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야구선수들이 유니폼을 입을 때 아랫속옷을 입지않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이 적힌 하얀색 종이를 들고 캡틴은 심사숙고를 하고 있었다. 야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브가 전쟁의 핀업걸이었던 시대에도 야구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단지 캡틴은 그들이 유니폼을 입을 때 아랫속옷을 입지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무지함은 캡틴을 심사숙고하게 만들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니 추리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혹은 짐작이나 추측의 과정을. 캡틴은 그래서 하얀 종이를 내려다보고 몇분이고 깊게 생각을 하였고 그동안 캡틴의 머릿속엔 몇 명의 얼굴이 불분명한 야구선수들이 유니폼을 입은 채 스쳐지나가는 파노라마가 펼쳐지었다. 다양한 포즈의, 흰 유니폼을 입고, 공을 들고있거나 배트를 들고 있거나 글러브를 끼고 있거나 하는 야구선수들의 들고 있는 왼다리, 혹은 접혀져 있는 오른다리, 그리고 타이트한 바지와 속옷으로 감싸여있지 않아 툭 튀어나온 중심부... 캡틴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캡틴은 씨익하고 웃었다. 하나의 그럴싸한 결론을 드디어 도출해 낸 것이었다. 씨익 웃었다고는 하지만 캡틴의 웃는 얼굴은 얇게 가늘어진 입가외에는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로 웃으면 언제나 늘 그렇게 반틈의 미소만을 겨우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왜냐면 캡틴의 마스크는 연한갈색의 간지런한 눈썹을 가린 채 밑으로 내려와 목전체를 두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한 뒤의 캡틴 얼굴은 언제나 콧잔등에서부터 입가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아, 물론 그 푸르고 연한색의 단호하지만 서글한 눈동자와 함께. 하여간에 캡틴은 생긋 웃고는 종이에서 눈을 떼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왠지 정확성은 떨어질 것 같은 가운데에서도 묘한 자신감이 일었다.
" 그건 운동선수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몸에 부착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한 일환의 한가지가 아닐까 한다만. "
" 완- 전 틀렸거등요-!!! "
" ...!! "
그리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내뱉은 캡틴의 대답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듯이 싹둑 잘라버리며 토니 스타크는 캡틴의 대답을 전면 부정하며 저쪽끝에서 부터 나타났다. 짠. 멋진 블랙수트의 단벌신사 등장. " 토니 스타크..! " " 정말 현대의 일은 눈곱만큼도 모르는 모자란 늙은이로세. " " 읏..! " 캡틴은 얼굴을 붉히며 손안의 종이를 구깃하였다. 물론 얼굴이 붉어진 것은 마스크 너머의 일이었기 때문에 언뜻 그냥 캡틴의 얼굴을 보면 붉어진 줄은 잘 모를터였지만, 토니는 이미 학습하고 있었다. 캡틴은 부끄러운 일이 있거나 당황하거나 하면 귀윗부분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붉은기가 퍼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토니는 귀가 드러난 캡틴의 마스크 디자인이 정말 혁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마스크가 없는 게 제일 마음에 들지만.
" 그럼 자넨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단건가? "
" 당근! 누구랑은 달리 난 21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아이콘이거든? "
" ...그럼 꼭 좀 가르쳐주길 바라네. "
" 흠. "
늙은이의 저런류의 고지식함은 싫지 않다. 부끄러워하던 기색을 버리고 제대로 진실을 알기 위해 정면을 똑바로 보는 파란색 눈동자는 미미한 눈속의 물기의 선을 따라 색을 달리하는데, 그럴때의 스티브 로저스는 정말 그대로 캡처하고 싶을정도로 아름다워. 토니는 진한 색의 눈썹 한쪽만을 위로 올리며 씨익하고 웃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노인네이다. " 그거야, 정말이지, 제대로 " 그거야 정말이지 제대로 내가 가르쳐줘야 할 의무를 갖고 있지. 토니는 오른쪽 주먹을 불끈쥐고 힘차게 위아래로 흔들면서 강하게 소리쳤다.
