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contact
공원은 전체적으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조용했다. 간혹 어린아이들의 높은음자리표 목소리만이 허공으로 튀어오르는 공처럼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 전체적으로 아주 넓고 대부분의 가족뿐만 아니라 삼삼오오의 사람들 모두 비교적 조용히 피크닉을 즐기고 있으며, 흐르는 잔잔한 음악까지 공기속에 녹여버리는 나무가 전체를 감싸고 있는 공원의 스타일때문일 것이다. 스티브는 타인이 보기에 수상하다 여기지 않을정도로만 주변을 둘러보며 공원의 전체적 조망을 훑었다.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산책을 즐기러 갈만큼 분위기가 편한 아주 넓은 공원, 그거야 일반인의 시야이고, 스티브 로저스의 눈으로 보기에 이 공원은 단지 특정인물을 보호하기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공간이었을 따름이었다. 스티브는 다소 강경하게라도 그 특정인물의 일정에서 이 구제할 수 없는 공원을 제외시켜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리고 표정으로는 별다른 티를 내지 않음에도, 속으로는 냉정하게 혀를 찼다. 그 특정인물의 일정을 짜는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그 특정인물 이란 존재가 구제할 수 없는 멍청이든가.
그 특정인물이란 s지구의 이번에 취임한 신인 시장을 말했다. 그 시장은 시장이 되기전부터 이름 나 있던 명성과 특출난 외모덕을 앞세운 과격한 도시규모의 개혁정치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로, 거의 매일같이 대부분의 미디어에 그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시장의 맨하탄 일정은 5박 6일로, 도시와 도시간의 사업등을 의논하면서 남은 시간에 맨하탄TV의 인터뷰를 겸했다. 그리고 그 인터뷰 스케쥴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나 하나같이 건물내에서가 아닌 외부 어딘가의 불특정다수 인파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맨하탄의 유명한 가게와 시장거리, 노천카페, 그리고 공원. 처음 인터뷰스케쥴을 지면으로 봤을 때 스티브는 저도모르게 'goddam'을 중얼거렸고 스티브에게 스케쥴러를 건네던 닉 퓨리도 그에 맞춰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일도 특히 재미있겠지?" "제외희망은 안받습니까?" 스티브의 말에 닉 퓨리는 그저 크게 한 번 웃을뿐으로. "농담 한 번 재미없게 하는군. 캡틴." 물론 그거야 농담이 아니니까. 스티브는 아까전의 닉 퓨리를 따라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여주었다.
쉴드의 특별지명으로 스티브가 시장의 보디가드 일행을 통솔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신인 시장에게 협박메시지가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테러집단은 이번에 쉴드의 블랙리스트에 갱신된 안티미국을 표방하는 불특정인종의 과격단체였다. 협박메시지를 받은 시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루트로 이어져 있는 비밀코드로 쉴드에 연락했고, 쉴드는 맨하탄 경찰을 장악하여 시장을 경호하기로 하였다. 시장을 경호하면서 과격단체의 뿌리를 뽑아내려는 강경수단을 쓰는 것으로, 그러니까 시장을 둘러싼 경호원들은 사실 경찰의 행세를 하고 있는 쉴드의 요원이었다.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 또한 현재 왼쪽 가슴주머니에 가짜 형사신분증을 품고 있었다. 스티브는 생각에 잠긴 눈동자를 저도모르게 굴려 자신의 가슴위를 내려다보다가 곧 시선을 떼내었다. 밝은 코발트블루의 눈동자가 겨울의 맑은날씨에 순간 환하게 빛나다 곧 잠잠해졌다.
