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cape
어벤저스 어쎔블은 자기가 외쳐놓고 이번 사건현장으로 정작 토니 스타크 혼자만 출진하지 못하였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이번적이 어벤저스와 쉴드간의 통신망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토니는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것보다 서포트를 위한 통신망 재구축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그래서 아이언맨으로 분한 토니는 스타크타워와 쉴드의 함모를 마구 날아다니며 새 통신망 구축에 온신경을 쏟아부었고 그래서 현장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니가 통신을 다시 부활시키고 서둘러 현장에 나간 멤버들에게 연락을 했을때에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 쉴드의 항공모함으로 빌런을 데리고 가 감옥에 넣었다가 바로 스타크타워로 돌아갈테니 나오지 말고 그냥 타워에서 기다리라고 호크아이가 통신을 전해왔다.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수트 헬멧을 벗었다. " 자비스. 나 오늘 혹시 쓸모없었어? "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네요, sir. 오늘따라 자비스의 평상시의 말투가 더욱 무정하게 들렸다.
기왕 쓸모없는 놈이 된 거 제대로 농땡이라도 피우(는 모습을 보이)자 싶어서 토니는 360도 빙빙 돌아가는 사장님 의자에 앉아 푹신한 쿠션의 감촉을 즐기면서 트로피칼 주스를 스포이트를 꽂은 채 쭈욱 마시며 나머지 어벤저스들의 귀환을 기다렸다. 물론 이런 연출은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그들이 돌아올 시간을 가늠하며 주스를 만들고 중간이 꺾인 스포이트를 찾는 일은 통신망 재구축에 버금가는 힘든일에 속하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토니 스타크는 그들이 한꺼번에 하늘에서 날아와 스타크타워 옥상에 안착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의자에 앉아 주스를 쭉쭉하고 마시며 책 한 장을 넘기는 여유로운 토니 스타크를 연출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 여, 다들 왔어? 오늘도 멋있었어. 수고했어. " 날름날름 공치사를 아무렇게나 내뱉는 토니의 혀끝에 지중해 과일의 맛이 퍼지고 있었다. " 뭐야? 아이언맨의 오늘자 농땡이? 설마 우리몫의 농땡이를 준비 안한 건 아니겠지? " 호크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헐크 주스 마신다! " 헐크도 있다. 좋아좋아, 토니는 재빨리 눈동자를 굴리며 어벤저스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농땡이 부리는 건 부리는거고 현장에 가 싸움을 하고 온 그들의 상태확인을 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는 토니 스타크였다.
호크아이, 뺨에 가벼운 생채기가 났지만 전반적으로 멀쩡해. 헐크, 누가 그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는 역시 없네. 그래 그녀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니까 나도 뭐 기대는 안했어. 그래도 얼굴 정돈 보여줘도 되잖아. 오, 토르. 토르도 멀쩡하군. 아침에 봤을때와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어 그 풍성한 금발도 여전히.. ..근데 자랑하는 망토가 없네.
그때 토르가 뒤를 바라보며 뒤따라오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손을 뻗었다. " 괜찮소? 미국의 아들이여. 불편하다면 내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리다. "
" ..!! "
그리고 토니는 깜짝놀라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는데, 간신히 그런짓은 하지 않았고 단지 토니의 무릎에서 주르륵 책이굴러떨어졌다. 호크아이가 허리를 재빨리 굽혀 토니에게서 굴러떨어진 책을 들어 팡팡하고 먼지를 털어주었다. 토니는 호크아이가 건네는 책을 받아들 생각도 못하고 캡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파란색의 유니폼에 마스크를 벗은 채로 캡틴은 짧게 자른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넘기고 있었는데, 그의 탄탄한 어깨 너머로 흐르는 붉은 망토가 펄럭이고 있었다.
