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토니가 외치며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종결에 가까웠다. 스티브는 벌써 전신이 걸레가 되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아, 저것봐 역시. 스티브 엄마 왔네. 오늘은 오히려 좀 늦은감이 있는데. 주변의 킬킬대는 소리와 함께 자기도 크게 웃으며, 건장한 소년은 스티브의 복부에 마지막 힛트를 날렸다. 그의 단련된 무릎이 배에 빠르게 꽃힌 순간 스티브는 이미 각오한 마음도 무색해질만큼 허물어져 내리고 말았다. 복부의 가격은 스티브 로저스의 작은 체구의 전신을 뒤흔들만큼 위력이 강했으니 스티브가 그대로 고꾸라져버린 것도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의 복부에 접은 무릎을 날린 소년은 스티브와 같은 고등학교 아메리칸 풋볼팀의 올해 주장이었고, 팀의 코치가 공공연히 자랑하고 다니는 말에 의하며 이미 명문대학의 풋볼팀에 내정이 될만큼 오른쪽 다리가 강한 선수였다. 스티브는 가격당한 배를 양손으로 감싸쥐며 몸을 둥글게 말고 어깨를 떨면서 위액을 토해냈다. 우엑, 이녀석 또 토했어~!!!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며 허물어져 꿈틀대는 스티브를 비웃었다. 토니 스타크는 그자리에 서 있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자신을 저주하고 있었다. 늦었어! 토니 스타크는 그들이 스티브의 단 손가락 하나만을 건드리기도 전에 이곳에 서 있어야했는데, 대체 어디있다가 이제야 나타난거야! 그딴 수업이 다 뭐라고! 토니는 이때만큼 자신의 뛰어난 두뇌가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토니 스타크는 나라가 인정하는 천재로, 스티브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고등학교의 수업은 일체 듣지않고 오로지 학교의 교실 하나만을 빌려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밟고 있었다. 이는 토니의 뇌에 대해 감탄해마지않은 세계의 박사들이 너나 할 것없이 직접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토니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일부러 찾아와 토니 스타크의 강의를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토니가 스티브와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생긴 결과물이었다. 토니는 자신을 가르치길 자처하는 박사들을 실물로 보지 않아도 네트워크는 세계어디로든 뻗어가니 상관없을거라 가볍게 생각하며 월반의 길을 놓고 스티브와 같은 학교의 수험표를 챙겨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사들은 고등학교를 떠나지 않는 토니를 위해 직접 학교들로 찾아왔고, 학교 내 어른들의 토니 스타크를 취급하는 방법은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토니 스타크는 가령 학교가 피라미드라면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또래의 질투는 당연히 굴절되고야 말았고, 그 해소되지않는 어리석은 스트레스는 슬프게도 스티브 로저스에게로 뻗어갔다. 토니 스타크를 건드리고 난 다음날 풋볼팀에서 잘릴뻔한 소년은 그다음부터 스티브 로저스를 타겟으로 잡은 것이다. 스티브가 입원을 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언제 입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달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쯤부터였다.
토니는 이 사실을 늦게 알았다. 너무나 늦게 알았다.
스티브는 그런 것을 알려주지 않는 녀석이라는 걸,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토니 스타크는 늘 스티브 로저스에 관한한 이렇게 늦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스티브가 이미 배를 감싸쥐고 쓰러진 마당에 뒤늦게 달려와봤자 토니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토니는 둥그렇게 몸을 말아쥐고 쓰러져있는 스티브의 앞에 섰고 하지만 이미 먼 곳에서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탓에 체력이 거의 없어 토니 또한 그대로 스티브 위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스티브를 괴롭히려 모여든 소년들은 이미 쓰러진 스티브, 그리고 스티브 엄마 토니 스타크에겐 아무 관심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학교에서도 가장에 꼽힐만큼 몸집이 작고 힘이 없는 잔병치레의 소년을 자기들 마음대로 굴렸고 덤으로 미운 토니 스타크의 여유없이 헐떡이는 얼굴도 보아 충분히 만족한 것이었다. 소년들은 이미 토니에게서 등을 보이며 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멀어져가면서도 그들의 비웃음소리는 그러나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들은 쓰러져 꿈틀대는 스티브를 향해 그래그래, 죽으면 안 되니까 열심히 엄마한테 치료해달라고 그래 알았지 스티비? 그래야 내일 또 우리랑 놀지. 등등을 웃음과 함께 내뱉었다. 토니는 우뚝 선 채로 주먹을 쥐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깨문 아랫입술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아메리칸 풋볼팀의 올해 주장은 노려보는 토니와 시선이 마주치자 히죽 웃어보이며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살짝 퉁기는 인사를 해보였다. 그 소년은 토니가 쥐고있는 오른손바닥 속으로 토니의 손톱이 파고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 토니가 주먹 쥔 손안으로 피를 흘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토니는 자기 뒤에서 배를 감싸고 쓰러진 스티브가 흐느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토니... 스티브의 목소리는 바람앞에 흔들리는 양촛불같았다. 기어코 연기를 내며 꺼지고야 마는. 토니는 돌아서서 스티브의 몸을 번쩍 안아들었다. 스티브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토니, 너 옷... 너 옷 더러워져, 그 말조차 스티브는 완성하지 못했다.
