈추었다. 다른 용도로 쓰라니? 안먹는 사탕을 주면서 다른 용도로 쓰라니... 뭐 아래입으로 먹이라는 그런 뜻인가? 토니는 순식간에 머리위로 몰린 피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양손을 결박시킨 스티브 로저스의 위에 올라타 성급하게 풀어헤친 자신의 넥타이로 그의 겁에 질린 파란 눈동자를 가리고 있었다. 어설픈 밧줄결박은 슈퍼솔저의 손안에서 한방이면 끊어지겠지만 토니의 상상속인지라 스티브 로저스는 밧줄을 끊어낼 시도는 커녕 작은 동물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토니는 눈을 가린 스티브의 안색이 사색이 된 것을 즐기면서 헐벗은 스티브의 한쪽 다리를 집어올렸다. 이미 반쯤 고개를 든 스티브의 성기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쿠퍼액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려 엉덩이 안쪽까지 적시고 있었다. 토니는 작고 동그란 레몬맛 사탕을 손에 들고 사탕을 할짝이며 무언가 음란한 말을 지껄인 후(토니는 그러나 상상력이 빈곤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에로망가라도 좀 많이 볼 걸! 토니가 생각해낸 건 겨우 "첫사랑은 레몬맛이라더군."뭐 이런거 따위였다.) 그대로 사탕을 스티브 로저스의 엉덩이 구멍속으로 꾸욱 집어넣었다. "으아아앙," 스티브의 몸이 펄떡 튀어올랐다. 사탕이 빠지지않도록 깊게 넣느라 구멍안쪽까지 들어간  토니 스타크의 손가락이 녹아내릴 정도로, 스티브의 몸 안쪽이 뜨거웠다. 이거, 금방 다 녹겠는걸. 토니는 딸기맛 사탕을 하나 더 집어들었다. "여기에 몇 개나 들어갈까? 스티브." 토니의 말에 감전이 된 것처럼 스티브의 어깨가 부들부들 흔들리고.


 아, 서겠다. 여기서 더 생각하면 서겠어. 중년의 발기부전이 무색할 정도로 다리사이에 피가 몰려, 토니 스타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망상을 멈추었다. 십대소년도 아니고 이게 뭐야. 코피터지겠네 진짜. 토니는 턱하고 힘이 풀린 듯 의자에 깊게 등을 기댐과 동시에 한 손을 들어 자기 눈을 가렸다. 스티브. 미안해. 저도모르게 입술을 달싹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용도라니... 뭐야?" "뭐긴요. 그냥 장식용으로 스면 된다는 거죠. 집안 어딘가에 장식해놓는다거나. 그런 용도로 예쁘게 나오는 게 많아요." "...하하, 그래. 장식용말이지." 토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말로만 들어왔던 바로 그 현자타임이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동안 토니가 스티브에게 무엇을 주든 스티브는 다 기뻐하며 받아주었다. 처음 선물을 보면 살짝 곤란한 듯 푸른 눈동자를 좌우로 불안하게 흔들다가, 곧 토니가 원했던 것보다 더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보답해주곤 했었다. 그것이 스티브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나가는 물건이든, 그저 맨하탄의 포장마차 핫도그이든 말이다. 토니는 스티브가 자기에게 그런 걸 바라고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것도, 토니는 잘 알고 있었다.


 커다란 체육관이 아니라 작은 아령을 선물해도 스티브는 마음 깊은 곳에서 기뻐해줄 것을. 토니는 씁쓸하게 웃으며 페퍼에게 다시 말했다. "저기, 페퍼. 방금 꺼 취소해줘. 역시 체육관은 안사겠어." "? 그래도 괜찮아요, 토니?" "응.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런 걸 사준다고 해서 스티브가 세계최고로 행복해 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전화를 끊고나서 토니는 이어폰을 내려놓고는 양손으로 눈두덩을 꾸욱꾹 눌렀다. 그래.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는데, 그래도 나는, 내가 당신의 얼굴을 보면 기뻐서, 기쁜마음이 가슴을 뚫고 나가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당신을 기어코 꽈악 껴안고 마는, 그때 잠깐 당황했다 곧 마주 안아주는 당신의 오른손의 체온이 주는 행복함만큼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거야. 당신이 그걸 이해해주고 있다면 좋을텐데. 토니는 웃었다. 알고있다. 이 모든 선물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당신은 기뻐해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주든. 내가 당신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당신도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 만큼.







 토니 스타크는 결국 스티브를 데리러 가는 길에 꽃다발을 샀다. 하지만 스티브가 사탕을 안먹는다는 걸 알고있으니까, 토니는 사탕말고 초콜릿이 생화와 함께 장식되어있는 것으로 골랐다. 사탕말고 초콜릿으로도 음란한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토니는 물론 잘 알고 있었지만 ("초콜릿색 유두가 됐네?(음흉)"), 이성을 찾고 생각해보니 막상 그런짓을 하면 스티브는 상상 속과는 다르게 "음식가지고 이렇게 장난치면 안 되네, 토니."하면서 잔소리를 할 것이 틀림없었다. 젠장. 그런 당신도 귀여워. 토니는 그렇게 생각하며 초콜릿 꽃다발을 두 손으로 꼬옥 껴안고 길에서 스티브를 기다렸다. 스티브는 토니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인지는 몰라도 제법 달려왔는지 두 뺨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는데, 체력이 귀신같은 나의 연인이 고작 그정도 달렸다고 저정도로 얼굴이 붉게 될 것 같지는 않고, 당신도 오늘을 기다렸던건가 나만큼, 이라고 슬쩍 생각하니 토니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어둠이 내려 반짝반짝 불이켜진 네온사인 사이사이로 삼삼오오의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고, 토니는 자기 앞에 도착한 스티브의 오른쪽 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티브의 피부가 차가웠고 토니의 손바닥은 비교적 따뜻했다. 스티브는 눈꼬리를 접으며 조용하게 웃었고, 토니는 스티브의 그 미소가 언제나 항상 못견딜 정도로 좋았다. 토니는 재빨리 꽃다발을 스티브에게 안겼다. 아니나다를까, 스티브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다가 곧 환하게 웃어주었다. "고맙네. 토니." 응, 달링. 나도 고마워. 언제나 보여주는 그 얼굴이 고마워. 틀림없이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거다. "나도 줄 것있네." 그리고 곧 스티브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어 토니에게로 건넸다. 토니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저도모르게 코도 찡긋거렸다. "고마워. 달링." 토니는 웃으면서 스티브가 건네주는 사탕을 받았다. 나도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다. 이 웃는 얼굴을 보면, 당신도 틀림없이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게 틀림없어. 그리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게 되겠지. 나의 이 마음을.


 토니 스타크의 남친력은 종종 그의 재력과 만나 폭발한다. 하지만 소중한 연인이 된 스티브 로저스에게는 토니 스타크의 재력따윈 한낱 의미없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토니를 가장 기쁘게 한다는 것을, 스티브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 done

아 달달... 달달한 화이트데이.... 달달한 토스트..>0< 꺄아 내가 쓰고도 이렇게 달달하다니! <

ㅋㅋㅋ 설탕요정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역시 토스트는 이 꿀떨어지는 듯한 달달함이 최고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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