" 바지위로 속옷라인이 드러나는 게 싫기때문인게 뻔하잖아!!!! "
" ...... "
캡틴은 아마 지금 방패를 들고 있었다면 그대로 토니 스타크의 반들반들한 머리를 향해 내려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아니, 몹쓸생각이지. 그러나 그 생각이 너무나도 강한 유혹으로 캡틴을 잡아당겨 그 아찔한 유혹앞에서 자신을 다잡기까지 무려 약 3초씩이나 걸렸더랬다. 캡틴은 후, 하고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마스크 위를 훑는 그 행동이 다소 묵직했다.
" 이런 타이밍에 농담하는 건 좀 아니다 싶네, 토니 스타크. 자네에게 실망하게 하지 말아주게. "
" 아니, 완전 진심인데. "
" ...... "
" 진심을 넘어서 그게 진실인데. "
" ...... "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왜 진실을 말하는데도 알아들어먹질 못하는거니 멍청한 캡시클아?'하는 표정에는 정말이지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지었다... 캡틴은 조용히 이를 뿌득 갈았다. " ...그게 진짜 이유라고? "
" 그래. 왜 못믿겠어? "
" 전혀 못믿겠는데. "
" 그거참 의심도 많은 영감이시네요. 그치만 그거 맞다. "
" 어째서?! 어째서 그런거야?!! "
" 진실에 '어째서'가 무슨 필요가 있지? "
" ...... "
문득 말문이 막혀 스티브가 입을 다물자, 의기양양해진 토니의 표정이 더욱 은근해졌다. 그리고 얄미울정도로 얇아진 입술의 끝이라니.
토니 스타크는 어느새 끼고 있던 팔짱을 자연스럽게 풀더니 오른손 하나만을 들어 손가락 하나를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캡틴 아메리카의 유니폼 위, 캡틴 아메리카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캡틴의 배를 감싸고 있는 빨갛고 하얀선이 난 부분을 지나 검은색 벨트의 더욱아래까지의, 당당하게 양쪽으로 벌린 그 튼튼한 허벅지의 바로 중간, 중심부를!!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고개를 치켜든 채, 크게 외쳤던 것이었다.
" 그러는! 너도 지금! 아랫속옷을 입지 않았지 않나! 바로 그러한 이유로!!!! "
토니 스타크가 등장하고 바로 지금 이순간까지 그가 꼭 내뱉고 싶었던 바로 그 말 한마디를.
" ...!!!!!!!!!! "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캡틴 아메리카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을 엄청난 강도로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져 토니는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은 이와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마스크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화아아아끄으으은의 강도와 열기에 토니 스타크는 저도모르게 핏하고 웃었다. 스티브는 새빨간 얼굴을 하고 엉거주춤 어설프게 똑바로 선 자세로 안절부절하며 오른손을 흔들었다.
" 아아니, 아니, 너 너가 토니 너가 그그걸 대체 어어떻게 "
아 귀엽네. 진짜 웃음나와. 핏이 풋정도의 강도로 바뀌었다. 토니는 흠흠하는 헛기침 속에 웃음소리를 흘려내보내며 슬쩍 윙크를 해보였다.
" 그렇게 타이트한 유니폼을 입고있는데 속옷자국이 전혀 안보이니까. "
" 아니, 아니네! 이건 아냐! 그러니까, 결코 내 의도가 아니네! 다시 생각해봐주게 토니! (?) 결코 자의로 속옷을 벗었던 게 아니란 말일세 그러니까 내말은 말이지, "
진짜 당황한건지 횡설수설하며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거의 모를지경이 된 스티브는 혹시 쿡하고 누르면 툭하고 눈물까지 떨구는 게 아닐까 싶을정도였다. 어쨌거나 간신히 스티브 로저스는 두 손을 힘껏 벌리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데에 성공했다. 실제로 눈물까지 거의 글썽이면서.
" 샤워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려 했는데 그전에 내가 벗어논 옷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단 말이네!! 속, 속옷도 그때 같이 사라져서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
" 그래그래. 이해해. "
" 이 이해해주는건가 토니이?! "
" 그럼그럼 이해하고 말고. "
마치 광명을 되찾은 사람처럼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스티브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 아 토니 스타크 자네란 사람은 정말이지... "
" 어쨌거나 캡시클의 속옷을 가져간 사람은 사실 나니까. "
" ....... "
아 토니 스타크 자네란 사람은 정말이지 벗겨도 벗겨도 끝이없는 양파같고만.... .... ....됐고 이제 죽이자.
