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이곳에 한 번 더

 

 

스티브는 밤이 되면 종종 열이 났다. 낮동안 일하고 쌓인 피로를 몸속에서 제대로 해소시키는 기능이 남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늘 지치고 열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몸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스티브는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이미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모든 연약한 반응에 순응하고 있었다. 어차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따윈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순응하는 수밖에는. 발작처럼 일어나는 천식, 온몸이 뜨거워 머릿속까지 마비되어 흐르는 땀. 심장은 이상하게 빠르게 뛰고 손 발은 저려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아픔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스티브는 그런 자신의 연약한 몸뚱아리를 탓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이미 오랫동안 자신의 연약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티브는 그저 한밤중에 열이 날때면 늘 그랬듯이 오늘도 어김없이 수화기를 들어, 버키에게 전화를 했다. 그것이 스티브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스티브가 한밤중에 거는 전화의 신호음은 언제나 세번을 넘기지 않았다. 괜찮아? 버키가 대뜸 수화기를 들고 그렇게 말하면 스티브는 늘 씁쓸한 목소리로 아니, 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버키는 지금 갈게,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스티브가 가슴을 부여안은 채 전화기가 놓여진 테이블 앞에 몸을 웅크리고 한동안 있으면, 어느새 나타난 버키가 스티브 집의 문을 활짝 열고 나타나는 것이다. 스티브가 아무리 늦은 시간에 불러도 버키는 스티브 앞에 나타나지 않는 법이 없었다. 그래, 그래서 스티브는 언제나 버키에게 기댈 뿐이었다. 버키는 괜찮아? 라고 묻고, 스티브는 토기를 간신히 억누르며 응. 괜찮아. 나 괜찮아, 라고 하고. 버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스티브의 연약한 몸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올리고, 스티브는 버키의 어깨에 기대어 지친 한숨을 토해낸다. 이럴때의 스티브는 그야말로 한줌같다. 버키는 마른 스티브의 몸에서 아무 무게도 느낄 수가 없다. 겨울은 싫어. 버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이 되면 스티브는 더욱 자주 감기에 걸리고, 겨울이 되면 스티브는 평소보다 더욱 마른다. 버키는 스티브의 홀쭉한 뺨과 너무나 얇아진 목과 안쓰러울 정도로 튀어나온 갈비뼈를 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버키는 스티브를 침대위에 눕혔다. 그리고 스티브의 살림살이 속에서 세숫대야와 깨끗한 수건을 찾아낸다. 침대위에서 스티브는 몸을 둥그렇게 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버키는 스티브의 상체를 들어올려 그를 자신의 품안에 두고, 스티브의 상의를 걷어 그속으로 마른 수건을 쥔 손을 천천히 밀어넣었다. 버키는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땀을 잔뜩 흘린 스티브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줄 것이었다. 버키는 스티브의 수발을 드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것이다. 스티브는 이제 더 이상 콜록거릴 기운도 없는지 버키에게 기댄 채 힘없는 숨소리만을 간신히 내뱉고 있었다. 버키는 그런 스티브를 볼 때마다 스티브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너무 사소해 늘 화가 치밀었다. 스티브. 넌 어째서 이렇게 마른 걸까. 넌 어째서 건강하지 못한걸까. 스티브. 어째서 넌 이렇게 약하고 작은거지? 언젠가 스티브는 웃으며, 이 우스울정도로 답이 없는 버키의 한심한 질문들에 대답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버키. 이런 나조차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이런 나에게조차 앞으로의 삶은 분명 어떤 목표를 향해갈 거야. 그래서 삶이란 참 아름다워. 이런 나에게도. 버키는 스티브가 그렇게 말하며 짓는 환한 미소를 보면서, 결국 울고 말았다. 버키는 그순간 스티브의 하얀 얼굴에 깃든 신을 본 것이었다. 버키는 스티브를 사랑했고, 스티브를 경배했다. 품안의 뜨겁게 달구어진 스티브의 여리고 가는 몸이 사랑스러웠다. 버키는 스티브의 옷을 벗기고 그 마른 몸을 깨끗이 닦으면서 늘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스티브, 넌 어째서 이렇게 마른 걸까. 넌 어째서 건강하지 못한걸까. 그리고 버키는 오늘도 스티브의 마른 등에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스티브. 하지만 나는 이 작은 몸에 신이 깃들어 있단 것을 알아.

 

몸을 전부 닦고 나니, 스티브가 잠들어 있었다.

몸을 태울 것 같은 열기속에서, 그러니까 스티브는 잠이 들었다기보다는 꼭 기절을 한 것같았다.

