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funeral



 한창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토니 스타크는 랩실의 한가운데에 걸어놓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확인한 후 토니는 긴 한숨과 함께 손대고 있던 모든일을 한꺼번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비스를 불러 한동안 아무일도 하지않겠다고 선언한 후, 그러니 혹시 아무일도 하지않는 시간동안 누군가가 자신을 찾으면 네선에서 알아서 자르라고 말했다. 자비스는 순순히 토니의 말을 들었다. 자비스도 토니가 무슨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오후, 이시간. 토니 스타크가 미리 말해왔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자비스는 토니가 샤워실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카메라 영상으로 담으며, 마치 자신에게 인간의 감정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이게 바로 '쓸쓸하다' 라고 하는 것일거라고 중얼거렸다. 랩실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국 전역이 비였다. 자비스는 오늘이란 날에 날씨가 하필 비인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샤워하고 나온 토니에게 그런식으로 말을 건네자 토니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날씨에 대해 무언가 더 자기 의견을 보태지도 않고, 토니는 그저 수많은 창문 중 하나를 열어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찬바람과 비를 머금은 공기가 토니의 방금 씻고 나온 맨살에 닿아 소름이 돋게 만들었지만 토니는, 피부에 닿는 추위에도 어깨조차 움츠리지 않고 그저 오늘의 차가움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비가 점점 더 거세지겠군..." 토니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쓸쓸하게 들렸다. 자비스는 랩실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냉정하게 분석하여 토니 스타크의 추측에 얼마나 확신을 더할 수 있는가를 계산해냈다. 당신말이 맞습니다. 미스터. 이 비는 결코 쉽게 그치지 않는 비이고, 낮이 가고 밤이 오도록 쏟아져 내릴 것입니다. 자비스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토니는 묵묵히 미리 준비해놓은 상복을 꺼내어 입었다.


 상복을 전부 입고,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나서, 토니는 잠시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치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렇게 한동안 침묵하다가, 토니는 무거운 한숨과 함께 눈을 떴다. "자비스. 스티브 있는 곳 영상으로 띄워줘." 자비스는 토니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미 스티브 로저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있는 교회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인공위성의 카메라 줌을 조절하는 것은 자비스에게 있어 빗속에 포함되어있는 철의 량을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자비스는 랩실의 허공에 커다란 영상을 띄웠고 곧 화면가득히 작은 마을의 작은 교회가 나타났다. 토니는 쓸쓸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교회의 문이 열리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관을 둘러싸고 함께 교회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토니가 있는 곳만큼이나 그곳에서도 비가 왔지만, 관을 둘러싼 그 누구도 우산을 펴지 않았다. 빗속을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토니만큼이나 쓸쓸한 눈을 하고 있었다. 토니는 젖은 눈동자로 스티브의 쓸쓸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토니는 아까부터 현재 스티브의 마음을 계속 생각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을 쓸쓸함을 그 외로움을, 그 슬픔을 토니는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토니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토니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며 스티브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관을 들고있는 남자 중 하나가 되어, 검은옷을 어깨에 걸친 스티브의 긴 속눈썹에도 빗물이 맺히고 있었다. 담담하게 다문 입술사이로, 스티브는 그 어떤 말도 하고있지 않았다. 저대로 사람들은 교회에 미리 준비되어있는 묘지에까지 가겠지. 그리고 스티브는 관을 파낸 무덤 안쪽에 내려놓을 때까지 그녀의 관을 들고 있을테지. 비가 스티브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스티브의 젖은 어깨를 봐. 그의 하얗게 질린 목을 보라고. "자비스. 네 말이 맞아."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의 날씨가 왜 비인 것일까. 스티브를 차갑게 만들지 말아줘. 토니는 중얼거렸다.


 "이렇게 보고 있을거였다면, 미스터 스타크. 당신도 그녀의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좋지않았을까요?"


 자비스의 말에 토니는 그저 웃었다. "내가? 무슨 명목으로?" 내가, 무슨 명목으로 저곳에 서서,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그녀를 떠나보내는 스티브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있단 말이야. 토니는 눈을 감았다가, 또 다시 떴다. 스티브의 딱딱하게 굳은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토니는 또 중얼였다. "스티브. 이것이 네가 참가하는 몇번째의 장례식일까." 너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너 먼저 보내고 있는지, 그녀는 대체 몇번째로 너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사람인건지. 토니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 되고싶지 않아. 스티브. 나는 너보다 먼저 죽고싶지 않아. "...이제 됐어. 영상을 꺼줘. 자비스." 그리고 토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색 넥타이를 풀어냈다.








