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contact 中

 

 스티브는 토니 스타크 시장의 환영파티장소에 따라 들어가지 못했다. 로비를 지나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연회장 밖의 가디언들이 스티브 앞을 가로막으며 나지막하게 시장님께서 오늘은 그만 쉬셔도 된다고 전해드리랍니다,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토니 스타크가 미리 언질을 해둔 게 아니고서야 그들이 연회장 안에 스티브 로저스를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스티브는 가디언들 앞에서 대놓고 인상을 쓰며 팔짱을 찌푸렸다. 그의 양눈썹 사이에 주름이 깊이 잡혀 미간이 한층 좁아졌다. 이건 정말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토니 스타크의 전속경호원은, 따로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스티브 로저스도 분명 그의 전속경호원 중 한명이다. 경호원에게 일을 못하게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쉬라니, 경호할 사람을 앞에 둔 경호원보고 그만 쉬라니. 토니 스타크는 대체 경호원이라고 하는 사람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것인가... 스티브의 노골적으로 불쾌해하는 시선에 매우 곤란해진 그의 앞을 가로막은 가디언(그들도 전부 쉴드사람들임)들이 안절부절 못하며 주절주절 변명을 시작하였다. 아니 우리도 캡틴을 들여보내기 싫은건 절대로 아닌데요 어쩌구, 근데 여기선 미스터 스타크의 말을 절대적으로 들으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어서요 아니 정말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안절부절. 변명하는 두 사람의 행동이 땀과 함께 점점 커져갔다. 캡틴의 힘에는 전혀 못미칠지 몰라도 그래도 연회장에 빈틈없이 저희 부대가 배치하고 있으니 믿으시고 오늘밤 일은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저희 인력배치도를 한 번 보셔도 괜찮구요. 스티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눈앞의 가디언들에게 화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서 돌아가지도 않고 이 두사람을 길게 괴롭히는 것은 결국 화풀이하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겠지. 사실 스티브는 이 두사람의 어깨를 강제로 밀어붙이고 연회장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토니 스타크의 뒤를 지키며 서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실은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었다. 하지만 아까 전 토니와의 쓸모없는 실랑이로 감정도 제법 소모된 상태에서, 서로 얼굴을 부딪혀 봤자 도저히 긍정적인 일이 생길 것 같지가 않아서. 스티브는 두 가디언의 어깨를 번갈아가며 두드리며, 그럼 오늘밤을 잘부탁하네 라고 짧은 공치사를 하고 연회장을 등지고 돌아나왔다.

 

 그렇다고 정말로 퍼질러 쉴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스티브는 연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을 열었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방안은 한가운데에 소파가 있고 벽을 빙둘러 책이 가득한 책장이 있는 고전적인 서재식 방이었다. 스티브는 밖의 소리-정확히는 연회장 내부의 소리-를 듣기위해 문을 반쯤 열어놓고 어두운 방안을 어디 한군데에도 부딪히지 않고 능숙하게 걸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열어놓은 틈으로 새어들어가는 하얀 불빛이 스티브가 앉아있는 소파의 언저리까지 닿아있었다. 스티브는 소파에 주저앉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눈이 피로했다. 그리고 눈안쪽 이마에 닿는 라인까지 전부 욱씬대고. 하지만 이건 몸의 피로라기보다는 정신적 피로에 가깝다. 후우- 스티브는 소리없이 숨을 내뱉었다. 게다가 지금, 기분조차 묘한걸. 스티브는 일에서 잘린 퇴직자에 가까운 심정이 가슴속에 물들어 퍼지는 것을 느끼며 쓰게 자조했다. "정말이지, 썩 기분좋은 것은 아닌걸." 그는 눈두덩을 손가락면으로 문지르면서 마지막에 보았던 아까전의 토니를 떠올렸다. 자신이 내려친 어깨를 감싸쥐며 조금 움츠려든 그 뒷모습. 설마 탈골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티브 스스로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생각보다 심하게 그를 내려친 것에는 틀림이 없었다. 통증이 오랫동안 남을만큼 세게. 그는 표정 하나 태도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아파보였다. 그래, 당연하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으면 어디로보나- 평범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이 몇십년 묵은 오른손으로 내려치면 그대로 어깨가 나갈만큼 평범한.