" 고맙네. 토르. 하지만 괜찮아. 충분히 걸을 수 있으니까. "
"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체면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런걸 신경쓰지 않으면 하네. 자넨 나의 소중한 친구이니까. "
" 신의 입으로 직접 친구란 말을 듣는건 언제 들어도 참으로 영광스러운 기분이야. "
" 하하하.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네. "
토니가 놀라 턱이 빠지거나 말거나 둘은 신나게 우정을 쌓고 있었다. 캡틴은 결국 마지막까지 토르의 어깨에 기대는 것을 거절하였지만 토르가 내민 손바닥 위에 살짝 주먹을 내려침으로써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캡틴이 약간 절뚝이며 걸을 때마다 캡틴 너머의 붉은 망토가 크게 펄럭였다. 자락이 넓고 길어 사람주변의 바람이 조금씩 일어날때마다 망토는 더욱 크게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다. 캡틴은 등뒤의 망토가 어색한 듯 손으로 끝을 말아쥐며 좀 더 바짝 몸으로 달라붙게 하였다. 망토가 뒤에서 펄럭거리는 것이 싫은 듯이 보였다. 아니 싫다기보다는, 한없이 어색해하고 있는 것인가.
" 캡틴? "
토니 스타크가 손가락까지 들어서 가리키기에 드디어 올 게 왔다 싶어 큿흠 기침을 한 번 하며 캡틴은 눈을 깜박였다. " 오늘은 수고많았네. 토니. "
" 아니아니아니아니, 지금 그런 공치사 할때가 아니잖아? 캡시클. 언제부터야? "
" 뭐가 말인가. "
" 너희들 진짜 너무해. 평소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으면서 꼭 내가 출정나가지 못한 딱 하루만을 골랐어야해? 그런 역사를 만들려면 나도 있는자리에서 해줘, 소외감이 느껴져서 닭살이 오르잖아! 그래서 언제부터 토르의 트레이드마크를 캡틴이 달기로 한거야? 나빼고 의논같은거 했다하면 나 진짜로 울어버릴테니까. "
캡틴은 이마를 짚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크아이는 어깨를 으쓱해보일뿐. " 헐크 주스 마신다!! " 그리고 헐크는 토니가 마시다 만 주스를 집어들었다.
토르가 크게 웃었다.
" 하하하하. 그게 그런 것이 아니네 토니 스타크여. 전투중에 비겁한 빌런이 그의 등을 노려서 상당부분 데미지를 입었다네. 그래서 내가 급한김에 그의 등을 가리기 위하여 나의 망토를 빌려준 것이지. "
" ? 많이 다쳤으면 붕대를 감고 와야지. "
" 아닐세. 별로 안다쳤네. 등이 좀 훤해졌을뿐이네. "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등에 훤해진 캡틴 아메리카가 너무 보고싶어서 굳이 캡틴의 등뒤로 가 그의 붉은색 망토를 손으로 잡고 펄럭였다. " 와우! " " ...그 손 놓게. " 캡틴은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토니에게서 망토자락을 뺏어들었다.
" 캡틴! 정말 잘어울려. 유니폼 찢어진 김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입어볼 생각 없어? "
" 눈곱만큼도 없네. "
" 왜, 내가 투자할테니까. 걱정마 캡틴의 생명인 허리라인을 제대로 잘살려주는 디자인으로 골라서 이렇게. "
" 됐네. 자네에게 맡겼다가 무슨꼴을 하게 될지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군. "
그리고 캡틴은 다시 펄럭이는 망토를 손으로 들으려하는 토니를 흘기며 망토를 손위에 돌돌 감았다. 토르는 그런 캡틴의 뒤를 졸졸 쫓으며-캡틴은 자기를 따라오는 토르가 망토를 돌려받으려는 거라고 생각하며 내버려두었다-슬쩍 캡틴과 자기가 같은 방향으로 망토를 휘날리며 망루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토르의 빨간망토와 캡틴의 파란망토가 뒤섞이며 펄럭인다. 마음에 드는걸. 그런 토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사실 그자리에 서 있는 어벤저스 전부 다 토르와 비슷한 생각을 막 하고 있는 참이었다. 단지 캡틴의 등뒤에서 펄럭이고 있는 그의 망토의 색만이 각자의 취향대로 다 다를뿐. " 헐크 주스 더 마신다!! " 아, 물론 헐크만 빼고.
- done
+ 카테고리가 참 애매. 어쨌든 스티브 로저스 총수의 냄새가 나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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