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and table

 

 

 

 

(1)

 

 이것은 클린트 스스로 자초한 수많은 일 중의 하나로, 건실하고 성실한 면에 속한 일면에 비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경향에도 쉬이 속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만을 표하는 어벤저들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기에,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클린트로써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을 모두 맞추기에는 도저히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클린트의 두뇌용량이 여유롭지가 않았고, (젠장할 설탕 몇 스푼 넣는지를 기억할만한 여유분량이 있으면 페루어 단어 하나를 더 집어넣겠다.) 설사 여유롭다 하더라도 그런 세세한 감각을 소모해가며 그들을 아주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케어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뭘 그런 애살씩이나 부릴까, 천성적으로 착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어쨌든 그런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의 불쾌한 소리를 들어가면서 기어코 아침의 커피 한 잔을 어벤저들에게 돌리는 것이 클린트의 습관이 되었다. 눈뜨면 커피부터 먼저 마시기 위해 포트로 달려가는 클린트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커피홀릭인 것이다. 그리고 혼자 마시는 일이 겸연쩍어 결국 모두분의 커피를 타주게 되고, 그 커피들은 철저하게 십수년동안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타온 클린트에 의해 완벽하게 클린트의 입맛에(만) 맞는 커피들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커피들은 절로 원성을 불렀다. "제발, 클린트. 내 커피엔 설탕을 좀 넣어달라구. 이렇게 매일 아침 말하고 있는데 말이야." 물론 시럽도 문제였다, 그러나 보통사람보다 두 배 진하게 마시는 클린트의 에스프레소 입맛이 더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었다. "싫으면 마시지 마, 아이언맨." 토니라고 불러라 좀. 마지막 툴툴대는 소리를 들으며 클린트는 아이언맨을 외면한다. 그의 투덜대면서 후후, 하고 커피의 뜨거운 김을 불어대는 소리를 왼쪽귀로 들으면서.

 

(2)

 

캡틴 아메리카의 하루가 최근, 이상하게 짧다. 일어나고, 운동하고, 시내를 한바퀴 돌며, 돌아와 운동하고, 잔다. 대부분의 사이클이 그 넓지 않은 범주안에 포함되어 크지않은 변화를 겪으며 순환하고 있다.(그리고 순환 안에는 먹고싸고 등등의 본능성질에 의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하루 위도우가 옆에서 지켜본 바,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어 호크아이에게 상담하였다. 호크아이는 작은 눈동자를 더욱 작게 축소시키며 두 어 번 눈을 깜박이다, 당황하면 저도모르게 눈을 깜박이는 자신의 습관을 순간 위도우에게 들킨 것 같아 작은 창피감을 느끼며 짧은 머리칼을 제손으로 흐트러뜨렸다. "건강하고 좋구만 뭘?" "지나치게 단조로우니까." 호크아이가 당황한 이유는, 섬세하지 못해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지만, 위도우가 느낀 불안감을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기가 보기엔 왜, 뭐, 그냥 휴식 잘 취하고 있는 거 같은데 왜, 였기 때문에. 빨강머리를 높게 틀어 조금 긴 검은색 끈 하나로 완벽하게 동여묶으며, 오늘의 직장(은 아이언맨의 비서직이었다. 아시다시피 위도우의 워크는 늘 그 장소와 직책이 바뀐다.)을 위한 드레스업을 마친 채 호크아이의 왼쪽어깨 옆으로 지나가는 위도우의 목덜미에서 평소와는 다른 샤넬의 향수가 풍겼다. "오늘은 내가 자리를 비우니까 네가 좀 봐주고 있어." "하아." 위도우가 사라지자마자 캡틴에게로 달려가 호크아이는 한시도 참지않고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 의자의 옆 빈 공간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고 바른다리를 한 채 한쪽 다리위로 팔을 얹어 그대로 턱을 괴었다. 바닥은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어 호크아이의 살에 닿는 촉감이 고르고 편했다. 읽고 있던 크고 두꺼운 라틴어의 책에서 눈을 떼고 캡틴은 호크아이를 바라보았다. "호크아이?" "캡, 혹시 고민있어?" 단도직입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큰 미덕이다. 캡틴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책을 테이블 위에 완전히 내려놓고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시선으로 호크아이의 작은 눈을 바라보았다. 호크아이는 한순간의 가감도 없이 위도우와 둘이서 나눈 대화를 음의 높낮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내뱉었다. 캡틴은 곧 연하게 웃었다. 금발아래로 두꺼운 눈썹이 여덟팔자를 그리며 선해졌다. "미인이 걱정해주니 기분이 좋은걸." "그런 감각은 팔십년 전 인간이나 나나 크게 다르지가 않네." "하하하." 유례없는 휴식을 마음껏 지내는 와중의 캡틴은 크게 웃은 뒤에 호크아이에게 다시 말했다. 알았으니, 슬슬 나에게 일거리를 좀 달라고 전해달라며.