소년은 폭력에 익숙했다. 힘조절도 할 줄 알고 어디를 쳐야 적당히 친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도 십대에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순간 그대로 숨이 멎을 것처럼 고통스러웠던 복부의 아픔도 어느새 사라지고 배에 진한 멍자국만 남은 스티브는 급구 병원에는 가고싶지 않다고 토니의 등 위에서 떼를 썼다. 토니는 스티브가 한 번 마음먹으면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단단해지는 것을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토니는 그대로 스티브를 엎은 채 집을 향해 걸었다. 토니의 등에 엎힌 채 스티브는 내내 별 말이 없었다. 단지 이미 더러워진 소매를 끌어와 입가에 엉망인 자신의 위액을 한 번 훔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키고싶지 않았는데... 따위를 중얼였다. 그 말이 토니를 더욱 울컥하게 했고 토니는 사람의 머리가 왜 주전자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주전자였다면 이대로 끓어넘쳐 꼭대기가 터져버렸을 것이다.
토니의 작은 스티브는 더 이상은 맞아선 안되었다. 그 누구도 그를 때려선 안되었다.
스티브 로저스는 가난한 집 아이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자주 토니 스타크의 집으로 도망쳐왔다. 어머니는 이미 병으로 천국에 가 있었고 스티브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에 몸을 떨며 혼자 잠들 수 없어 토니의 침대에 몰래 파고든 스티브는 엉엉 울면서, 그래도 어머니가 천국에 가 있기 때문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아이이지는 않다고 말했고, 토니는 그 순간 스티브를 향한 사랑을 품게 되었다. 맞아 얼굴에 멍이 들어 엉망이 된 작은 아이가 자신을 보호해주지않고 먼저 죽어버린 어머니의 원망은 커녕, 그녀가 맞지않고 조용한 구름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착하고 깨끗한 마음에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면, 대체 이 땅위에 사랑이란 무엇인걸까. 토니는 작은 아이의 더욱 작은 손을 꼬옥 쥐며 내가 지켜줄게, 내가 지켜줄게, 스티브를 따라 울면서 그렇게 한없이 중얼였다. 너에게 무한한 사랑을. 스티브. 네가 안심하며 잠들 수 있게 내가 언제나 너의 옆에. 하워드 스타크는 그동안 하나뿐인 아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아들이 원하는 바 하나를 들어주기 위해 로저스의 아들의 법적보호인이 기꺼이 되어주었고, 스티브의 아버지는 정식 법원의 판결대로 스티브 로저스에게 영원히 접근하지 못하게 되었다. 스티브는 로저스의 성을 그대로 쓰고는 있었지만 그때부터 스타크가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스티브는 토니와 같은 집,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스티브가 혼자서 잠들 수 있는 밤이 올때까지 토니는 자신의 작은 침대위로 스티브를 데려왔고 자신의 몸이 성장함에 따라 침대를 점점 큰 것으로 바꾸었다. 그러다 어느새 혼자 잠들 수 없는 건 스티브가 아닌 토니가 되어 있었다. 이제 혼자 잘 수 있다고 스티브가 말해도 토니는 스티브의 손을 잡으며 떼를 썼다. 같이 자. 나와 같이 자줘. 내가 지켜줄테니까 나와 함께. 스티브는 그 모순적인 말에 웃음이 났고 토니는 웃고있는 스티브가 영원히 자기 옆에서 이렇게 웃는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켜주겠다고 수백번 말했는데, 내가 원인이 되어 네가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토니가 절망에 휩싸여 중얼거리는 말에 스티브는 네가 그렇게 말할까봐 비밀로 하고 있던 거였어 라고 대답했다. 토니는 일단 명목으로 만들어둔(스티브의 물건들도 두어야하고) 스티브의 방을 지나쳐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두 명이 누워도 충분하게 공간이 남을정도로 넉넉한 킹사이즈의 침대위로, 토니는 업고있던 스티브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스티브는 순순히 토니의 등에서 내리면서 자신이 늘 잠드는 침대위를 손으로 한 번 쓸었다. 여기서 지금 옷이 더러운데, 따위를 말한다면 더욱 토니를 화나게 만드는 거겠지. 스티브는 토니가 지금 그 어느때보다 조용히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침묵하는 깊은 분노는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거란 걸 스티브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흙이묻고 더러워진 자신의 옷때문에 침대시트가 더러워지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지만, 그것에 대해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들의 굴절된 화가 자신을 향한 폭력으로 드러난 것도 웃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입에 대는 호칭이 스티브를 웃게 만들었다. 스티브 엄마라니. 확실히 아주 오래전부터 토니는 내 어머니의 역을 대신해주고 있는 부분이 있지. 그들이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스티브는 또 웃음지으려는데, 토니의 말에 겨우 웃음을 멈추었다. 니가 지금 웃음이 나와? 토니의 묵직하고 가느다란 그 목소리에 스티브는 결국 조금 슬퍼지고 말았다. 아아, 스티브는 정말이지 토니의 상처가 깊지 않기를 바랬다.