 

 스티브는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토니는 눈밑이 쑤욱 들어간 스티브의 얼굴을 두 손을 뻗어 감쌌다.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토니는 웃으며 스티브의 메마른 입술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무척이나 피곤해 보여." 토니가 그렇게 말하자, 스티브는 그제야 조금이나마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네 얼굴을 보고 있으니 배가고프군." 그제야 스티브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않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물조차도 입에 대지 않았었다. 빈속에, 종일 비를 맞으며, 그녀를 떠나보내었고,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지쳤지만, 그럼에도 슈퍼솔저의 육신은 조금도 탈나는 곳이 없을 것이다. 나는 건강해. 언제나 그렇지. 스티브는 쓸쓸하게 웃었고, 토니는 아무것도 묻지않았다. 하지만 스티브는 토니의 젖은 눈동자에서 그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그가 스티브가 종일 어디를 갔다왔는지 이미 알고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토니는 스티브의 등을 껴안았고, 스티브는 토니가 무척이나 따뜻하다 싶었다. 스티브는 자신의 싸늘하게 식은 손을 토니의 등너머에서 바라보았다. 토니가 따뜻한 게 아니라, 내가 차가운 거였나. 스티브는 힘없이 웃었다.


 토니가 준비한 담요를 등에 걸친 채 소파에 길게 누워, 스티브는 토니의 무릎을 벤 채 눈을 감았다. 토니의 허벅지는 부드러웠고, 그 부드러움이 스티브를 또 조금 웃음나게 했다. 스티브가 소리내어 웃자, 그 웃음소리 위에 토니의 웃음소리도 조용히 겹쳐왔다. "조금 쉬었다가, 스티브. 괜찮아지면 같이 밥 먹자." 토니는 그렇게 말하며 스티브의 이마를 매만졌다. 스티브는 응, 이라고 토니에게 대답해주고 싶었지만 어딘가 노곤해져 그저 말을 삼키고 말았다. 토니의 손은 조심스럽게 이마와 미간을 꾹꾹 누르다 곧 스티브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더랬다. 스티브는 봄의 햇살아래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면, 오랫동안 햇살을 쬐지 못한 것 같다. 이상해. 비는 그저 오늘아침부터 시작되었고, 어제는 분명 맑은 하늘이었을텐데. 나는 어제 무엇을 하고 있었지? 그러나 스티브는 어제의 날씨조차 잘 기억이 나질 않았더랬다. "...그녀의 마지막 얼굴을 봤어." 스티브는 저도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응." 토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스팁의 귓가에 조용히 울렸다.


 "그녀의 웃는 얼굴... 언제나 너무 좋았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설렜었어.

 그녀와 한 차에 나란히 앉을때에는 심장이 다 뛰었었지.

 그녀는 언제나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멋진 여성이었어.


 "어쩌면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어."

 "...응."

 "토니. 난 정말, ... 난 정말, 이게 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녀가 나의 마지막을 지켜봐준다고 생각했었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는데.

 그런데 도리어, 내가 그녀의 마지막을 보게 되었어.


 너무 가슴이 아파. 아파. 토니. 너무 가슴이 아파.

 이것보다 더 슬픈일이 없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이 슬픔으로 넘치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토니. 눈을 감은 채, 주르륵, 스티브가 흘리는 눈물을 토니는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토니는 고개를 숙여 스티브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나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스티브. 부드럽게 속삭이는 토니의 입술. 스티브는 눈을 깜빡였다. 천천히 열린 스티브의 입술 사이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스티브의 흐느낌은 또한 토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무엇을 해줄까.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지. 토니는 그저 스티브의 목을 끌어안았다. 스티브가 손을 뻗어, 자신에게 좀 더 매달리기를 바라며.

 


 








- done

울지 마 스티브 ㅠ 괴로운 스티브와 스티브가 괴로워 또한 속상한 토니.

페기의 죽음은 스티브를 슬프게 해...

 

스른전력의 37차 전력 주제 : 마지막. 주제를 보자마자 이것이 생각났습니다. 이제 겨우 쓰네요. 휴우. 스티브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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