 "...대체 왜 그랬던거냐. 스티브 로저스."


 대체 왜 그랬던걸까. 스티브 로저스는 순간 욱하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경멸스러운 행동을 할 수도 있는 인간이었단 말인가.


 "아니야. 넌 그런 종류의 인간을 가장 혐오하고 있잖아. 결코 그런 종류의 인간처럼 타인을 대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생각했으면서."


 혹시 토니 스타크라고 하는 사람만이 예외인가. 


 그렇다면 나는 정말로 그에게 제어할 수 없는 악감정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가령 나와는 너무 다른 그의 강압이 계속 못마땅해서.

 

 그럼 더더욱 그의 옆에는 더 있을 수 없는데. 이런 마음을 가진 내가 일의 수행을 제대로 할 리가 없지않은가.


 더더군다나 토니 스타크의 목숨을 위협하는 적이 있는, 이런때에.

 

 "......"

 

 ...그리고 이런식으로 자기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이 옆에 있는 것은. 토니 스타크는 어쨌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건만. 스티브는 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을 꺼내어 비밀코드로 전화를 걸었다. 닉 퓨리국장에게로의 직통번호였다. 닉은 스티브를 거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 무슨 일인가, 로저스. 벌써 일이 끝났나? 기계음 넘어 그의 목소리는 평소 스티브가 들어오던 닉 퓨리의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스티브는 그 직통번호를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전화음을 조작하는 것은 닉 퓨리와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스티브는 닉에게 자신의 한숨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 잠시 말을 잇는 것을 멈추었다.

 

 "...방금 미스터 스타크에게 잘렸습니다."

 

- ? 자네 농담 진짜 재미없는 거 알고있나? 나보다 더 심한 남자는 정말이지 처음 보거든. 혹시 혈청부작용인가 그거?


 국장의 농담이야말로 재미없다. 스티브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도모르게 핸드폰을 향해 후하고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지금부터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결코 농담이 아니다.

 

 "국장님. 이번 일에 저를 빼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

 

 "이번 것은 농담이 아닙니다만."

 

- 어쩐지 자네 농담치곤 좀 재미있다고 생각했어.


 - 일을 골라서 받는 캡틴 아메리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인데? 로저스. 수화기 너머의 닉의 목소리는 거의 변한 게 없지만 어딘가 처음보다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스티브도 한 번 내뱉은 말을 이제와 거둬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토니 스타크와는 맞지 않습니다." - 그건 괜찮아. 그 빅가이와는 대체 맞는 사람이 내주변엔 하나도 없거든. "괜찮은 게 아니지않습니까." - 그래서 괜찮은건데. 그래서 괜찮다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가. 그래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스티브는 수화기를 저도모르게 허리를 숙이며 수화기를 들지않은 손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방안의 어두움이 더욱 진해졌다.


 "...그가 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죠. 평소라면 그런 개인적 감정차같은 건 일을 위해 무시할 수 있습니다만, 이번일은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닉 국장님."


- ......


 "왜냐하면 이번일은 토니 스타크의 목숨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명을 최우선 해야 할 이런때에, 그의 심기를 망칠 수도 있는 제가 그의 옆에 있어선 안됩니다. 그의 안전에 위협적인 것은 전면적으로 제거해야합니다."


- ...왜 자네가 그의 옆에 있음으로써 그의 안전에 위협이 생긴다는 걸까. 캡틴 아메리카가 경호해준다면 안전벽이 더욱 견고해질텐데?


 "그와 나사이의 의견차가 심해지면 그만큼 경호에 틈이 생깁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무슨 오기가 생기는건지. 그앞에선 의견을 굽히기가 어렵군요."


- ...아마 옳은 말을 하는 건 자네이고 그런 자네에게 스타크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거겠지. 그점은 보지 않아도 나도 잘 알아. 어쨌든 무슨 뜻인지 알겠네. 캡틴.


 "......"