토니는 의약품세트를 들고 와서 일단 내려놓고 스티브의 상의를 벗겼고, 스티브는 순순히 토니가 하는대로 그를 내버려두었다. 토니는 여기저기 생채기에 멍투성이인 스티브의 상체를 보고 순간 숨을 삼키며 멈칫했다. 그중에서도 역시 복부에 맞은 최후의 일격이 가장 멍의 면적이 넓었다. 시퍼렇게 변한 그곳은 꼭 영원히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짙은 색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토니의 안색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스티브는 바로 눈앞에서 점점 창백해지는 토니의 얼굴을 보며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토니의 슬픈 표정. 토니의 아픈 표정. 토니의 괴로운 표정. 저런 표정을 짓게 하려던 게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걸까. 모든 것이. 스티브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토니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을 보면서 그저 괜찮아, 난 괜찮아 라고 반복해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토니는 도저히 그 말을 믿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그날 밤, 토니 스타크는 평생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하나 만들게 되었다.
스티브에게도 알려주지 못하는 비밀이다.
토니는 혼자 조용히 만들고 있던 수트를 처음으로 차고에서 꺼내었다. 테스트용으로 만든 인공수트는 인간의 몸체와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테스트를 하지 않아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지 어떨지는 미지수였고, 토니는 결국 오른쪽의 팔부분 파츠만 팔에 끼웠다. 얼굴을 가린 상태로 소년의 집에 들어가, 토니는 소년의 다리를 겨냥해 수트의 팔부분의 손바닥에 넣어놓은 레이저빔을 쏘았다. 아직 실험용이라 빔은 일직선으로 뻗어나지 않고 터져버렸지만 그래도 소년의 다리를 완전히 부수어버리기엔 충분한 위력이었다. 소년의 비명은 소년의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깨워 달려오게 하기 충분했고 그러나 그들이 달려왔을 때 토니는 이미 창문밖으로 뛰어 사라지고 난 뒤였다. 토니 스타크는 소년의 다리를 지진 그 순간 자신의 오른팔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고, 그러나 그깟 고통따윈 그간의 스티브가 겪은 일에 비하면 싼 것이라 생각했다. 팔 하나 팔 두 개 팔 세 개따윈. 네가 스티브에게 한 일에 비교하면. 토니는 소년의 다리를 겨냥해 빔을 쏘는데에 일말의 망설임도 느끼지 않았다. 아직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팔부분 기계가 작동하면 자신의 팔이 부러질 거라는 것을 예상했음에도 그랬다. 오히려 다리가 아니라 한밤중에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지지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기까지 한 것을. 소년의 다리는 영원히 구제 받지 못했고 소년은 그 뒤 두 번다시 필드에 서지 못했다. 같은 날 토니 스타크의 팔도 완전히 부러졌고 둘은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만 한쪽은 사건 한쪽은 사고로 정리되고 말았다. 소년은 자신의 다리를 지진 범죄자의 얼굴을 알지 못했고 사건은 커졌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는 완전한 미궁으로 흘러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아이언맨의 첫 출격이었고
토니 스타크는 이것이 부끄러운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언맨은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로, 그것의 첫시작이 사적인 이유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는 것은 히어로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토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토니는 영원히 비밀로 붙인 것이다, 아이언맨의 탄생 비화를. 아이언맨의 정체가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이은 세계의 천재 토니 스타크라는 것을 밝히고 나서, 토니의 인터뷰에는 늘 두 가지의 같은 질문이 따라왔다. 1. 