 

버키는 나체인 스티브의 뜨거운 양뺨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버키의 마른 손바닥 위로 스티브의 열이 차올랐다. 스티브? 버키는 일부러 목소리를 키워 스티브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정말로 잠들어있는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버키의 목소리에도, 스티브는 눈을 뜨지 않았다. 버키는 눈을 내리깔은 스티브의 긴 속눈썹 끝에 맺힌 눈물방울을 핥았다. 입안으로 퍼지는 짠 스티브의 눈물맛. 스티브의 작은몸을 울리는 스티브의 심장소리는 너무나도 가늘고 약하다. 버키는 스티브의 가슴에 귀를 갖다대고 연하게 웃었다. 스티브. 버키는 비쩍 마른 스티브의 피부위를 손등으로 쓸었다. 스티브의 하얀 피부는 다소 푸석했다. 버키는 스티브의 나체에 입을 맞췄다. 스티브의 작고 푹패여져 있는 배꼽위에 쪽소리를 내며 키스하고, 스티브의 그다지 숱이 많지않은 음모속으로 입을 파묻었다. 코끝을 까슬거리게 하는 짧고 연한 음모속에서 버키는 늘 그랬듯이 혀를 내밀어 스티브의 음모를 자신의 타액에 적셨다. 입에 한동안 머금었다가 빼내면, 음모는 젖어서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모인다. 버키는 스티브의 축 처져있는 작은 음경을 입안에 전부 밀어넣었다. 스티브의 중심부는 버키가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미지의 돌무더기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나 연한 감촉은, 세월에 바스러지는 바위위의 자갈같아서. 그래서 버키는 스티브가 기절하고 나면 늘 스티브 몰래 그의 몸을 탐하는데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스티브의 이 연약한 몸이. 스티브의 이 작은 몸이. 버키는 스티브의 흐물거리는 음경을 전부 입안에 넣고 귀두부분에 혀를 대고 쪽쪽 빨았다. 스티브의 몸에 가득한 열이 이미 뜨거운 스티브의 음경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버키는 입속에 마치 불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입을 쭈욱 떼내자 타액과 스티브가 토해낸 선액이 주르륵 이어져 버키의 턱으로 흘러내렸다. 버키는 손등으로 자신의 입술과 턱을 문질러닦은 후 스티브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더 빨갛게 달아올라있는 양뺨을 바라보며, 버키는 또 보물과 같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스티브. 버키는 스티브의 조금 흥분한 음경을 바라보았다. 발기해도 여전히 작아, 미성숙한 스티브 로저스의 몸이 버키 반즈의 몸에 불을 일으켰다. 버키는 눈을 빛내며 스티브의 음경을 다시 전부 물었다. 양손으로 스티브의 양다리를 꽈악 껴안고서 스티브의 성기를 쭉쭉 빨았다. 버키 반즈의 성기가 바지안에서 꿈틀대며 날뛰었다. 그의 성기는 바지안쪽에서 접힌 채로 점점 단단해졌다. 버키는 목구멍 깊은 곳까지 음경을 밀어넣고 목구멍을 꼬옥 조여본다. 버키는 바란다. 스티브가 멀리 가지않기를.

 

스티브. 네 안의 깃든 신을 영원히 죽여버리고 싶다.

네가 내곁에서 어딘가 먼 곳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아.

 

신은 너를 데려가려 하는 두려운 존재다. 네가 날 두고 죽어버릴까봐 두려워. 버키는 스티브의 허리를 더욱 껴안으며 스티브를 제품에 가두었다. 버키의 두 손안에 스티브의 말라 살집이 하나도 없는 엉덩이가 잡혔다. 버키는 스티브의 엉덩이를 힘을 주고 잡으며 스티브 제발 일어나, 아니, 제발 일어나지 마, 그렇게 외쳤다. 버키는 눈물을 떨구었다. 자신의 눈물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무 맛도 없었다. 버키는 그저, 스티브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 done

 

올해초에 냈던 버키스팁 앤솔의 특전 원고입니다.

주최분이 웹공개를 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슬 공개해봅니당..^^ 하.. 너무 못썼다 민망하다.

요새 지진때문에 죽겠어요.

지진 일어나면 당장에 죽을만한 장소에 살고있기 때문에...(경주랑 미친듯이 가까워요. 물론 경주시민보다야 덜가깝겠지만.)

그러고보니 나보다 경주시민들이 더 죽을맛이겠네요. 내가 이정도인데 그분들은 어떨지.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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