스티브는 경찰-로 분한 쉴드의 요원들-에 포함되어있는 듯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의 작전과 작전에 따른 배치등의 동선은 전부 알고있었고 그들과 연결된 무전을 통해 무슨 명령이든 스티브에게까지 들려오고 있었지만 정작 스티브의 행적을 그들이 쫓기란 불가능했다. 배치된 요원들의 눈이 닿지 않은 곳에서부터의 개인경호를 위한 잠입이었다. 개인행동을 위해 주어진 검은색 사복 자켓을 펄럭이며, 스티브는 노천카페의 파라솔그림자가 내려온 테이블의 아무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으로 십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공원입구에서부터 아나운서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하고 있는 시장이 스티브가 앉은 이 노천카페의 길목까지 오는 것이. 카페 바로 앞에는 공원 한가운데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호수가 있었고 그 호수에는 백조무리와 오리가족들이 간간히 뒤섞여 덩치가 큰 잉어들 위를 노닐고 있었다. 백조는 철새가 아니었던가, 어째서 아직 미국에 있지. 스티브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임무중에 잡생각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 잡생각이 겨우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라 할 지라도. 스티브는 눈을 깜박였다. 자신의 볼아래로 자신의 속눈썹이 닿는 감각이 솜털공기가 내려앉는 것처럼 뺨언저리에서 간질거렸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임무,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방패를 들고있지 않은 왼손. 스티브는 아마 그것이 좀 낯설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원의 평온한 공기가 아주 조금, 아주 미세한 느슨함을 스티브에게 선사한 것이리라. 사실 캡틴 아메리카에게 있어 전장이란, 항상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전쟁터', '최전방'. '포격의 소리와 화약의 냄새가 함께하는'. 70년전에는 항상 이런 것에 자연스럽게 둘러쌓여 있었을 터였다. 그러니 이렇게 평화의 상징처럼 낮의 혼곤함이 뒤섞여 있는 피크닉용 공원에서의 잠복임무를 낯설어 할 수 밖에. 스티브는 자신의 비어있는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는 불필요한 행동을 두 세번 정도 반복하였다. 그래. 무엇보다, 이 손에 방패가 들려있지 않은 임무따위.
s지구의 시장이 수많은 일반인 무리를 이끌고 스티브가 앉아있는 노천카페의 파라솔 가까이에 걸어왔을 때에는 스티브 로저스도 이미 잡생각을 버리고 경계를 하는 중이었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되, 살기를 뿌리거나 군인의 태도를 흘려 주변의 혹시 있을지 모를 적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는 멍청한 짓을 해서는 안 되었기에, 스티브는 시장과 함께 다가오는 수많은 인파를 바라보면서도 거의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s지구의 시장, 그 시장의 경호원들, 그 경호원들보다 더 시장의 가까이에 있는 인터뷰를 진행중인 아나운서나 방송사 스탭들, 그리고 s지구의 시장쪽에서 일부러 불렀을 게 분명한 시장옹호파단체와 정말로 우연히 공원에 있다 유명인사를 만나게 되어 졸졸 쫓아온 군중들 등, 스티브의 예상을 초과하는 수의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와 스티브는 아주 짧게나마 당황하였다. 금세 조용했던 공원이 시끌벅적해졌다. 스티브 주변의 카페손님들도 곧 웅성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국에서 들고온 기자재들을 보고 반응하며 그쪽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곤란하군. 아무반응도 보이지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태도가 도리어 이상해보이는 분위기다. 스티브는 모자를 고쳐 눌러쓰고 천천히 일어나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느릿하게 걸었다. 물론 눈은 여전히 시장에게 고정한 상태였지만, 스티브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 중 그누구도 스티브가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시장을 보지 않은 척 하며 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스티브 로저스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나 많은 인파속에서도 물론.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는 진한 갈색머리를 올백으로 쓸어올린 시장은, 비교적 아담한 체구에 검은색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다!!"
꼭 스티브 로저스 주변에서 함성을 내지르는 인파에 뒤섞여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그 말때문이 아니더라도, 스티브는 s지구에 새로 취임하게 된 신인시장이 토니 스타크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 토니 스타크지." 스티브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어디 있었어? 전혀 못봤었는데."
"......"
흰색 셔츠에서 연한 핑크의 색감이 물들어 있는 셔츠로 갈아입는 도중, 시장의 개인 공무실로 들어온 스티브를 향해 눈길을 돌린 채 거울앞에 서 있던 토니 스타크의 그 말에 스티브는 바로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인터뷰 내내 이상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게 날 찾느라 그랬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더니 더욱 말문이 막혀서. 그래서 공무실까지 쓰고 온 모자를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어색한 태도로 벗거나하며 약간의 뜸을 들인 후에야 간신히 "가까운 곳에 있었네." 하고 내뱉을 수 있었다. "흐응?" 토니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가까운 곳 어디? 나 절대로 캡 있는 곳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해피랑 내기했었단 말야."
"미스터 호건이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받아들일 리가 없는데."
"1000달러 내기라고 하니깐 바로 달라붙던데. 좋아하면서."
"휴우."