아이언맨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2.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두 가지의 답은 전부 뚜렷했다. 1. 스티브 로저스를 지키기 위해서. 2. 스티브 로저스를 괴롭히는 놈의 다리를 지져버림으로써 그놈의 미래를 영원히 절단내어주었다. 하지만 그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아이언맨의 이미지를 위해서, 그리고 물론, 스티브가 슬퍼할테니까.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한 아이언맨의 존재를 그 누구보다 기뻐한 정직하고 착한 스티브가, 사실은 그 아이언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울어버리고 말테니까. 그것도 자기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을 알면, 스티브의 절망은 단순한 눈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토니는 어쩌면 그것이 제일 두려웠다. 자신에게 실망한 스티브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떠나버리는 것. 그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그래, 그래서 토니는 이것에 관해 철저히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스티브는 혼자서 잘 수 있지만, 토니는 스티브 없는 침대에선 절대로 잠들 수 없었고, 토니는 스티브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결국, 무슨 말로 포장해도 전부 이기적인 것이었다. 전부 토니 스타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토니는 그 일을 후회한 적은 그야말로 단 한 번도 없는 것이었다.
부러진 팔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토니는 역시 얼굴을 날려버릴걸 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한 번 작동하고 망가져버린 기계 팔을 차고에 집어던지면서 토니는 부러진 팔이 너무나 욱신대 전신이 마비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홀로 두고 나와버린 스티브가 걱정되어 병원에 간다거나 하는 선택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저 잠들어 있는 스티브의 옆으로 가고 싶었다. 그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다. 토니는 스티브를 치료하고 나서 일부러 그에게 비밀로 하고 그에게 수면제를 먹였고, 스티브는 덕분에 토니가 움직여도 깨어나지 않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토니는 스티브에게 아무것도 들키지 않고 스티브의 복수를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토니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에도 스티브가 미동이 없었던 건 바로 그 약 덕분이었다. 토니는 방의 어둠 속에서 스티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스티브의 숨소리가 낮고 고른 것에 안심이 되어, 토니는 침대위로 오름과 동시에 스티브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부러진 팔이 아파 움직이기가 힘들어 토니는 팔을 똑바로 펴기 위해 스티브의 옆에 바른자세를 하고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몸을 옆으로 돌려 스티브의 자는 얼굴을 보고 있고 싶었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토니는 대신에 고개만을 옆으로 하여 스티브의 얼굴을 보았고, 그 자세는 금방 목에 무리가 갔지만 그래도 토니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스티브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였다.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났다. 아아, 어쩔 수 없지. 부러진 팔이 너무 아프니까.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눈물은 토니의 눈꼬리를 타고 귀뒤로 흘렀던 것이다.
- done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가 소꿉친구라는 설정. 소꿉친구는 참 너무 매력적임...
대략적으로 쓰고 넘어갔지만 이 설정으로 뭔가 다른 걸 쓰고싶단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이렇게 된다... 는 이야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히어로가 사람을 다치게 만드는 아이러니에 관해서는, 역시 사적감정이 섞이지 않을 수 없다는 그런 겁니다! 왜냐면 히어로닷테 닝겐이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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