- 지금 내가 우리 새 시장님과 얘기를 바로 나눠볼테니까, 이 이야기는 하여간 좀 보류해두지. 그정도는 양보해주겠지?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스티브는 허리를 젖혀 소파의 등받이에 등을 깊게 뉘인 채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에 들려있는 수화기 그대로 손등을 눈두덩위에 올려, 손의 무게감이나 핸드폰의 뜨거운 열같은 것이 전부 이마위에 그대로 쏟아졌다. 피곤하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인간관계의 피로함이란건가... 차라리 방패 하나만 들고 1소대를 혼자서 쳐부수어야만 했던 그때가 덜 피로한 것 같아. 그게 오히려 나한테 더 잘 어울리기도 하지. 스티브는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가, 자신의 시야에 오로지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을 누르고 있는 듯한 자신의 손두덩만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먼 곳에서 가느다란 음악이 흘러나왔고, 음악에 뒤따라오는 웃음소리가 스티브의 귓가를 맴도는 것처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는 반복하고 있었다. 슈만인가... 스티브의 노곤한 몸이 점점 소파아래로 가라앉는 듯하였다.















 "스타크 시장님." 토니는 자신을 부르는 그 낯선 호칭에도 어색해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낯설든 낯설지 않든, 그것은 분명히 현재의 토니 스타크를 지칭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되었고 토니는 이제와 그것을 거부할 생각도 잊고있을 마음도 없었다. 이 일에 참가하겠다고 오케이한 그 날의 토니 스타크는 분명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토니 스타크, 자기자신이 맞았으니까. 그리고 그날로 돌아가도 결과는 마찬가지,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토니 스타크는 분명히 스티브 로저스를 위해 그 일을 받아들일 것이고, 오늘날 결국 이 자리에 이렇게 토니 스타크 시장으로써 서 있을테지. 후회는 없었다. 결코.


 토니는 그래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접대용 미소를 마음껏 보여주며 고개를 돌렸고, 파티에 고용된 종업원 - 사실은 쉴드요원인 게 분명한 - 은 토니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토니는 자신의 핸드폰이 아닌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곧 그에게서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달라붙어있던 불특정다수들에게 적당한 제스츄어를 보여주고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벗어나 연회장의 한구석 벽 어딘가로 등을 가까이 대고서는 핸드폰을 귀에 천천히 갖다댔다. "네, 토니 스타크입니다만." - 닉 퓨리다. 아, 닉 퓨리인가. 이 모든 일의 원흉. 토니는 닉의 기계음섞인 목소리에 열이 뻗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망할. 웬일로 쉴드의 국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다하시고. 혹시 지금 태양이 서쪽에 떠있기라도 해?"


- ...지금은 밤이라서 잘 모르겠군. 아침이 되면 다시 전화해서 알려주도록하지.


 "지금 농담해? 한 번 받기도 짜증나는 전화 두 번이나 해댈생각이라고?"


- 계속 그런 태도라면 아마 세번이고 네번이고 전화를 하게 될 것 같군. 나와 통화할 생각이 없어보이니까 말야.


 "잘아네. 통화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문자로 해줄래? 아니면 자비스에게 메일보내놓던가."


- 이봐, 토니 스타크. ...시장님. 방금 로저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 ......" 수화기너머로 닉 퓨리가 길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장난치나. 그 한숨소리는 내 몫이라고. 토니는 손에 들고있던 글라스안의 샴페인이 흔들릴만큼 잔을 만지작거렸다. 눈이 아플정도로 밝은 조명으로 가득한 클래식 연회장에는 아까부터 왈츠가 한창이라서, 클럽이 익숙한 토니로써는 꽤나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천장이 높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아래로 늘여져있는, 그리고 대리석 바닥은 일정한 무늬로 빛나고 있고, 여성들이 입은 드레스는 밑단의 폭이 넓어서 그녀들은 하나같이 그 끝을 잡고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토니 스타크는 나비넥타이를 하고 뒷부분이 더 긴 턱시도를 입고선 끝나지 않는 접대를 하고있지. 이렇게. 하아. 토니는 머리가 지끈댐을 느끼며 샴페인을 꿀꺽 마셨다. "그래. 그사람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든?"


- 이번일에서 빼줬으면 한다고 하더군. 토니 스타크와는 더는 못해먹겠다던데.