 

(3)

 

 회의의 마지막 기탄없는 의견을 피로하는 시간이 끝난후, 무거운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토니는 간신히 폐회를 선언했다. "이제 끝." 이제 집으로 갈꺼야. 가기전에 맛없는 클린트의 커피는 이제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으니까 카페에 들러 테이크아웃을 좀 하고 가야겠지. 긴 에스컬레이터를 선 채로 내려가며 토니는 자주가는 카페의 메뉴를 머릿속으로 비교했다. 오늘의 기분과 몸의 상태와, 바이오리듬의 자가체크와, 헐크에게 줄 선물과 자신의 체중의 현재 수치와 캡틴의 1세기 전 입맛과 기타등등.... 카라멜 마끼아또다. 알 수 없는 수치의 아리송한 결론에 대하여 자비스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기분은 계산할 수 없다.' 그렇다, 토니는 그냥 카라멜 마끼아또가 마시고 싶은 것 뿐이었다. 오로지 그뿐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없었고, 마시지 말라고 막을 이유도 그럴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토니는 테이크 아웃 한 잔에 그렇게 행복해했다. 그런데 때마침,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여니 막 포트에 커피 한 잔을 뽑아 제 입에 머그컵을 갖다대려고 하는 클린트와 눈을 딱 마주치지 않았겠는가. "...마실래?" "...마시지." 마시고 왔다거나 안마시겠다는 말을 왜 못하는건데. 아이언 맨, 넌 바보야. 테이크아웃 한 종이컵을 등 뒤로 슬그머니 숨기며 스스로 그렇게 되뇌이다보니 마주친 얼굴을 향해 자꾸 어색한 미소 외에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표정관리는 대체 어느나라 말이더라. "아, 맞다. 다녀왔어." "어." 스스로도 스스로의 웃음에 어색함이 느껴진다. "다녀왔나, 스타크." 너도 토니라고 불러라 좀. 토니는 쳇, 하는 표정으로 스티브를 향해 왼손을 휙휙 젓듯이 흔들었다. 스티브의 연하게 짓는 미소에 이끌려 토니는 대충 자켓을 벗어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스티브의 옆 빈 의자를 하나 골라 그 위에 앉았다. 클린트는 제몫과 토니의 것, 그리고 부탁도 하지 않은 스티브의 몫까지 커피를 타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땡큐..." "별 말씀을." 어깨를 으쓱 한 번 하더니, 제 입맛에(만) 철저하게 잘 맞는 커피 한 잔의 그윽한 향을 즐기면서 클린트는 지친 토니의 어깨 위를 주먹으로 살짝 내려쳤다. "캡이 이제 일을 하고싶대." "오, 백년만에 얻은 귀중한 빈둥거리기는 이제 끝난거야?" "나의 나태에 걱정하며 지켜보는 사람이 생길줄은 몰랐는데, 예상밖인거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 전에 나도 재활을 다시 해야하겠지." "그것 참. 여자들은 남자들이 사실은 타고난 게으름뱅이들이란 것을 잘 이해못하는 것 같아. 일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구,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치고 토니는 일 참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상의 일 외적인 것들 뿐이지. 파티라면 언제든지 열심히 할 거고 물론."

 

 "하지만 클린트, 맞아, 자네는 의외로 성실한 타입이지."

 "타고난 솔저인 스티브를 앞에 두고, 번데기 앞에 주름잡게 만들지 말아줬으면 해."

 "그 번데기가 지금 백수노릇을 한 달 이상 하고 있어서 여성에게 불안감을 가지게 했는데 말이지."

 

 하하하, 테이블을 둘러싸고 셋이 웃었다. 문득, 자신의 어느새 빈 커피 잔을 코위치까지 들어올리며 클린트가 말했다. "리필 필요한 사람?" 토니가 왼쪽 눈썹을 타원형으로 구부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동안, 스티브는 자신의 눈앞에 거의 마시지 못하고 내버려두고 있는 악마보다 시커먼 커피를 바라보며 곤란한 듯 뺨을 긁적였다. "어.. 나는 됐네." " 아 그래 맞아 나도." "흐응?" 무언가 불만이라는 듯 눈을 치켜뜨며 클린트는 자신의 잔만을 집어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린트의 뒤돌아 멀어져 가는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테이블에 남은 둘은 서로에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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