길게 한숨을 내쉬며 스티브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올렸다. 모자를 쓰고 있어 계속 눌려있었던 머리위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스티브는 머리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인간의 기본 열을 느꼈다. 아침부터의 강행군 스케쥴을 따르며 내내 긴장했더니 조금 몸이 뜨거워진 것이다. "어쨌든 너때문에 졌어. 책임져."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책임은 무슨 책임. 스티브는 "어이가 없군." 진심을 담아 그렇게 내뱉고는 공무실의 한쪽벽에 등을 기대고 양팔을 괴기위해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토니 스타크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앞의 거울에 반사된 그의 정면이 보이는 위치였다. 우우우우. 입술을 비죽이기까지 하는 토니의 야유소리를 들으며 스티브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유명인사 토니 스타크는 정말이지 인기가 많아서, 공원은 순식간으로 예상인원을 초과하는 인파들로 가득차올랐다. 평일의 낮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공원에 모일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토니 스타크는 그러나 별다른 미동없이 그저 웃으면서 그들 모두를 응대했고 덕분에 점점 더 원할한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갔다. 그 인파에 뒤섞여 여차할 때 토니에게 바로 뛰어가지 못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좀 더 사람의 중심에서 멀찍히 떨어지며, 스티브 로저스는 가만히 상황을 조망하였다. 그리고 토니에게서 상당히 멀어진 자신이, 그 여차한 순간이 닥치게 된다면, 어떤 루트를 통해서 토니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뛰어갈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이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며 한탄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이 공원에서 과격파가 자신들의 과격함을 행동으로 옮기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공원에서 테러가 감행되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정말이지 이제와서는 하기도 싫은 상상이었다. 여전히 팔짱은 낀 채로 스티브는 와이셔츠의 가장 아래쪽 단추를 잠구는 토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전신거울에 반사되어 보이는 토니의 얼굴은 스티브가 알고있던 평소와 다름 없는 그 토니 스타크였다.
정말이지 신경줄이 단단한 남자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정도일 줄이야. 스티브는 또 한 번 저도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부자일뿐이었던 남자라고 하기에는 그 행보가 지나치게 과감하다. 물론 그는 아이언맨, 수트 하나로 몇천만상공을 날아다닐 정도로 담대한 남자이지만 그 기질이 설마 이정도일 줄 누가 알았으랴. 한 지구의 시장이 되고선 뜸들일 시간도 아깝다는 듯 주변도시를 무시하는 경제개혁을 마구 펼치고, 심지어는 그 개혁들이 차례로 성공해 도시가 지고있던 부채를 거의 다 갚아버리기까지 하였다. 그 과정에서 결코 자신의 개인자산을 사용하지조차 않았지. 갑자기 정치계까지 분야를 확장시켜 정재계를 통틀어 정적이 확 늘었는데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웃는얼굴 그대로 아침이고 밤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잘도 일을 전부 소화해 내고 있다. 저 토니 스타크란 남자. 오늘도 아침일찍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케쥴을 소화하고 저것봐, 밤의 파티에까지 참석하기 위해 오늘만 세번째로 옷을 갈아입고 있잖아. 토니는 연핑크 와이셔츠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세 개 정도 들고서 거울앞에 차례차례 자신의 목 앞에 대고 무엇이 제일 좋은지를 고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 했다.
"...자네 좀 자중할 순 없나." 여전히 불편한 채의 심기를 어떻게 숨기지도 못하고 인상이 일그러진 스티브가 그 기분을 그대로 담은 말투로 토니에게 말을 건넸다. "자중?"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토니는 넥타이 세 개를 든 채로 스티브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자중? 무슨 자중?"
"스케줄말이네. 협박편지를 받은몸이니 좀 더 신중하게 일을 골라서... 아니, 일을 고를 수 없다면 장소라도 골라서 해야지.오늘같은 공원에선 아무리 나라도 자네를 완벽하게 경호할 수 없네." 말을 내뱉으면 내뱉을수록 기분이 가라앉았다.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은 전부 사실이지만, 사실은 다른 감정이 섞여 더욱 퉁명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내심 부인할 수가 없어서, 스티브의 기분은 더욱 주체를 하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만약 그 공원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면 난 자네는 지켰을지언정 자네주변의 아무상관없는 일반인은 지키지 못했을걸세. 그리고 그것을 아마 자네탓으로 돌리겠지. 나는 그런 일은 하고싶지 않네."