 "......"


 그래. 예상범위다.


- 그렇게 말하는 스티브 로저스는 정말이지 나도 처음봤어. 그런점에서 토니 스타크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어.


 "비꼬지말아줬으면 하는군. 당신이 전적으로 그사람 편이라서 그렇게 믿게 되는 거 뿐이지, 꼭 내가 백퍼센트 잘못한거라고 할 순 없잖아?"


- 하지만 그게 맞는거겠지?


 "맞아. 내가 괴롭히고 있어."


 그렇다. 내가 백퍼센트 잘못하고 있는거지. 토니는 킥하고 웃으며 샴페인을 마저 털어넣었다. 시장이 되고나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맨하탄 방문도 시장이 해야하는 의례적인 일 중의 하나였지만, 사실 맨하탄에서의 일정조정은 토니 스타크가 직접 한 것이었다. 일부러였다. 경호원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의 위협을 받고있는 자가 하는 스케쥴로써는 정말 말도 안된다 할 것이다. tv의 생방송출현도 모자라 리무진을 타고 도시를 한바퀴 돌고, 시민들 통제가 불가능한 맨하탄의 관광지를 들르고 최종적으로는 도시에서 제일 큰 공원엘 간다니. 자신을 보러온 불특정다수의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악의와 악의가 아닌 것을 골라내는 것은 제아무리 캡틴 아메리카라할지라도 무리일 것이었다. 특히 아무 인명의 피해없이. 스티브가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당연했다. 스티브는 토니도 다치지않게, 또한 제2차 3차의 인명피해 또한 일어나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짠 자신의 오늘 하루의 스케쥴은, 그런 스티브 로저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거나 다름없었고.


 하지만 뭐. 뭐 어떠랴.

 젠장.

 토니는 혀를 찼다.


 어차피 토니 스타크를 협박하는 알려지지않은 테러리스트가 있다라고 하는 건, 그저 거짓말에 불과했다.


 스티브 로저스를 토니 스타크 옆에 붙여놓으려는 단순한 계획.


 닉 퓨리와 토니 스타크만이 알고있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농담을 계속해야 하는 건데. 닉 퓨리."


- 아직... 아직 아무것도 정확해진 게 없어.


 제기랄. 토니는 비어있는 샴페인잔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구고 빈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기분탓인가, 잇몸과 안쪽치아도 욱씬거렸다. 토니는 그날 닉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닉 퓨리는 쉴드 내의 이상기운을 감지했다. 그것은 더할나위없이 뿌리깊은 어둠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캐내기 위해서는 더욱 더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쉴드 내부를 캐는 것을 쉴드 사람 중 그 누구도 알게하고싶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는 닉 퓨리의 눈동자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토니 스타크는 닉 퓨리에게 그 어떤 협력도 하지 않고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닉은 토니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지 캡틴의 신변만을 그동안 맡아달라고 하였다.


 쉴드내부의 어둠은 캡틴 아메리카에게로 뻗어간다.

 어둠의 목표가 캡틴 아메리카인양 뻗어있는 것 같기도, 어쩌면 그 어둠이 뻗어가는 길에 한줄기 빛처럼 캡틴 아메리카가 걸쳐져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하였다.


 어느쪽이든 정확하지 않지만 하여간 그들이 캡틴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토니 스타크는 닉 퓨리에게 그것 하나만은 협력하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캡틴 아메리카의 목숨을 지키는데에만 협력하겠다고. 그렇다 하더라도, 캡틴 아메리카를 아무 이유없이 토니 스타크의 옆에 붙여놓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가령 토니 스타크의 목숨을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거짓정보를 조작한다 치더라도, 어쨌거나 그는 아이언맨.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살상무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인데 무슨 경호가 필요하느냐고. 그래서 토니 스타크는 새로운 지구의 시장선거에 출마하여 시장이 되었다. 시장이 됨으로써 좀 더 토니 스타크라고 하는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 되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의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제 토니 스타크가 생명의 위협을 받게되면 주변사람들도 자동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게 되고,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를 경호하여도 이상하지 않게 된다. 토니는 자기옆에 스티브를 두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사람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있는 것 마냥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스티브가 보면 정말로, 세기의 나쁜놈이 된거지. 달갑지 않은 오명이었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거지만.