그뒤 약 십초동안 지속되었던 스티브 로저스의 혼란! 과 파괴! 의 광시곡(오케스트라 버전)에 대해서는 굳이 이자리에서 구구절절 피력할 필요가 없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그와중의 토니 스타크의 한 손가락당 한 귓구멍 틀어막기 신공도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말이다. 혼란의 광시곡에서는 간신히 벗어났으나 여전히 그 여운에 잠겨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토니에게 빽하고 소리를 지르며 " 왜 왜 대체 왜 그런 걸 가져간건가 토니 스타크 자네에에에에 " 라고 한 캡틴의 크게 버둥대는 두 손을 콱하고 잡아 철컹, 하고 손 구속기를 걸어버린 토니 스타크의 생긋생긋 너무나 말끔하고 상쾌하게 짓고있는 그 웃음부터가 지금부터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정내느라 순간 현실의 파악이 잘 되지 않은 스티브는 어느새 자기팔을 봉인하고 있는 구속기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잘 이해가 안가는 듯했다. 토니는 그렇게 얼이 빠진 캡틴의 두손을 맞잡고는 정말이지 환하고 크게 웃음지었다. 두 번은 볼 수없을지도 모른다 싶을정도의 진심이 담긴 상쾌한 웃음이었다.
" 그거야 내가, 속옷을 입지않은 유니폼채로의 캡틴을 뒤에서부터 콱콱 박아대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지. "
" ...하아?! "
드디어 영어가 이해가 안 되는구나. 하루를 멀다하고 바보니 영감이니 캡시클이니 하는 소리만 들어서 드디어 진짜로 뇌가 맛이간거야. 그리고 캡틴은 선채로 백화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 백화된 캡틴의 옆에서 토니는 특유의 제스츄어를 하며 캡틴의 팔에 단 구속기에 대한 설명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중간중간 손가락을 들어 각 구속기의 부품쪽을 가리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이건 사실 대 헐크용으로 개발한거였거든? 개발까진 솔직히 거창하고 걍 내가 전번에 그냥 한 번 심심해서 끼적댄거지만. 헐크는 원래 작은 사람이 커지는 거기 때문에 이 구속기는 특별히 구속하는 것의 사이즈가 달라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 즉 구속당하는 사람의 팔사이즈에 따라 크기가 자유자재로 변화한다는 바로 그 말이지. 대 헐크용이라 세상에 존재하는 구속기중에 가장 단단하고, 크기까지 가장 자유자재인. 이거봐. 지금 캡틴 팔사이즈에 딱맞지? "
거기까지 설명을 듣고나서야-사실 설명을 들었다고는 하기 어렵고 그냥 어렴풋이 무언가가 들려온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캡틴이었다-백화상태에서 벗어나 사태파악이 된 캡틴은 매우 빡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허리를 곧게 펴고 무서운 눈초리를 한 채로 아이언맨을 쏘아보며 팔을 아이언맨을 향해 들어보였다. 구속기에서 찰캉하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지금 당장 이걸풀면 유혈사태는 면하게 해주지. 아이언맨. "
" 사태파악이 아직 안되나봐. 지금 캡틴이 협박을 할 차례가 아닐텐데. "
" 협박이 아니다. 난 태어나서 협박을 해본적이 한 번도 없지. 오로지 일어날 일에 대한 진실만을 말할뿐! "
" 호오. "
그러나 캡틴의 무서운 눈초리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토니는 단지 턱수염 언저리를 가만히 긁적였다. 그리고 눈은 흥미로운 것을 바라보는 색을 띠며 반짝였다. -라고 캡틴은 생각하였으나, 사실은 좀 달랐다. 그것은 욕정을 하고있다는 의미의 눈이었으니까.