"만약 아까 그 공원에서 누군가 다치는 사람이 나왔다면, 그래. 그건 전적으로 내탓이지. 내탓으로 돌려도 되는데 왜?"
"......"
자신이 고른 넥타이 하나를 어깨에 걸치고, 나머지는 전부 옆 소파로 가볍게 던지면서, 토니 스타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뒤에 있는 스티브 로저스를 바라보며- 피식, 하고 웃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웃음. "아, 누군가를 매도하는 식의 말은 하지 못하는 거야? 캡틴 아메리카라는 대영웅이시니까." 그리고 토니는 곧 거울에 비친 자신의 턱아래를 바라보며 능숙하게 넥타이를 매었다. 속도가 빨라 넥타이가 다 매어지기까지 삼십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스티브는 토니가 말끔하게 맨 넥타이의 끝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았다. 이런식의 언쟁은 아무 소용이 없다. 단지 감정만이 거덜날뿐. 스티브는 아랫입술을 거의 남에게 들키지 않을정도로 천천히, 아주 조금씩, 잘근잘근 씹으면서, 입속에서 자신의 생살의 맛을 연하게 되새김질 하였다. 토니가 연핑크 블라우스 위에 세로줄이 그어진 세련된 양복자켓을 걸치는 동안 내내.
차라리 그에게 정직하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은것일까. 스티브는 솔직히, 토니 스타크를 경호하는 이 일이 불편했다. 스티브는 전장으로 돌아가고싶었다. 그렇다고 전쟁이 그립다는 말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캡틴 아메리카 기념관까지 생긴 이 마당에, 맨얼굴인 채로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에게 실물을 들켜버리고 말 위험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비밀리에 경호한다는 것은 100% 안전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었다. "...이번일은 마음에 들지 않네. 토니 스타크." "...마음에 안드는 나랑 일하게 돼서 안됐어. 스티브." "......"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왜 제대로 이해를 못해주는 건지. 스티브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이 왜 이 번 경호일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고개를 드려는데,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토니 스타크가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티브 로저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스티브는 반쯤 열었던 입을 다시 다물었고, 토니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자신의 넥타이를 가리켰다. "이거. 괜찮아?" "...자넨 뭐든 잘 어울리네." "망할 입바른 소리. 여기 삐뚤어진 부분이나 바로 해줘." "......" 삐뚤어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렇게 말끔하게 잘 매어놓고선. 스티브는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들어 토니의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한 번 훔쳤다. 이음새를 오른손으로 잡고 넥타이 끝을 왼손으로 잡고, 괜히 한 번 매듭을 올리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만족했나?" "......" 그리고 넥타이에 시선을 내리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토니는 스티브의 아랫입술을 혀끝으로 핥았다. "!!" 토니의 부드러운 혀가 윗입술보다 조금 더 튀어나온 아랫입술을 천천히 스치고 나서, 곧 혀보다 더 부드러운 토니의 입술이 스티브의 입술을 남김없이 포개어 들어오는 것이었다. 토니의 관리가 잘 된 입술의 감촉은 금방 스티브의 입술전역으로 퍼졌다. 미간에 있는 힘껏 주름을 잡으며 스티브는 토니의 어깨를 움켜쥐고 그대로 토니를 뒤로 밀쳤다.
"─이런 장난도 싫어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하하. 장난이라."
"......"
"그래. 그랬지." 토니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자넨 이런 장난은 싫어했지."
스티브가 움켜잡은 토니의 어깨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모르게 힘을 준 것에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스티브는 손에서 힘을 빼고 토니에게서 떨어졌다. 토니 스타크는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는 흐트러진 자켓매무새를 정리하고는 곧 스티브를 외면하고 먼저 공무실을 나섰다. 문이 반쯤 열린 채 마저 닫히지 않고 희미하게 움직이는데, 그 작은 틈새 사이로 복도를 걸어가는 토니 스타크가 스티브에게 잡힌 어깨가 욱씬대는지 그 부분을 손으로 감싸쥐고 빠르게 걷는 것이 눈에 띠었다. "...제길." 스티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오늘의 몇번째 한숨인지, 스티브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었다.
- done
연재. 아니 님아 내가 연재라니요... 0ㅇ0... 제가 성실할 수 있도록 신에게 빌어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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