 모든 것은 그를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더는 견디기가 어려웠다. 토니는 스티브에게 멸시를 받고싶은 것이 아니다.


 "더는... 견디기 힘들어. 그가 날 나쁜놈 취급하는 건 참기가 힘들다구."


 그 파란 눈동자가 점점 진하게 물들어 가는데, 그런 표정을 하고 날 쳐다보는데, 내가 그 눈동자앞에서 평정을 유지하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내 속을 한 번만 들여다 본다면 전부 다 알게 될텐데. 실망했다는 눈동자로 쳐다보다가 문득 외면하는 스티브의 딱딱하게 굳은 입매를 향해 전부 다 쏟아붓고싶었던 것을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아니야. 그게 아냐. 난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생각없는 못된놈이 아니라구. 스티브. 난 단지 너의 안전만을, 너의 목숨만을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놈이란 말이야.


 난 단지 너만을

 너만을 생각하는.


 - 스타크.


 "......"


 머리가 어지럽다. 이 살짝 목주변을 타고 올라온 열기가 무엇인지 알고있었다. 상처가 난 피부주위가 발열하여 몸이 뜨거워짐에 머릿속이 지끈대기까지 하는 것이다. 토니는 스티브가 무의식중에 움켜잡은 어깨주변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는 것을 아까 화장실에서 확인하였다. 이것은 스티브의 분노였다. 자신이 낮에 한 철없는 행동에 대한. 사실은 훨씬 더 훨씬 더 화가 났을텐데, 겨우 이정도로밖에 표출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많은 것을 참고있는 것이다.


 "닉... 한시라도 빨리 그 어둠인지 뭔지를 잡아내서 나를 이상황에서 해방시켜줘. 난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싶지는 않았어. 이것봐. 그사람에게 해댄 거짓말이 나에게 얼마나 큰 데미지로 돌아오고 있는지. 이것만은 정말이지 당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할거야..."


 - ...내가 사과하지.


 사과가 무슨 소용이야. 토니는 한 번 어그러진 관계를 다시 잘 펼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토니 스타크는 오히려 관계를 망가뜨리는 쪽이기까지 했으니까. 대체적으로 한 번 망가진 관계는 두 번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그렇다면 그 비슷한 모양새라도 띌 가능성은 있단말인가. 토니는 스티브가 두 번 다시 자신을 신뢰해주지 않을까봐 그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겠어서. 내가 오늘밤 그에게 한 짓을 봐. 그에게 일을 빼앗아버리고 말았잖아.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그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것만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티브는 저도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허리를 튕기며 빠르게 일어났다. 그때 스르르하는 소리를 내며 스티브의 가슴위를 덮고있던 턱시도자켓이 바닥으로 흘러떨어졌다. 스티브는 순간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방안이 어두운 것은 여전했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어보였다. 스티브는 바닥에 떨어진 자켓을 집어들고 서둘러 방문을 나섰는데 복도는 어느새 불이 꺼진 채 잠잠했고 연회장도 조용하였다. 스티브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약 두시간 정도 잠이 들어 있었다. 어지간히 헤이해진 게 분명해.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자신이 들고있는 토니 스타크의 턱시도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덮어줄바에야 차라리 깨워줬으면 하는데." 한숨을 내쉬며 스티브는 토니의 자켓에 코를 묻었다. 그남자의 코롱냄새. 스티브는 왠지 지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더욱 길게.



 

 

 

 

 

 

  

 

- done

 

 조금이지만, 아직 좀 더 이어집니다.

 

이제 대충 눈치챘겠지만 이 글은 무비 어벤저스와 무비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저 사이쯔음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설정이라네. 닉 퓨리가 쉴드내부의 분위기를 슬쩍 눈치채고 있을쯔음이니까 무비 윈터솔저 초반쯔음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도 괜찮고. 히드라이야기까지 진행되지는 않을거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토니랑 스티브랑 화해는 하고 끝났으면 좋겠당 < 무책임 < 아무 생각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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