" 그럼 나도 오직 진실만을 말할 것을 캡틴의 칠십년 얼음에 대고 맹세. "
" 뭐 "
" 지금부터 토니 스타크는 캡틴 아메리카의 유니폼 엉덩이부분을 좌우로 찢어발기겠습니다. "
" ...!!!!!! "
아, 그제야
그제야 진짜로
'사태파악'이라는 것이 된 스티브 로저스였다.
그래 역시 스티브가 토니의 눈동자의 의미를 잘못 읽었다.
'초진심'.
'초진심'이라고 쓰고 '초진심'이라고 읽는다.
...사람살려라고 이제와서라도 외칠까?
캡틴은 그렇게 생각했다. 토니 스타크를 상대로 흥정하려던 자신을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우와아아 하는 소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고 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어깨를 꽈악 아래로 누르고 아이언맨은 엉덩이부분을 쫘악 째는 것에 매우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 스티브는 마구 버둥되었지만 이제 토니의 다리에서 벗어나는 일은 영영 무리일 듯. 마스크 안쪽에서 스티브는 사색이 되었다.
" 우왁 그만그만 그만두게 토니 스타..!!!!! "
타이트한 스판의 천이 찌이이이익-하고 찢어지는 소리는 과연 장난이 아니었다. 그 소리가 귀에 못을 박을 기세로 콰앙하고 스티브의 귀 안쪽에 내리쳐박혔다. 그 순간부터 스티브는 거의 제정신을 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찌이이익하고 천천히 찢어지는 소리는 사실 스티브에게만 그렇게 들린 것이었고 진짜는 좀 더 날카롭고 단숨에 끊어지는 단발의 음이었다. 사실은 토니 스타크가 스티브의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스판을 움켜쥐고 양쪽으로 잡아당기는데에는 순식간에 큰 힘이 들었고 그래서 한번에 쫘악하고 천이 찢어졌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정말로 믿고싶지 않은 스티브에게만 자신의 유니폼이 양쪽으로 찢어지는 그 순간이 꼭 천년이고 만년이고 느껴지며 계속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스티브 로저스는 정말이지 믿고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자신의 옷은 양쪽으로 찢어졌다. 지금 속... 속옷... 아랫속옷도 입지 않은 바로 그 상태에서!!! 스티브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다, 내가 양초였다면 이대로 꺼져버리고 싶다, 는 마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이해했다. 지금 토니가 그러니까, 내려보고 있는거야? 엉덩이를? 유니폼이 아무렇게나 찢어져 불쑥 옷밖으로 튀어나온 속옷도 입지 않은 맨살의 엉덩이를?
" ...죽고싶... "
스티브는 내뱉던 말도 채 마저 끝내지 못하고 아랫턱을 덜덜떨면서 뻘뻘 땀을 흘리더니 이내 어깨를 최대한으로 움츠려 몸을 작게 접으려 노력하였다. 마치 그러면 죽음처럼 밀려오는 이 창피함이 조금이라도 작아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토니는 그런 스티브의 등줄기가 파들파들 떨리는 것을 지켜보며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하고, 스티브의 몸이 움직이는 이유를 손쉽게 캐치해냈다. 뭐, 뭐를 하든 스티브 로저스가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향은 도저히 없을 것이다. 내가 결코 순순해주지 않을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장면. 눈앞에 두고. 손을 털 수 있는 인간이 지구상에 어디 있지. 이것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은데. 토니는 혀를 할짝이며, 움찔대는 스티브 로저스의 구멍을 감상했다. 좌우로 찢어져 아슬하게 이어져 이미 끈처럼 되어 있는 찢겨진 부위의 옷들 사이로 빠끔,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스티브 로저스의 그곳이.
" 절경이군. "
" !~~!!! "
싫어, 싫어싫어. 그런 말 하는 건 싫어. 그런식으로 말하는 건 정말이지 견딜 수가. 스티브는 구속기에 잡힌 두 손앞으로 최대한 얼굴을 붙여 자신의 귀를 꾸욱 눌렀다. 토니의 목소리를 듣고싶지가 않았다. 토니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을 듣는 족족 스티브는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될테니까. 하지만 소용없었다, 귀를 막아 소리는 희미해져도,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이 밀려오는 것만은 아무리 반항해도 거부할 수가 없어. 스티브는 토니의 오른손이 자신의 찢어진 유니폼 안쪽을 조금씩 스칠때마다, 자신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와 닿을때마다, 꼭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틀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신의 감각은 전부 다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부분에 닿은 타인의 체온이 전신 전구역으로 동시에 퍼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재간이 스티브에게는 없다.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턱으로 모이는 자신의 땀맛이 느껴졌다. 슈퍼솔져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럴때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 뭐야. 캡시클. 여기 왜이렇게 부어있는거야? 왠지 좀 통통한 거 같은데. "
" !!!!! 모 몰라, 모르네 제발... "
" 흠, 혹시 화장실 갈때마다 어딘가 불편해? 건강검진 주기적으로 받고는 있는거야? 진짜 걱정되게.. "
" 힉!! "
그리고 마른 토니의 손가락이 사정없이 안쪽을 쿡, 하고 찌른다. 말라있던 내부의 벽에 역시나 마르고 날이 서 있는 토니의 손가락이 침범하자 안쪽의 살들이 놀란 듯이 양옆으로 퍼졌다. 스티브의 안쪽은 이상하게 뜨겁고 눅눅한 것이 꼭 빵의 안쪽면같았다. 토니는 싱글하고 웃으며 마른 손가락을 살살 돌렸다. 입구가 좌우로 천천히 펼쳐지는 것 같으면서도, 메말라 있어 약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스티브 로저스의 고통을 참는 신음이 토니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 으앗, 앗. .. ... ..우, 제발, ...토니, 차라리 집에 가서.... "
" 아 미안. 사실은 그럴생각이었는데, 이대로 밖에 나가면 아이언맨 공연외설이라는 제목의 유튜브가 뜰지도 몰라서. "
실제로 토니의 아랫도리의 불룩함이 아까부터 계속 스티브의 허벅지에 와닿아 있었던 것이다. 스티브는 아랫턱을 덜덜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 그 그런... "
토니는 피식, 하고 소리없이 웃었다. 속눈썹 거의 끝에 벌써부터 맺혀있는 스티브의 눈물이 작은 방울이 되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것이, 너무 예뻐서.
그리고 사실은 마스크한 채로의 널 안고 싶기도 했거든.
가슴에 별을 달고 있는 채로의
아름다운 너를
내것으로 하고 싶잖아.
욕심으론.
그러나 이 말은 할 수 없지. 넌 분명 이해를 못할테니까. 토니는 윗입술과 아랫입술로 할 말을 꾸욱 제속으로 밀어넣고는 단지 몸을 숙여 캡틴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얼굴쪽으로 다가갔다. 그반동에 더 깊게 들어오는 마른 손가락에 놀라 스티브의 입술이 힘없이 벌려졌고, 그 스티브의 쏟아지는 혀가 완전히 힘이 빠지기 전에 토니가 잡아먹어버렸다. 토니가 제 입안으로 빨아들이는 스티브의 혀가 완전히 부드럽게 녹아들어오는 걸 기대라도 하는 듯 토니는 스티브에게 키스를 쏟아부었고, 바로 눈앞에서, 파르르 떨리는 스티브의 긴 속눈썹이 자신의 볼에 닿아 반쯤 구부러진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쁘네. 마스크 속의 얼굴이 역시 보고싶다. 토니는 손을 들어 스티브의 가슴의 마크 별 위에 손가락을 펼친 채, 좀 더 깊게 키스했다. 스티브의 숨이 흐트러졌다. 토니의 입 안에서.
다음날, 자비스에게 물어 야구선수들 전용 속옷 '슬라이딩 팬츠'라는 것을 알게 된 스티브 로저스는 매우 크게 분노하여 아이언맨의 자는 신체에 분노의 철퇴를 내리꽃았고 그 철퇴 뒤에 이어져오는 엄청난 '삐져있음'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아 아이언맨이 홀딱 벗고 낭심 보호대 하나만 찬 채로 쉴드를 활보한 뒤에나마 겨우 조금 풀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 done
+ 이거 딸프언니한테 받은 그림 있을텐데 스티브 유니폼 뒤만 찢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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